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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 이미지 ‘고독사’와 연예인이란 숙명

[유진모 칼럼니스트]

▲이미지(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때 숱한 남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배우 이미지가 지난 25일 ‘고독사’한 채 발견된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춘색호곡’ ‘웅담부인’ ‘소녀경’ 등의 필모그래피에서 풍기듯 1980년대 그녀는 충무로의 ‘섹스 심벌’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가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다 병으로 쓸쓸하게 세상과 하직한 뒤 뒤늦게 발견됐다. 그 누구도 그녀의 말년에 관심을 갖지 않은 채 혹은 그녀가 스스로 타인의 시선을 피한 채 외로움과 악수하거나 고독과 다투며 그렇게 허허롭게 이생의 인연을 털어버린 채 피안의 세계로 떠났다.

연예스타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다양하고 극과 극을 이룬다. 요즘 누리꾼은 ‘세상 가장 하릴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며 대중이 연예인에 대해 우려하는 게 마치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연예스타는 대중과 비교하면 정말 손쉽게 큰돈을 벌고 어느 곳에 가든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호화롭게 생활한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저희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예능 프로그램 한 편만 출연해도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받을 정도다.

그런데 연예인만큼 극과 극의 삶을 사는 직업도 보기 드물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시쳇말처럼 재벌은 망하기 힘들고, 설령 그럴지라도 제 노후에 대해선 배수진을 치기 마련이다. 정치인은 정계를 은퇴해도 큰 죄를 짓지 않는 한 벌어놓은 돈으로 잘 먹고 잘 산다.

하지만 연예인은 다르다. 대중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자살이 잦은 것만 봐도 그렇다. 가수 서지원 유니, 배우 정다빈 최진실 최진영 이은주 박용하 등이 평범한 사람은 납득하기 힘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연예인의 정서와 개념과 이상이 대중과 많이 다른 것은 공통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대중문화이긴 하지만 각자 예술적 감각을 기초로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것은 맞다. 이런 예술가적 기질이 충만한 연예인일수록 자신의 처지와 대인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하다. 그래서 대중의 비난에 쉽게 상처받는가 하면 삶과 행복 추구의 방향성에 대해 종종 미로를 헤매던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매우 쉽게 하곤 한다.

그 외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한다. 한때 누렸던 스타덤에서의 특권을 하루아침에 잃은 뒤 확 달라진 위상에 대한 무기력감과 과거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되돌아갈 수 없음에 타인을 피하게 되는 대인기피의식 등이 종합해 낳은 도피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주변의 모든 사람은 스타덤에 올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자신만 언제 인기를 얻을지 기약이 없다는 절망감과 열패감이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일지라도 회사 내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우울해진다. 현재 임원의 애정과 사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이일지라도 언제 경쟁자에게 밀릴지 몰라 불안하고, 그게 현실로 오면 순식간에 인기의 변방으로 밀려난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자괴감을 느낄 것이다.

지난 11월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에서 고 김주혁이 1위에 올랐고, 소녀시대 태연은 교통사고를 유발한 뒤 ‘연예인 특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주혁은 생전에 영화배우 브랜드 평판에서 상위에 오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사후에 그 가치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대중이 생각하는 연예인이 그렇기에 의외로 연예인은 외롭기 쉽다.

그가 KBS2 ‘1박2일’에 처음 출연했을 때 차태현 김종민 김준호 등의 멤버들과 강원도 한 마을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기도 조사를 했을 때 0표를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원톱 주연배우로 손색이 없는 지명도와 티켓파워를 자랑하던 그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영화 관객은 줄어든다. 극장이 드문 탓이다.

그는 사망 직전 제1회 서울어워즈에서 ‘공조’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영화배우로서 처음 받는 상”이라고 수상소감을 표현했다. 그가 ‘1박2일’에 합류한 건 영화계에서의 인기도에 비해 낮은 전체적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서였고, 하차한 이유는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욕심이라면 과욕일 수 있겠지만 예술가적 측면에선 끝없는 자기계발이다.

평소 그의 브랜드 가치를 1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대중은 그가 떠나자 다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이제야 더 보고 싶다는 그리움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의 사례에서 보듯 연예스타라고 모든 조건과 환경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부자가 더 심해’라는 탐욕과 과욕의 메시지와는 본질이 좀 다르긴 하지만 다수의 연예인은 유명해지고 부자가 됐다고 거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예술가 정신이 강할수록 더 그렇다.

올해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한 설경구와 송강호는 평소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표적인 배우지만 새삼스럽게 상을 받았음에도 처음 받는 것처럼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최고의 연기파라고 칭찬을 해도 그들은 매 작품마다 고민하고, 공부하며, 능력을 쥐어짜기 마련이다.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착한’ 욕심이다.

정우성은 ‘악역 제안이라면 굳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끈 바 있다. 우리 영화와 드라마가 한류열풍을 타고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업영화의 정상급 시장인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지 않은 한국배우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지명도를 높임과 동시에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개런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은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이른바 그는 ‘예술혼’으로 고뇌할 줄 아는 배우기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의 일이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걸그룹 B의 매니저가 한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녹화 중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본 필자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복수의 멤버가 한꺼번에 생리 중이라 생리대를 사 왔는데 각자 사용하는 게 달라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느라고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멤버가 대여섯 명이니 사실상 한 달 내내 생리대를 사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매니저의 애환에 주목할 게 아니라 연예인이란 숙명에 집중하자는 사례다. 매니저가 바쁘게 뛸 때 멤버들이라고 한가한 게 아니다. 그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여자라면 생리통이 와도 무대에서 웃어야 하고, 속으론 ‘혹시’라며 돌발 사고에 대한 위기감에 떨지만 그래도 섹시하거나 귀여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김주혁은 벤츠 G바겐을 자가용으로 소유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을지 몰라도 ‘영화배우’가 갑자기 예능프로그램 고정을 결심할 만큼 연예인으로서 아쉬운 게 있었다.

그의 사고사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본 이들은 참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타살도 자살도 아닌, 사고사임은 분명하지만 그는 운전을 하던 사고 당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스타일수록 고민은 더 많기 마련이다.

태연이 만약 유명 스타도, 그녀의 차가 벤츠도 아니었다면 ‘특혜 논란’은커녕 실명조차 밝혀지지 않았거나 아예 사건 자체가 뉴스로 생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논란의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태연이란 걸 알고, 구급대원이 특혜를 베푼다고 오해를 했을 정황은 존재한다.

만약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면 태연은 자신이 연예스타라는 게 엄청나게 괴롭고 후회스러우며 억울함에 애간장이 탈 지경일 것이다. 성숙하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못할망정 이 정도는 숙명’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요즘 가장 많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다. 역대 대통령이 죄다 퇴임 후 구설수에서 피해자기 못하거나 아예 불행한 최후를 맞는 것을 잘 알아서인지 대통령이 된다는 이는 보기 드물다. 국회의원 변호사 검사 희망자도 마찬가지. 그들은 연예인을 먼발치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을 뿐 대부분 TV 스크린 포털사이트 지면 등에서만 가까이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매체는 연예인의 화려한 앞모습만 부각할 뿐 그들의 그림자를 찾는 게 힘들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수고를 생각조차 안 한다. 대중 역시 연예스타로 살아가는 애로사항과 많은 걸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고와 더불어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다는 걸 굳이 알려고 들지 않는다.

연예스타는 ‘그들만의 리그’를 결성하기 마련이다. 외롭기 때문이다. 스타덤을 향해 질주하는 연예인은 그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들의 도움을 받아 도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일반인 모임’은 불편하거나 자신의 리그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도 외롭다. 이래저래 외로운 게 연예인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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