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맛의 유산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20년째 표고 농사를 짓고 있는 이영숙 씨는 어려서부터는 크게 관심 있지 않던 음식 만드는 일이 결혼 하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역에서 소문난 손맛 장인이 되었단다. 이영숙 씨는 음식 맛으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 방송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 파브리치오 페라리셰프였다. 방송 이후에도 꾸준하게 인연을 맺고 있다.

이영숙 씨는 표고버섯을 활용한 염장표고버섯발효액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고, 발효액을 만들고 남은 표고버섯은 술안주에 제격인 표고버섯포로 완성한다. 찹쌀풀 대신 파스타를 오래 삶아 갈아 넣은 파브리셰프의 비법이 담긴 단호박물김치와 스승님이 재배한 표고버섯으로 만든 이탈리아 요리 카차토라까지 더해지면 스승과 제자의 합작품이 가득 담긴 풍성한 밥상이 완성된다.

새벽 5시면 불이 켜지는 김천 반곡마을의 한 두붓집. 매일 콩을 갈아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김은경 씨는 할머니, 엄마의 뒤를 이어 3대째 두부를 만들고 있다. 날씨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콩 불리기부터 삶는 시간, 간수를 붓고 잘 저어주는 일까지 본격적으로 엄마의 두부를 배운지도 20년. 1940년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두부 맛이 김은경 씨의 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두부가 팔리지 않고 남을 때면 얼려서 보관했다가 끓였다는 언두부찌개와 두부를 막장에 담아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 먹었다는 두부장과 간장두부절임까지 더해지면 두부 가게 요리가 총출동한다. 엄마를 이어 가업을 잇고 싶다는 작은 공주, 둘째 딸까지 함께하니 고단했던 김은경 씨의 하루도 보람으로 가득하다. 세월을 잇고 맛을 잇는 김천 두부 가족의 밥상을 만난다.

2-3월이면 순창 고추장마을은 집마다 고추장을 담느라 분주하다. 옛날부터 옥천(玉川) 고을로 불릴 만큼 물이 좋아 온도와 습도, 안개일 수가 발효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고추장 담기에 좋았다는 순창. 젊은 나이에 순창 전통 고추장 제조기능인 되었던 고수자 씨는 40년 넘게 고추장과 함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엄마의 고추장을 많은 사람에게 맛보이고 싶었던 딸, 유지영 씨는 엄마의 고추장으로 음식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랜 전통으로 만들어진 고추장이 딸의 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오늘은 엄마의 고추장 담그는 날이다. 유지영 씨에게 엄마의 고추장 만드는 비법이 전해지는 날이기도 하다. 콩을 삶아 만드는 메주와는 달리 쌀가루를 더해 만든 고추장 메주. 잘 띄운 메주를 곱게 빻아 가루를 내고 찹쌀을 쪄서 버무려 엿기름물을 부어 삭힌 다음, 메줏가루, 고춧가루, 소금을 넣고 버무려 6개월을 숙성하면 엄마의 고추장이 완성된다. 엄마의 고추장이 완성되니, 딸 유지영 씨도 손이 분주해진다.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영주는 오래된 고택과 종가들이 많은 곳으로 전통 내림 음식이 전해오는 곳이다. 이신옥 씨는 영주에 전해오는 옛 전통 음식을 찾아 발굴하고 기록해 온 향토음식 전문가이다. 젊은 시절부터 솜씨 좋기로 소문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던 이신옥 씨는 영주 지역의 향토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종가에 찾아가 제사에 참여하며 음식을 기록하고 마을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각 마을마다 음식들을 기록해오고 있다.
음식 솜씨 좋은 엄마의 어깨 너머로 음식을 배우며 자란 막내딸 박누리 씨는 이탈리아 셰프가 되었지만, 요즘 시간이 날 때면 엄마를 찾아와 옛 음식과 한식을 배우며 엄마의 레시피를 기록하고 있다.

집안의 음식인 대구 뼈를 발라내고 다져 만든 대구난젓으로 끓인 대구난젓찌개와 메주의 검은 부분을 떼어 넣고 된장과 함께 끓여 먹었다는 담북장찌개도 딸 박누리 씨에겐 가치 있게 기록할 음식이 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옛 음식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맛의 유산을 잇고 기록하는 이신옥, 박누리 모녀를 만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