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3일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에서 이 가을 오르고 따고 맛보고 즐겨서 행복한 가을 사냥꾼들을 만나본다.
경기도 가평, 시원한 바람 부는 가을이면 나무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30m 높이의 나무를 올해 5년째 직접 오르고 있다는 장금성 씨. 나무에 높이 매달린 잣송이들을 장대로 직접 털어야만 잣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겨울이 오기 전 11월까지만 수확할 수 있는 잣을 따기 위해 금성씨가 나무 한그루에 오르는 시간은 15분 남짓. 높은 나무에 올라 매섭게 부는 바람에도 장대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길 수 없는 까닭이다.
위에서 잣 터는 사람들이 있으면 아래에서 잣을 줍는 사람도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잣송이 비를 피해서 포대자루에 잣송이를 담는 임민재 씨. 그는 가득 채워진 포대 안의 잣송이가 바깥으로 쏟아지지 않게 포대에 솔잎을 넣어 묶는 작업을 수도 없이 해낸다. 뿐만 아니라 그 무거운 잣포대를 직접 들고 나르는 일도 그의 몫. 하지만 차에 가득한 잣 포대를 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는 그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부는 산, 나무 꼭대기에 올라서 따낸 가을의 맛을 만나본다.
오늘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가을 산에만 만날 수 있는 절벽의 대물. 먼저 대물 채취 성공과 무사 귀환을 위한 약식 제사를 지낸다. 오르고 따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지만,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제 품을 내어주는 것은 산신 뜻이라 믿는다는 영호 씨. 대물을 기대하고 오른 산중 어귀에서 반가운 형님, 이형용 씨를 만났다.
작년 이곳에서 노루궁뎅이 버섯을 채취했다는 형용 씨의 말을 따라 산에 오르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절벽 틈 사이에 자리를 잡은 대물 도라지이다. 뿌리가 긴 탓에 뿌리까지 온전히 채취할 욕심에 한참을 절벽에 매달렸지만,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영호 씨는 결국 바위 아래로 끝없이 뻗어간 뿌리를 어찌할 수 없어 잘라내기로 했다. 캐고 보니, 최소 30년은 묵은 대물 절벽도라지. 이 맛에 가을 산에 오른 것이다. 오랜 산행을 마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생한 둘을 위해서 함께 산을 오르지 못한 매형, 심영진 씨가 준비한 약초 삼계탕이다. 시원한 계곡에 앉아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 맛보고 즐기면 황제도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