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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 ‘목격자’가 그리는 인간 군상의 추악한 심리

[유진모 칼럼니스트]

오는 15일 개봉될 영화 ‘목격자’(조규장 감독)엔 강동원 정우성(‘인랑’), 하정우(‘신과 함께-인과 연’) 같은 정상급 ‘오빠’는 없지만 벌써부터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그 배경엔 이성민 김상호 곽시양의 숨 막히는 연기 경쟁과 더불어 현재의 시대상을 소름 끼치게 잘 반영한 인간 군상의 심리상태가 있다.

무대는 산자락과 인접한 대단지 아파트. 새벽 2시에 단지 내 마당에서 젊은 여자 한 명이 살해당하고 40대 가장 상훈이 집 베란다에서 이를 목도한다. 그런데 범인과 상훈의 눈이 마주친다. 이후 당연히 상훈은 범인이 자신과 가족을 해칠 것을 겁낼 수밖에 없다. 물론 목격자는 그 외에도 더 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형사의 탐문수사에 하나같이 함구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경찰 대다수는 진실 규명이나 진범 체포보다는 결과만 중요하다. 그러나 베테랑 형사 재엽은 다르다. 범인이 연쇄살인마임을 직감한 그는 진범을 잡아야만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사건을 파고든다.

상훈도 한심하지만 단지 내 ‘사모님’들은 더욱더 가관이다.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경찰과 언론에 절대 협조하지 말자고 담합할 정도다. 그 와중에 한 주부가 행방불명이 되고 남편이 절박한 심정에 전단지를 돌리자 부녀회장은 한 지적 장애인에게 ‘뇌물’을 주고 그걸 떼어내게 한다.

이런 플롯 안에는 현 사회에 만연된 많은 사람들의 부조리하고 비뚤어진 심리상태가 담겨 있다. 먼저 안전 불감증이다. 주민 다수는 산사태를 우려해 펜스 설치 등 탄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 회사는 각자의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이익에만 관심을 가질 뿐 외면한다.

그런 심리는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님비현상’이란 집단이기주의와 동맹을 맺는다. 자신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잔인한 이기심. 그들이 평범한 이웃이라는 게 전율케 한다. 그건 ‘악의 평범성’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전범 대다수가 ‘그저 윗사람의 명령에 따랐을 뿐 그들의 인간성 자체는 그리 악마 같지 않다’는 데서 나온 용어다. 이 논리는 범인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어릴 때 특별히 학대받은 것도, 성장과정에서 큰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아니다. 게다가 잘생겼고 주택가 한가운데 산다.

유리창이 깨진 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람들의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해이해져 범죄가 더 많아지고 잔혹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연쇄 살인마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대담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 법이 그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외면할수록 더 강해지는 무의식이다.

부녀회장은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하는 게 요즘 세상”이라며 입주민들의 입단속에 나선다. 이솝우화의 ‘신 포도와 여우 이야기’가 말하는 ‘인지부조화’다. 살인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알면서도 막상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자 부정하려는 자기합리화인 것이다. 양심에의 범죄다.

그건 자기 의견이 다수와 같으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침묵하는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이어진다. 상훈은 처음엔 갈등하지만 입주민의 여론에 휘말려 입을 다물고 심지어 거짓말을 한다. 또 다른 주부 목격자 역시 그런 태도를 보이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태도를 바꾸긴 한다.

‘선택적 함구증’이란 이론과도 연계된다. 여기서 주부와 상훈을 괴롭히는 건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트롤리 딜레마’이자 ‘하인츠 딜레마’이기도 하다. ‘법과 정의를 위해 진실을 털어놓는 게 옳은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함구하는 게 나은가’다.

주민들은 결국 나쁜 ‘선택적 주의’에 집중함으로써 인지적 착각에 휘말리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고, 그건 부정적인 ‘부메랑 효과’로 돌아온다. 사회에 만연된 ‘동조현상’이 ‘인지부조화’와 연결된 결과다. 강력반장을 비롯한 경찰 다수는 외형적 성과만 따지는 ‘파킨슨의 법칙’을 그대로 보여준다.

‘범인이 누구냐’의 미스터리나 ‘얼마나 잔인한가’의 호러에 머무는 단세포적 지향을 지양하는 대신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를 관객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전이시키느냐에 있다는 데서 감독의 총명함이 돋보인다. 공포, 고뇌, 갈등 등 다양한 심리상태의 변주 솜씨가 놀라운 이성민의 연기는 ‘엄지 척’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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