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상단 메뉴

비즈엔터

[인터뷰] ‘우상’ 한석규가 갈망한 새로움은 무엇일까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한 부자(富者)가 있었다. 부자는 자기가 가진 재산을 투자를 해서 마르지 않은 재산을 창고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그날 밤 죽었다.”

최근 진행된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한석규가 1시간 동안 6번 이상 언급한 문장이다. 이 글귀는 한석규가 ‘우상’의 구명회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한석규는 “내가 한숨 쉬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쉬운 말로 이뤄졌는데 정곡을 찌른다. 괜찮은 비유다. 이미 부자인데 더 투자해서 마르지 않은 자산을 갖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거다. 성공했다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그날 밤 죽었다니 뒤통수 후려치는 이야기지 않나. 구명회에게 적용해 말하자면 ‘한 남자가 죽을 위기에 놓였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해서 살아남았다. 그런데 그날 밤 죽었다’라고 볼 수 있다. 구명회는 그날 밤엔 살아남았지만, 며칠 후, 몇 년 후엔 죽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한석규 분)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설경구 분),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천우희 분)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한석규는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의 위기를 맞은 도지사 구명회 역을 맡았다. 처음엔 정의로운 인물로 보였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흔한 악역이 아니라 관객을 경악에 빠뜨릴 정도로 상상조차 힘든 일을 자연스럽게 행한다. 이런 그를 보면 과연 이 사람이 처음부터 악인이었을지, 아니면 그저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변한 것일지 인간의 선과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이처럼 캐릭터 구명회는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의 전사는 극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인물의 행동이나 구명회의 대사를 통해 일부 추측할 수 있다. 구명회의 어머니는 예의가 없고, 아버지는 궁상맞다. 아내는 이상하게 서늘하고 아들은 구명회에게 배타적이다. 그리고 구명회는 련화(천우희 분)에게 중국어로 “착하게 살라”고 말 한다.

관객이 끊임없이 사유해야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이 영화를 한석규가 선택한 이유는 “새로움” 때문이었다. 캐스팅 당시, 한석규는 새로움을 갈망했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영화를 처음 시작했다. 처음 고등학교 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직업 연기자가 됐을 때 가졌던 꿈을 생각해 보니 뉴(NEW)한 연기를 하고 싶은 거였더라. 새로운 한국영화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연기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석규가 ‘우상’에서 발견한 새로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직관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신들에 대해 한석규는 서양의 ‘인상파’ 미술과 비교하며, 이를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한국 영화’라고 말했다.

“나에겐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영화 끝났을 때 인물들이 무엇을 위해 행동한 건지 인상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영화는 가짜다. 그림이나 사진도 가짜다. 진짜는 실제다. 인상파 화가쯤에 와서는 그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 눈에 보이는 인상대로 그렸다. 그때 처음 인상파 작품을 봤던 사람들은 ‘뭐 이런 게 있나’ 싶었을 거 같다. 고흐 그림이 한 점도 안 팔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영화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 영화의 엔딩이 절대로 리얼(real)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관객들이 구명회-유중식-최련화 등장인물 세 명 중 한 인물만 집중해서 따라가면 쉽게 따라갈 수 있다. 퍼즐도 아니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에선 언어 또한 정보 전달보다는 이미지로 존재한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서 구명회는 청중 앞에서 외국어로 연설을 펼치는데, 그의 언어는 외국어가 아니라 짐승의 소리처럼 들린다.

“그 부분은 의도는 아니었지만 히틀러를 생각하고 연기했다. 내가 아는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장면이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히틀러의 연설 모습을 보았는데, 무대 연출로 보면 거의 Top3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연기한 부분은 배워서 낸 소리는 아니고 모두 애드리브였다. 감독이 후시 녹음 때 개 짖는 소리를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너무 세지 않나 싶어서 하지 않았다. 이수진 감독은 들어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하하.”

마지막으로 한석규는 새로운 영화, 새로운 연기를 위해 본인 또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한 부자가 있었다’란 문장은 나에게 ‘한석규가 있었다, 연기를 통해 많은 걸 누리고 싶었다. 인기 정점에 올랐다. 그리고 죽었다’라고 들리기도 한다. 그럼 연기와 영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건 뭐였을까. 현재까지는 ‘초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처음 연기를 하고 싶어 했던, 고등학교 때의 그 마음을 생각해 본다. 16살이 느꼈던 예술적 체험이었던 거다. 꾸준히 해보고 싶다. 왜냐면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연기를 한다. ‘왜 하냐’의 답은 나온 거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 부분은 계속 생각하면서 하는 거다. 내가 대학교 첫 연극을 포함하면 40년 정도 연기를 하고 있는데, 젊었을 땐 필터를 거쳐서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능하다면 가림 망을 모두 거둬내고 전부를 다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재료인 내가 좋아져야 한다. 그래서 요새는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질지 고민하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enter@etoday.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