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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썰] 이용섭 슈퍼바이저 "'도깨비' CG로 위상 제고, 배(船) 신만 두 달 걸려"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ㆍ문화 이야기.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가 종영한지 한 달이 넘었다. ‘도깨비’를 대체할만한 드라마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종영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배우들 못지않게 작품에 대한 연구와 애정으로 CG 명장면들을 탄생시킨 시각 효과 전문기업 디지털 아이디어의 이용섭 슈퍼바이저를 만났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작업을 한 그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도깨비’ 속 CG 작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냈다.

이용섭 슈퍼바이저는 최첨단 시각효과(VFX)를 통한 CG효과를 더해, 장엄하고 환상적인 영상미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시켰다.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도깨비’는 독창적인 스토리 전개, 공유를 비롯해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등 출연배우들의 매력적인 캐릭터 소화력, 히트메이커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와 영화같은 영상미를 자랑했다. 결국, 드라마의 구성요소들이 곧 흥행 포인트였다.

Q: CG,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전공과의 연관성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용섭:
연관성이 있다면 물론 좋죠. 시각디자인이나, 영상디자인 공부를 한 친구들에게는 유리한 부분이 있어요. 저는 예대 디지털아트학과를 나왔어요. 당시 시각효과(VFX)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입학했어요.

Q: 진로를 CG쪽으로 염두하셨네요.
이용섭:
제가 원래는 연극영화과 출신이에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는데, 여러 접근법을 시도하다가 찾은 돌파구였어요. 그렇게 CG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데 하면 할수록 이 일이 재밌더라고요. 꾸준히 하다 보니 벌써 일한지 9년이 넘었어요. 내년이면 10년을 채우네요(웃음).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CG 작업에서 슈퍼바이저의 업무는 무엇인가요.
이용섭:
현장에 나가서 감독님들과 대화를 해요. 작품에서 CG컷이 필요한 경우, 일단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나서 감독님과 의논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도깨비’ 1회의 배 장면은 감독님도 대본만 보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세요. 그래서 미리 필요한 CG 작업 시간을 안내하고, 그것에 맡게 영상을 만들어드려요. 콘티 대용으로 프리비주얼을 만들어서 촬영하기 편하게 하는 작업을 하죠. 또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듣고 작업자들에게 설명을 하는 역할을 하고요. 그래서 슈퍼바이저는 작업 전반에 대한 모든 부분을 알고 있어야 해요.

Q: 요즘처럼 CG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업계의 인식과 처우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죠?
이용섭:
드라마에서도 점차 CG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이미 영화에서는 CG가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사실 예전엔 현장에서 무시당하기도 했다고 해요. 왜 후반 작업팀이 여기 와서 그러냐는 식으로요. 지금은 서로 도움을 받는 상황이니까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아요.

Q: 영화, 드라마 등 장르에 따른 CG효과의 차이가 있나요? ‘도깨비’로 드라마 CG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확실하게 된 것 같은데요.
이용섭:
차이는 많아요. 일단 제작비부터 다르죠. 드라마는 대게 1, 2부 정도만 힘주려고 하는 경우는 있는데, 전 회 차를 모두 한 적은 ‘도깨비’가 처음이라고 봐요. 현장 여건상 드라마는 생방송 촬영이 많아서, 그 시간 안에 다 하기는 힘들죠. 그래서 드라마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영화를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3, 4개월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보통 6, 7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거든요.

Q: ‘도깨비’를 하면서 느낀 색다른 점은 무엇이 있는지.
이용섭:
제가 영화 ‘판도라’도 하고, 개봉 예정인 ‘궁합’이라는 영화도 했어요. 근데 드라마처럼 실시간 피드백이 온 건 처음이라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드라마가 인기가 많아서, CG에 대한 의견들도 댓글로 달리니까 놀랍더라고요. 그리고 배우 분들이 CG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영화는 원래 의존도가 높았어요. 드라마는 ‘도깨비’ 이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CG는 촬영 방법에 따라 사전제작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시청자들도 보는 눈이 높아졌어요. ‘도깨비’보다 이거 보니 유치하다는 댓글을 봤어요. 시청자들도 이제 퀄리티를 알아볼 정도가 된 거죠.

Q: 이응복 감독님과 작업은 어땠나요. 특별히 주문하신 내용이 있었나요?
이용섭:
드라마 회의를 진짜 많이 했어요. 다른 드라마는 궁금할 때 와서 물어보거나 ‘CG팀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맡겨버리기도 하거든요. ‘도깨비’는 12월 첫 방송이었지만, 반 사전 제작 드라마라서 9월 2일부터 배우들이 촬영을 시작했어요. 1회 배 신을 위해 9월 8일부터 작업에 들어갔어요. 저희가 최소 두 달은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그전까지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가 만든 프리 비주얼을 보여드리면서 ‘이 장면에서는 공유가 검을 뽑아 배를 치겠다’ 등의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보여드렸고, 계획대로 진행이 됐어요. 포상휴가 때 이응복 감독님이 사랑한다는 문자까지 보내주셨어요. 다음 드라마도 같이 하자고 하신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하하. 일정이 맞는다면 무조건 해야죠.

Q: 그런 사전 영상이 없다면, 배우들도 연기하기 굉장히 어렵겠네요.
이용섭:
다들 긴가민가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촬영을 해야 하니까요. 공유 형이 제일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특히 배 신 같은 경우에는 그냥 배 세워두고, 여러 감정 연기와 액션을 해야 했으니까요.

▲'도깨비' 1, 2회 배 신 CG 작업을 위한 촬영 모습
▲'도깨비' 1, 2회 배 신 CG 작업을 위한 촬영 모습

Q:인상 깊은 CG 명장면을 꼽는다면?
이용섭:
배 신이죠. 두 달 만에 한다는 것은 저희에게도 모험이었어요. 배를 실제로 제작해서 100%된 배는 세트장에 세워두고 70% 제작된 배는 아쿠아 세트에서 기울였어요. 물이라는 게 하루 이틀해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R&D도 해야 하고, 물의 방향, 파도의 높이에 따라서 시뮬레이션도 해야 하거든요. 저희 회사에 랜더팜이 있어요. 쉽게 말해 영상을 만들어주는 속도가 빠른 컴퓨터라고 보면 돼요. 영상을 만들기 위해 1초에 24프레임을 거는데, 그걸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 시스템이 있는 거죠. 그래서 작업자들이 빨리 인식하고 수정사항을 볼 수 있어서 두 달 안에 맞추는 게 가능했어요. 아, 3회에서 차가 쪼개지면서, 공유와 이동욱이 걸어 나오는 그 부분도 인상 깊어요. 김신이 검을 꽂고 도깨비로 태어났을 때도 개인적으로는 좋고요. 검이요? 실제로 검을 꼽은 상태로 연기를 하셨고, 저희가 효과를 넣었어요.

Q: 업무에 필요한 것은 뭐가 있나요
이용섭:
영화를 자주 봐요. 필요한 래퍼런스를 찾을 때 영화를 찾아보면서 작업해요. 영상도 트렌드라서 자주 보고, 흐름을 잘 읽혀두는 게 좋아요. 어떤 기술을 썼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도 하고, 좋은 툴이 나오면 구입하고 공부해서 수업도 하죠.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드라마 한 편, 한 신당 공들이는 작업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이용섭:
배 신 같은 경우에는 작업만 2달 넘게 걸렸어요. 150개의 물과 배경을 만들었거든요. 영화는 한편에 4-500컷 정도 들어가고 대작같은 경우에는 1000컷이 넘어요. ‘도깨비’를 작업할 때 목, 금, 토는 대부분 날을 샜어요. 시간을 맞춰야하니까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완성을 해냈죠.

Q: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겠네요.
이용섭:
그럼요. 저희도 대본이 와요. 1-3부가 왔는데 그걸 보고 선택했어요. 사실 드라마가 오면 살짝 고민을 하기도 해요. 타이트한 촬영 때문에 힘들거든요. 바로 바로 작업을 해야 하니까. 근데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응복 감독님께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진짜 저도 ‘도깨비’ 팬이었어요. 마지막 대본은 CG컷만 보고 다 안 읽었어요. 실제로 방송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서요(웃음).

Q: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에 자신의 작업이 완성된 컷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용섭:
늘 아쉬워요. 항상 잘했다고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있으면, 다른 앵글로 찍었으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거잖아요. 그런데 댓글에 ‘CG티가 났다’는 반응이 올라오면 성공하지 못한 거죠. 저희는 이 영상을 잘 만들어서 다른 관계자 분들한테 일을 얻잖아요. 그만큼 영상 결과물이 중요한데, 이틀 만에 작업을 하면 최상의 작업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주셔서 기뻐요. 요즘 ‘도깨비’ CG 패러디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홈 쇼핑몰에도 나오던데, 그거 보고 재밌었어요. 하나의 유행으로,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Q:시청자들이 앞으로 CG 장면을 볼 때 어떤 시선으로 봤으면 하는지.
이용섭:
CG라는 분야를 ‘도깨비’로 알려 기분이 좋아요. CG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서 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예요. 되게 신기하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CG 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자막과 이상한 합성으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좋은 영상과, 좋은 작품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여기고 많은 사람들이 생생한 CG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이용섭 CG 감독(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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