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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리뷰] ‘완벽한 타인’, ‘21C 판도라 상자’가 불러온 코믹스릴러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엔 투명인간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는 상상을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100% 알게 되면, 과연 나는 행복할까. 혹시 그건 열면 안 되는 ‘판도라 상자’가 아닐까.

‘완벽한 타인’은 새집을 산 석호(조진웅 분)-예진(김지수 분) 부부의 집들이에 친구들이 놀러오고, 저녁식사 시간 동안 핸드폰에 오는 전화ㆍ문자ㆍ카톡ㆍ메일 등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뻣뻣하고 보수적인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 친구들 중 리더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석호,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배(윤경호 분) 네 사람은 40년 지기다. 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 분), 정신과 의사이자 석호의 아내인 예진마저 20년간 알아온 사이이기에 이들은 서로를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임을 의심치 않지만, 사실 말 못할 비밀과 질투들이 기저에 깔려있다.

그러다가 ‘인생의 블랙박스’로 불리는 핸드폰을 공개함으로써 숨겨뒀던 속마음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알 필요 없는 ‘TMI’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서로의 사이가 조금씩 멀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커지고, 영화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를 포인트로 잡고 웃음을 유발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지’를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역린’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다수의 코미디 영화와 ‘SNL 코리아’ 등에서 활약해온 배세영 작가가 합세한 작품이다.

믿을 만한 제작진의 작품답게 두 사람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사람으로 비유하거나 극적인 노래인 ‘I will survive’를 벨소리에서 배경음악으로 확대시키는 재치 있는 배치법은 물론, 인물들의 정보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듯 초반에 쌓였던 의문이 풀리게 되는 서사 구조 또한 인상 깊다.

전체적으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지만, 극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월식 현상을 비롯해 엔딩에서 텍스트로 직접 강조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재규 감독은 ‘완벽한 타인’을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친구와 부부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다만 이 비난을 통해 ‘개인의 비밀’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 대신 비난의 대상이 되어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누구나 비밀은 있고, 세상엔 ‘완벽한 타인’이란 없기 때문에 그 비밀은 인간관계를 지키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 그래서 친구든 부부든 부모와 자식 관계든 각자 비밀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했을 때 인간관계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 이재규 감독이 전달하는 메시지다. 다만 이런 메시지는 그럴듯하면서도 의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관객에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타인’은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신선한 한국영화다. 남녀배우가 동등한 비중으로 멀티캐스팅되어 서로 지지 않고 핑퐁처럼 대화를 주고받으며 영화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한정된 공간과 저녁 식사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극이기 때문에 단순해보일 수 있지만, 베테랑 배우들과 감독의 센스있는 연출이 모든 것을 살린다. 능청스러움으로 코믹함을 발산하는 유해진, 수동적이지만 문학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염정아, 이서진의 능글맞음, 순수한 송하윤 등이 인상적이다. 제7의 멤버인 ‘민수씨’의 목소리를 연기한 조정석. 이외에도 이순재, 라미란, 조달환, 진선규 등 많은 배우들이 카메오로 목소리 출연을 했다. 오는 31일 개봉.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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