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세훈 기자]
5일 방송되는 MBC ‘다큐프라임’에서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 트러플의 화려한 존재와 욕망,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그 매력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850g 버섯 가격이 1억 4천만 원
850g에 버섯 하나 가격에 무려 1억 4000만 원. 듣기만 해도 입이 벌어지는 이 금액의 정체는 바로 지난달 이탈리아의 2021 알바 트러플 박람회에서 경매로 팔린 화이트 트러플 낙찰가이다.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truffle)’ 한국인들에게 다소 낯선 식재료이지만 세계는 이 버섯에 해마다 열광하고 있다. 매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이탈리아 알바에서 열리는 트러플 박람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10만 명 이상이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성황리에 열렸다. 박람회에서는 수많은 트러플이 거래되고, 이와 함께 미슐랭 셰프들이 진행하는 쿠킹쇼도 진행된다. 박람회 기간 중 가장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은 단연 화이트 트러플 경매이다. 경매는 온라인 현장 중계를 통해 모스크바, 홍콩, 두바이 등에서도 참여했다. 치열한 경매를 통해 무려 850g의 화이트 트러플을 거머쥐게 된 주인공은 홍콩의 한 기업가였다.
◆역사 속 수 많은 인물을 홀린 ‘악마의 음식’
트러플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만 자생하는 버섯 종으로 이탈리아에서는 피에몬테 지역과 토스카나, 움브리아 지역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이탈리아에서 트러플은 ‘트러플 헌터’를 통해 채취하고 있다. 땅속에서 자라는 트러플의 특성상 사람의 후각과 시각으로는 찾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돼지를, 지금은 훈련된 개를 통해 트러플을 찾는다. 트러플 채취 체험을 위해 스위스에서 온 한 관광객은 ‘트러플이 땅속에 있음에도 트러플 향기가 퍼졌고 코를 갖다 댔을 때는 바로 그 향에 취해버렸다’고 했다. 트러플 전문가인 볼로냐 대학교의 알렉산드라 잠보넬라 교수는 트러플의 향이 ‘유황 냄새에 가깝다’고 말한다. 트러플의 향을 맡은 개와 돼지가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트러플이 성욕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트러플은 한때 ‘악마의 음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19세기 대표 음악가 로시니는 트러플의 향과 맛에 매료된 대표적 인물이다. 로시니는 소고기와 푸아그라를 재료로 ‘로시니 필렛(Filetto al Rossini)’을 만들기도 하였다. 소고기와 푸아그라를 익히고 마지막으로 올린 트러플이 화룡점정이다. 이후 이 요리는 수많은 요리사가 따라 만들며 로시니의 명성 중 절대적인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인공재배에 성공한 트러플, 한국에서도 자란다
이번 박람회 행사에서 ‘알바 트러플 기사’ 작위를 받은 이탈리아의 트러플 회사의 후계자 올가 우르바니(나이)는 과거에는 한 시장에서만 자연산 트러플이 100~200kg씩 거래되었지만 지금은 10kg에 못 미친다고 한다. 현재 그의 아들 프란체스카 씨는 트러플 인공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트러풀 인공재배는 어린 개암나무와 떡갈나무 뿌리에 트러플 포자를 주입해 6~7년 후에 트러플 버섯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들의 농장에는 10만 개의 트러플이 자라고 있다.
트러플 인공재배의 노력은 지구 반대편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2019년부터 연구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생물교육과 엄안흠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경주와 포항에서 한국에서 자생하는 트러플 채취에 성공하였다. 이를 무균 상태의 참나무 어린 모종을 통해 접종묘를 생장시키고 외부에 심는 과정까지 진행 중이다. ‘한국산 트러플’을 우리 식탁에서 맛볼 날도 머지않게 되었다.
트러플의 활용 범위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러플 오일, 트러플 소금 등이 수입되고 트러플이 함유된 햄버거와 치킨, 과자까지 출시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뷰티계도 비건 열풍과 함께 화이트 트러플 화장품 개발에 성공하였다. 국내 한 대학과의 공동연구에서는 트러플의 추출물의 항산화 효과가 비교군인 프로폴리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