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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심형준 “연예인과 예술인, 윈윈할 수 있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사진작가 겸 영상감독 심형준(사진=M.A.P 크루)
▲사진작가 겸 영상감독 심형준(사진=M.A.P 크루)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ㆍ문화 이야기.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는 종종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대중문화가 갖는 상업적 성격 때문일 게다. 하지만 최근 대중의 문화 소비 형태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취향 또한 뚜렷해지면서, 잘 팔리는 상품은 잘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보다 넓은 대중에게 공유되고 있다. 요컨대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요하는 작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M.A.P 크루 소속 심형준 감독은 매력적인 아티스트다. 본래 사진을 전공했으나 지난 2015년 그룹 샤이니 종현의 솔로곡 ‘하루의 끝’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티파니, 슈퍼주니어 규현, NCT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및 음반 사진 작업을 맡았다. 사진과 같은 영상미가 심형준 감독의 장점이라는 것이 M.A.P 크루 이정권 대표의 전언.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합일은 일견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 영역이 적절하게 조화된 새로운 예술 분야의 개척은 가능할 것이다. 그 선두 격에 서 있는 심형준 감독을 만났다. (자리에 함께 한 M.A.P 크루 이정권 대표의 코멘트도 함께 싣는다.)

Q. 주말 내내 비디오 촬영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떤 작업이었나.
심형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작업이었다. 선거 전 투표 독려 영상을 촬영한 이준익 감독님에 이어서 영상물을 촬영했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공익성을 가진 영상이다. 솔비와 리얼스멜이 작사, 작곡, 노래한 곡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을 제작했다. 일상의 작은 친절로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Q. 공익성을 띤 영상은 일반 뮤직비디오와 작업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심형준:
뮤직비디오 형태라 작업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감상하고 난 뒤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했다. 내용 전달을 위해 대사도 조금씩 넣었다.

Q. 사진작가로 시작해 영상 작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정권 대표:
SM엔터테인먼트가 심 감독의 사진을 보고 톤앤매너가 좋다면서 이걸 영상으로 작업해줬으면 좋겠다고 작업을 제안했다. 샤이니 종현의 솔로곡 ‘하루의 끝’을 시작으로 많은 아이돌 그룹과 작업했다.

Q. 사진과 영상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
심형준:
사진이 내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면 영상은 내가 머릿속에 갖고 있는 걸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및 수많은 스태프들과 만들어간다. 나는 영상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내가 외동아들이라 외로움이 많은데(웃음), 사진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라 외롭다. 물론 지금도 사진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많은 짐을 홀로 들고 가야 한다. 반면 영상 작업은 스태프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Q.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면 콘셉트나 화면에 대한 이견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심형준:
스태프들과 마찰은 거의 없다. 내 생각을 어떻게 잘 살려줄까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이다. 마찰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발생한다.(웃음)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입장이니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티스트적인 마인드가 있었다. 어린 생각이었다. ‘학교에 냈으면 A를 받았을 작품인데’라는 생각. 지금은 15년 가까이 작업하고 있는데 점점 유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현장에서는 예민한 편이지만.

▲사진작가 겸 영상감독 심형준(사진=M.A.P 크루)
▲사진작가 겸 영상감독 심형준(사진=M.A.P 크루)

Q. 촬영 현장에서 당신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심형준:
공간이나 인테리어에 대해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서 혼자 못 참고 고민하는 것들이 많다. 특히 영상 작업은 촬영이 긴박하게 진행되는데다가 내가 세트를 빌려서 그 안을 채우는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간의 압박을 많이 받는다. 해가 지기 전까지 촬영을 마쳐야 한다든지, 비가 오는 날 촬영을 해야 한다든지. 어제도 오후 7시까지 찍어야 하는데 정권이 형이 안 비키기에 ‘왜 그래요! 비키라는데 왜 안 비켜요!’ 했다. 하하하.
이정권 대표: 나는 그저 배역 하나 달라는 것이었는데….(일동 폭소)

Q. 클라이언트와 소통 방식이 유연해진 것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심형준:
그냥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클라이언트에게 맞춰줬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자기 작품이니 더욱 애정을 갖고 꼼꼼히 보니까 내가 놓친 부분을 캐치하는 사람이 있다.

Q. 가장 최근 작업한 솔비의 ‘프린세스 메이커(Princess Maker)’ 뮤직비디오는 어땠나. 당신이 맞춰줬나, 아니면 솔비가 잘 따라왔나.
심형준:
밸런스가 잘 맞았다. 서로 맞춰줬다. 음반명 ‘하이퍼리즘(Hyperism)’이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솔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콘셉트인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바로 나왔다.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뼈대가 만들어졌다. 솔비의 연기력이 걱정이었는데 보시다시피 너무 잘해줬다. 마네킹, 로봇 같은 역할이었는데 눈빛에서 인조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정권 대표: 솔비처럼 가수와 자주 만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심형준:
가수들은 워낙 바쁘니까 실무자들과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작품에 욕심이 많은 친구들, 예를 들어 소녀시대 티파니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하기 전에 세 번 정도 만났다. 굉장히 많이 만난 편이다. 자신이 원하는 레퍼런스를 많이 보여주고 톤앤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솔비 '프린세스메이커' 뮤직비디오(사진=화면 캡처)
▲솔비 '프린세스메이커' 뮤직비디오(사진=화면 캡처)

Q. 뮤직비디오에는 독특한 소품이나 장치가 많이 활용된다. 모두 의미 있는 것들인가, 혹은 단순히 예뻐서 배치를 하는 경우도 있나.
심형준:
나는 의미를 담은 소품은 확실하게 보여주는 편이다. 가령 NCT ‘디 오리진(The Origin)’ 뮤직비디오는 오프닝 화면에 사막에 박힌 모래시계를 담았다. 이걸 구하려고 소품팀이 이태원 일대를 엄청나게 뒤졌다.

Q. M.A.P 크루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굉장히 독특한 회사처럼 보이는데, 음악가나 사진작가, 영상감독이 소속된 기획사가 국내에 많이 있나.
심형준:
4년 전 윤도현 형이 대표로 있는 디컴퍼니가 업계 최초로 사진작가를 아티스트로 영입했다. 최근에는 엔터 회사에서도 많이 시도하는 추세다. 다만 아직까지 성공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티스트는 가수와 완전 다른 사람들이다. 상업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는 혹은 관심 없는 척하는 아티스트를 상대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권이 형은 출발이 예술 업계에 가까웠던 터라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이정권 대표: 우리는 예술에서 시작돼 엔터 시장에 뻗어가는 형태다. 상업적인 작업도 물론 하게 되겠지만 각자 아티스트로서 깊숙이 들어가길 원하고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서포트하려고 한다.
심형준: 아티스트와 가수/배우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수/배우 입장에서는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있는 것이고 나도 그들과 작업하면서 내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으니까. 아티스트 역시 회사가 나를 끼워 파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통해 나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Q. 파인 아트와 상업적인 작업 사이에 큰 경계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심형준:
상업적인 사진 작업도 하고 있고 예술적인 영상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어떤 것이 상업적이고 어떤 것이 예술인지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 전에 영화 ‘토리노의 말’을 보고 큰 쇼킹을 받았다. 20분 정도의 원 테이크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사람이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는 장면이나 남녀가 식탁에서 빵을 먹고 있는 장면이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졌더라. 보면서 영상 쪽으로도 파인 아트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에 내 사진전이 끝났는데 만약 또 기회가 생긴다면 콘셉트를 잡아서 사진과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다. 스크린에 영상을 계속 작업하고 주변에 어울리는 사진을 배치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Q. 가수들은 흔히 영화나 경험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노래는 가사에 담긴 내러티브가 뚜렷하니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사진에는 텍스트가 없으니 어떤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심형준:
여행이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장소에서 오는 영감도 있다. 나는 일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얼마 전 끝난 사진전에서도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만 전시했다.
이정권 대표: 형준이가 관찰력이 좋다. 그게 사진작가의 촉이지 않을까 싶다. 주위를 항상 살피고 일상에서 한 순간을 포착한다.
심형준: 생각이 많은 편이다. 매 순간이 걱정이고 고민이다. 셔터를 누르는 게 한 순간처럼 보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예뻐서 누르는 게 아니라 그 장면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Q. 심형준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감상을 받길 바라나.
심형준:
내 작품이 임팩트 있고 쇼킹한 느낌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순간 안에 섬세함이 녹아 있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 큰 거 하나로 (인상을) 빡! 남기기보다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한다.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Q. 당신에게는 무엇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나.
심형준:
손 때 묻은 것들. 가령 한옥 마을 같은 경우는 옛 것을 모던하게 바꿨는데 굉장히 멋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걸 싫어한다. 사람들 눈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채로 사람들 눈에 그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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