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정년이'를 통해 제가 몰랐던 시대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어요. 홍주란을 연기하며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의 용기와 고민을 깊이 이해하게 됐죠."
배우 우다비의 이 한마디는 tvN 드라마 '정년이'가 왜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년이'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후반, 여성 국극을 통해 연대하고 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을 중심으로 펼쳐진 인물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시대를 상징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우다비가 연기한 홍주란은 윤정년의 조력자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던 인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홍주란은 195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상징하면서도, 윤정년과의 깊은 우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에서 만난 우다비는 홍주란을 연기하면서 그의 진심을 시청자들에게 더 알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매란국극단에서 정년과 함께 꿈을 키우던 홍주란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꿈 대신 결혼을 선택하는데, 원작과 다른 인물의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이해한다고 전했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선 주란이가 정년이와 함께 매란의 공주, 왕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겐 답답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주란이의 선택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받아들이는 단단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주란이가 비록 국극단은 떠났어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다비는 "홍주란이 소극적이고 기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지가 곧고, 꿈을 향해 나아갈 줄 아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우다비는 그런 홍주란을 4번의 오디션 끝에 만나게 됐다.
"오디션 때 판소리 '남한산성'을 준비해오라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소리를 처음 해보는 거라 긴장했고, 나름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독특하게 준비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망했다고 생각했죠. 하하. 그런데 감독님께서 제게 홍주란 같은 면을 보셨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땐 정말 기쁘더라고요."
'정년이'에 출연하는 배우들 국극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우다비는 약 반 년간 판소리와 한국무용을 배우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정년이' 속 두 번째 국극 '뉴 자명고'의 '구슬아기'였다. 구슬아기를 통해 우다비는 뛰어난 소리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슬아기 연기는 홍주란의 가능성과 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주란이처럼 소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어요. 촬영 기간을 합해 1년 넘게 수업을 들었어요. 처음에는 소리의 난이도와 선생님의 완벽함에 좌절했던 순간들도 있었어요. 그걸 이겨내고 좋은 장면을 만들어서 뿌듯해요.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우다비는 '정년이'를 준비하며 전통 예술의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특히 본격적인 촬영 전 김태리와 함께 여성 국극 공연을 관람했는데, 직접 여성 국극을 보니 그 매력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국극 배우들을 보며 배운 감정과 표현 방법이 제 연기에도 큰 영향을 줬어요. 국극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판소리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엔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 안의 한과 정서를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하하.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꼈습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