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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석 “저는 살리에르에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조정석은 ‘사람’을 좋아하는 배우다. 데뷔 초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 신문팔이 역으로 분했던 그는 이듬해 작품이 재연한다는 소식에 만사를 제치고 출연을 승낙했다. 초연 때와 같은 신문팔이 역이었다. 당시는 조정석이 ‘대학로 스타’로 주목받던 때였다.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급”에 올라있던 그가 이름도 없는 신문팔이를 다시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반응은 갈렸다. 혹자는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반면 “왜 하는 거야?” “바보 아니야?” 심지어 “미쳤냐”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조정석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초연 때 함께 호흡했던 배우들이 재연에도 고스란히 출연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정석이 좋아하는 건 또 있다. 무대다. 최근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 방영을 마친 그는 차기작으로 연극 ‘아마데우스’를 택했다. 촬영이 끝나고 숨 돌릴 틈 없이 연극 연습에 들어갔다. 스스로도 ‘쉬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던 조정석은 하지만 연습실 안에서 자신이 충전되고 있음을 느꼈다. “무대는 제게 고향 같은 곳이에요. (작품을 준비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니까 골똘히 공부하고 분석할 여유도 확보가 되고요.”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지난 3개월 동안 조정석은 누구보다 바빴다.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 자는 날이 백일 가까이 이어졌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투깝스’에서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분량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매일 운동을 하고 식사 조절을 했다. “홍삼이 면역력 증진에 정말 좋더라고요.” 즉석에서 ‘홍삼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요즘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투깝스’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조정석의 매력을 한 데 엮어놓은 작품이다. 강력계 형사 차동탁은 드라마 ‘더킹투하츠’(2012)의 은시경이 가진 충직함을 닮았고, 사기꾼 공수창으로 분했을 때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보여준 코믹함과 능청스러움을 온몸으로 뿜어낸다.

“차동탁과 공수창이 확연하게 달라서 오히려 연기하기에는 나았어요. 차동탁에게 집중하되, 공수창이 방의됐을 때는 저의 상상력을 더 많이 발휘해보려고 했죠. 하지만 성격이 다른 두 인물을 연기했다고 해서 두 작품을 찍는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어요. 캐릭터가 다른 거지, 톤 앤 매너는 일치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조정석은 ‘투깝스’를 찍으며 배우 김선호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선호는 조정석과 마찬가지로 무대 연기에 뿌리를 둔 배우다. 그래서 조정석은 김선호를 보면서 자신의 ‘처음’이 떠올랐다고 했다. “작년 연말 시상식에서 (김)선호가 신인상과 우수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을 때가 생각났어요. 저보다 주위 선배들이 더 난리였죠. 그 때 형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그는 자신의 처음을 회상하며 “그 때의 조정석을 지금 만난다면 내가 너무 예뻐할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과 작품에 누가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했다고 그는 자신했다. “선배들과 호흡하며 얻는 에너지, 학교에서 배운 것 이상의 깨달음을 준 공간이 무대에요. 그래서 제겐 뜻깊죠.” 조정석이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던 날, 그와 함께 했던 선배들은 조정석 자신보다 더 기뻐하며 그를 축하했다.

실패를 모를 것 같은 조정석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07년 즈음이다.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조정석은 당시 뮤지컬 ‘그리스’ ‘펌프보이즈’ ‘올슉업’ 등 신나는 분위기의 공연에 연달아 출연하다가 “밝은 기운을 소모하는 게 내게 안 좋게 돌아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조정석은 도전과 모험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장점을 알고 어필할 수 있는 건 좋지만, 한 장르에 특화돼 있는 인물로 보이는 건 배우로서 좋지 않겠죠. 자신의 단점이 포착되면 그걸 단점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기 마련이지만, 얼마나 귀를 열고 타인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느냐는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전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건 배우에게 큰 축복입니다.”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배우 조정석(사진=문화창고)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할을 연기하게 된 조정석은 그러나 자신을 살리에르에 비유한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며, 나아가 “배우에는 천재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늘고 얼마나 고뇌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와의 거리가 달라진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그래서 조정석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령 키스신을 찍을 때에도, 키스를 할 때의 각도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키스하기 직전까지의 공기를 만드는 게 핵심이죠.” 조정석에게 연기하는 매 순간은 고민의 연속이다. “전형적인 상황을 재현할 때에도 예상하지 못한 호흡을 구현해내면 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거든요. 유행하는 연기만 따라가면 발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맡은 작품마다 잘 되는 비결, 특별히 없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운이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 계속 열심히 할 거예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르지 않겠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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