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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의 아무말이나] 논란(?)의 정치 영화를 보고싶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특별시민'(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사진=쇼박스 제공)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아니, 선거 시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봉인이 해제(?)되면서 한국영화계는 정치와 역사적으로 민감한 소재의 작품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초유의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시장의 정치욕을 다룬 '특별시민'은 26일 개봉을 확정했다. 1급 군사기밀에 얽힌 군 내부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일급기밀'과 독일 기자를 싣고 영문도 모른 채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 현장으로 달려가는 '택시운전사'는 후반 작업 중에 있다. 또한,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1987'은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한 상태다.

탄핵 정국을 지나 대선을 앞둔 지금 이들 영화를 향한 관심은 꽤 높은 편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정치와 역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한 한국영화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위의 작품을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감이 높다.

안 그래도 올해 개봉작 중 사회정의를 소재로 했던 '더 킹'과 '재심'은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정치 일인자에 빌붙으려는 검찰의 추악한 권력욕이 핵심인 '더 킹'은 531만 명을, 약촌 오거리 사건의 억울한 살인 누명자의 사연을 따라가는 '재심'은 242만 명을 동원, 정의 실현을 향한 우리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했다. 그렇다고 사회적인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이들 영화가 감정적으로 접근한 탓이 크다.

'더 킹'은 악질 검찰을 조롱하는 한편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개과천선으로 사회정의라는 해피엔딩을 이끌어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데 그쳤다. '재심'은 자기만 생각하는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하며 정의를 깨닫는 익숙한 드라마투르기로 실화임에도 불구, 인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감정적인 접근은 종종 이성을 마비시키고는 한다. 요는, 사회 변화가 절실한 이들이 행동하게끔 이끄는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었다.

이번 주제의 칼럼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JFK'(1991)를 다시 보았다. 지금의 올리버 스톤은 '스노든'(2016) '파괴자들'(2012)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2010) 등 평범한 수준의 작품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JFK' 시절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감독이었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플래툰'(1986)은 미군끼리 서로 총질하는 내용으로 미국 사회를 경악시켰다. '7월 4일생'(1989)에서는 국가를 위해 참전했다 총상을 입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군인이 어떻게 국가에 버림받고 결국 반전주의자가 되는지를 살펴 공감을 일으켰다.

압권은 미합중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암살범을 추적하는 'JFK'다. 이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은 암살범으로 알려진 리 하비 오스왈드 대신 JFK의 뒤를 이어 대통령 대행에 오른 존슨을 비롯한 미국의 우파와 이에 동조한 언론, 그리고 지속적인 전쟁이 필요한 군수 산업체가 모의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올리버 스톤은 암살 현장에서 찍힌 시민의 홈비디오 화면, 정부가 오랫동안 비밀에 부쳐 두던 관련 자료 등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해 자신의 주장에 논리를 부여한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JFK'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렇다고 기존의 사실을 뒤집는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올리버 스톤의 입장은 확고하다. 의혹이 있는 사건,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하는 정치와 역사 문제에서는 어떻게든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아가 최대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불의를 향한 분노로 가슴은 뜨겁게 불을 지피되 진실에 접근하는 태도는 냉정해야 한다는 게 올리버 스톤의 철학이다.

물론 '더 킹'이나 '재심'처럼 감정에 어필하는 영화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정치 영화들이 모두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뜨거워질 필요는 없다. 'JFK'처럼 차갑고 건조한 영화도 필요하다. 아직 한국의 역사에는 정치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적 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즉, 영화가 다룰 만한 정치적인 이슈의 소재가 많다는 얘기다.

2005년 봄, 한국 사회는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그때 그사람들'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암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 대해 유족인 박지만은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일부 장면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한 토론을 비롯하여 박정희 전(前)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등이 이뤄지며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역사는 흘러간 것이라고 해서 과거형이 아니다.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지금 현재 어떻게 바라보는 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기획되고 만들어져 대중에 공개될 필요가 있다. 논란으로 시끄러울 수 있겠지만,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시민''일급기밀''택시 운전사''1987' 등 앞으로 개봉하는 정치 역사 소재의 영화가 흥행 성적에만 안주하지 않고 유의미한 파문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dw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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