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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준희 감독 “‘뺑반’, 왜 멈춰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영화”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차이나타운’(2015)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범죄 장르의 영화였다. 화려한 액션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한 일반적인 범죄액션 영화가 아니라 투톱으로 내세운 김혜수-김고은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 범죄드라마였던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한준희 감독이 이번엔 ‘뺑반’으로 돌아왔다. ‘뺑반’은 뺑소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형사를 일컫는 말. 많은 영화에서 강력계 형사나 광역수사대가 마약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의 범죄들에 대해서 다루는 것과 사뭇 다른 소재다. 익숙한 듯 하지만 정작 자세하게 아는 부분은 없는 뺑반이란 소재처럼 한준희 감독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인생의 보편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Q. ‘차이나타운’이 잘되고 나서 고민도 생각도 많았을 것 같다. 3년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무엇인가.

A. ‘차이나타운’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도 있었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도 맞다. 잘 됐다는 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 작품 선택 기준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더 큰 영화를 해야겠다’ ‘어떤 장르를 해야겠다’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까’ ‘내 관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다.

Q.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뺑반’ 역시 기존에 김경찬 작가의 시나리오가 있었으나, 감독의 선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A. 평범하지 않은 쪽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생존에 관한 이야기였고, ‘뺑반’은 우선 경찰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했다. 우리는 그동안 굉장히 멋지고 통쾌하게 비리를 파헤치는 경찰들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형상화되어있는 경찰 말고, 실제 경찰이 어떤 갈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생각했다. 다른 구석을 살펴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 같다.

Q. 특히 뺑소니란 소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A. 뺑소니는 어감 자체가 큰 사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서운 범죄가 맞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대부분 뺑소니 범인들이 잡힌 다음에 ‘그 사람 죽었어요?’ 라고 가장 많이 묻는다더라. 본인도 어떤 결과를 초래할 줄 모르고 범죄를 짓는 거다. 뺑소니는 누구든 고의로 내지 않는다. 사고가 사건이 되는 거다. 또 검거율이 높은 범죄이기도 하다. 극중 민재(류준열 분)가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뺑소니 전담 형사들 대표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민재 직급이 순경이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Q. 작품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구성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A. 나는 캐릭터인 거 같다. 어떠한 캐릭터들을 만들어서 어떤 캐릭터와 부딪쳤을 때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해야지 시너지가 생길지 그림을 그린다.

Q. ‘뺑반’에서는 가장 먼저 어떤 캐릭터를 생각했나?

A. 이 영화에서는 민재와 시연(공효진 분)이었다. 기존 경찰 버디물처럼 티격태격하는 구성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게 전복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시연은 영화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면 최초의 목적을 달성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문한다. ‘내가 뜻하는 게 맞는 건가’ ‘이제 된 건가?’ 싶은 거다. 긴 시간 동안 고생해서 사건을 해결했는데 ‘결과의 과정들을 간과해도 되는 걸까?’ 생각한다. ‘범죄 크고 작음이 있는가?’ ‘결과를 위해 어떠한 대가를 치러도 되나?’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Q. ‘뺑반’의 주인공들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다.

A. 원래 장르의 결에서 보면 주변인물일 수 있는 인물들이 서사의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 카체이싱 장면을 보면 통쾌한 쾌감을 위해 달려가는데, 장르의 쾌감을 위해 그냥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쾌감을 위해 소비되는 단역들을 본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쫓아가는 형사들, 거기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고, 그래서 민재가 순경이고, 이 영화가 달려가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왜 멈춰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좋아하는 분도 안 좋아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간과하고 싶지 않았다.

Q. 민재와 시연, 두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였나?

A. 민재와 시연은 같은 결이 있다. 성장하는 캐릭터다. 우계장(전혜진 분), 윤과장(염정아 분) 등 베테랑급 형사가 있다면, 시연과 민재는 덜 자란 형사 느낌이다. 둘 다 유능하지만, 중간에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중요했다.

Q. 인물들의 전사가 모두 설명되면서 캐릭터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A. 모든 배우들과 캐릭터의 전사 얘기를 했다.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모든 인물들에게 서사가 있지 않겠나. 스크린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 말고도 어떤 것을 연상할 수 있다면 영화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 둘은 어떤 관계일 거야’ ‘둘은 뒤에 어떻게 될 거야’ ‘이 앞뒤에는 어떤 대화가 연결되어 있을까’ 등 연상할 수 있게끔 구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저런 이야기가 왜 필요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인물들이 반목하기도 하고 연대하기도 하면서 흘러가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Q. 민재는 2G폰을 사용하고, 재철(조정석 분)은 재벌임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닝복만 입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민재는 수사 외엔 폰도 옷도 헤어스타일도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눈앞에 있는 거 먹고 입고,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난다. 민재에게 이런 삶은 과거와 비교했을 땐 소중한 일상이다. 재철도 민재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고가의 물건을 쓰지만 자기 사업과 자동차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늘 트레이닝만 입다. 민재와 재철 둘 다 옷도 잘 못 입고. 이상한 너드스러움과 어린애 같은 분위기가 있다.

Q. 재철 캐릭터는 연기하기 굉장히 어려운 역이라고 생각한다. 한 순간도 편안한 순간이 없다. 조정석을 왜 불안함을 가진 악역으로 캐스팅 했나?

A. 재철은 악역이기도 하지만 모든 신에서 불안하고, 항상 강력하지 못한 인물이다. 재철이 평면적인 안타고니스트였다면 과거사를 말할 필요도, 목표가 있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 조정석에게는 악당처럼 연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지점에서, 2011년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에서 본 조정석이 떠올랐다. 당시 정석 선배가 불안함을 가득 안고 있는 고등학생 역할을 했는데, 그 불안함을 보여주는 얼굴의 결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저런 불안한 얼굴로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저 사람이 밤에 잠은 잘 수 있을까?’ 싶었다. 내겐 캐스팅 1순위였고, 감사하게도 만족스러운 작업을 했다.

Q. 마지막 재철이 햄버거를 먹는데 특히 쉑쉑버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A. 햄버거, 피자 같은 뉘앙스의 소품을 생각했다. 재철이와 어울릴 거 같은 음식이었다.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Q. 캐릭터의 전복도 좋다. 만삭인데 카리스마를 가진 우계장(전혜진 분)이 “임신한 경찰 처음 봐?”라고 대사를 하는 것은 물론, 전과자이지만 에이스 순경인 민재까지, 반전 매력이 있다.

A.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독특해 보이지만 어딘가 다 있을 인물들이다. 똑똑해 보이는 어린 형사인데 전과자이고, 임신해서 만삭의 몸으로 자신의 부서를 지키고 있는 경찰 등 실제 어딘가에서 다 활약하고 있을 거다. 분명 가능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상한 자연스러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언론시사회 때 “왜 여자 캐릭터를 많이 썼냐”는 질문이 나오자 “‘남자 캐릭터가 나올 땐, 왜 여자로 만들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다”라고 감독이 대답 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자 캐릭터를 썼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 질문이 나왔을 거다. 염정아가 “오랜만에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역할을 했다”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는데,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의 성별을 어떻게 구성하나?

A. 영화를 만들 때 밸런스를 생각할 뿐이다. 어떤 경우엔 여자만 나오는 영화, 남자만 나오는 것도 할 수 있다. 작품의 결이 먼저 있고 거기에 맞는 밸런스를 구성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사실 ‘차이나타운’ 때도 ‘왜 주인공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라고 묻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처음 썼을 때부터 여자로 썼던 거다. 그때도 나는 ‘왜 남자로 바꿔야 되느냐’ 물었다. 남자 주인공을 더 좋아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가 납득할 이유는 아니지 않나. 이런 질문은 내게 어렵다. 이건 우리 엄마가 왜 엄마고, 아빠는 아빠인가 묻는 거다. 그냥 만들었는데, 그거에 대해 ‘왜일까요?’라고 물으면 나는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Q. ‘뺑반’은 범죄오락 영화의 탈을 썼지만, 장르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범인을 잡으면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범죄오락 액션 영화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 직접 영화를 재밌게 볼 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면?

A. 조금 다른 뉘앙스도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 캐릭터 면면을 보여주는 재미도 오락이지 않을까 싶었다. 말씀처럼 ‘뺑반’은 앞뒤가 다른 이야기다. 작법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는 게 있다. 앞에서 가져가고 있던 서사가 끊어지고 나서 ‘이제부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방식이 ‘맞다’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동의가 어렵다면 내 역량 부족일 것이다.

Q. 엔딩에 김고은이 특별출연했다. 시즌2가 나온다면 김고은이 출연해서 민재(류준열 분)와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 것 같은 내용으로 끝이 났는데, 김고은과 후속작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이 있나?

A. 여지를 남겨둔 부분은 있다. 민재와의 서사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정확한 건 없다.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후속은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없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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