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뒤 숨겨진 냉혹함. 배우 최유화는 지난달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가출팸 숙소의 집주인이자 모든 사건의 배후, 김성희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섬뜩한 반전을 선사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얼마나 강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유화를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에서 만났다.
"김성희는 처음부터 저였던 것 같아요."
최유화는 JTBC '라이프', SBS '국민사형투표' 등 여러 전작에서 똑 부러진 전문직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최유화는 극 중 자신의 모습과 실제 모습의 괴리가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평소엔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고, 정장 한 벌 가지고 있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운명적으로 김성희에게 끌렸다고 털어놨다. 화려하지만 화장기가 없고, 가냘픈 체구를 가진 인물로 그려져 외적으로 느낌이 매우 비슷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김성희가 단순히 외형적 묘사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캐릭터가 김성희예요. 왜 그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죠. 김성희가 가진 모순적인 모습, 아들 도윤이를 향한 사랑은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의문을 던지게 하였어요."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만큼 촬영장 정체를 숨기기도 쉽지 않았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송연화 감독은 본격적인 촬영 전 오직 최유화에게만 '김성희가 바로 범인'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범인이란 사실은 비밀로 할 것을 요구했다. 덕분에 최유화는 매번 '마피아 게임'을 하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있었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이 시청자보다 먼저 만나는 대중인데, 이 사람들에게 김성희의 진실이 들키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오연수 선배가 저를 보더니 '네가 범인이지?'하고 물으셨어요. 그때 정말 당황했어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계속 거짓말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배우들과의 관계에서 진범임을 숨기는 것은 어려웠지만, 최유화는 이를 통해 김성희의 복잡한 이중성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 또 어느새 촬영장에선 김성희에 몰입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놀란 적도 있었다.
"그동안 저를 의심하지 않았던 구대홍(노재원)이 취조실에서 저를 의심하기 시작할 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섭섭하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현장에선 저 대신 구대홍이 범인으로 몰렸거든요. 하하. 사람들이 저를 의심하면서도 속아 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게 묘하게 재미있었어요."
최유화가 섭섭했던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아들 권도윤(조성하)이었다. 최유화는 "도윤이를 향한 김성희의 모성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도윤이는 엄마가 주는 밥도 다시 뱉을 정도로 유일하게 엄마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들을 바라보는 김성희의 눈빛과 행동, 엄마를 바라보는 도윤이의 두려움이 시청자들에게 의심과 불안을 일으켰다.
"성희의 범행 장면을 도윤이가 목격하는데, 그런 도윤이를 향해 '쉿' 동작을 취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건 제가 현장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였어요. 그 장면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활용하셨죠.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보이면서도, 김성희는 피해자인 척하는 데 능숙한 인물이었어요. 세세한 부분들을 표현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