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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배해선, 이렇게 된 이상 '해피니스'를 향해 간다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티빙 '해피니스', JTBC '구경이'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티빙 '해피니스', JTBC '구경이'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배우 배해선은 2015년 드라마 '용팔이'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TV 드라마에 데뷔했다. 그가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는 익히 유명한 베테랑 배우라는 것을 굳이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됐다. 배해선은 자신이 작품에 반드시 필요한 소금 같은 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배해선의 내공은 워낙 탄탄했기에 '용팔이' 이후 그를 찾지 않는 곳이 없었다. tvN '굿 와이프', '호텔 델루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타트업',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KBS2 '출사표', 영화 '너의 결혼식', '암수살인', '롱 리브 더 킹',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2015년 이후 그가 출연한 작품은 특별 출연을 포함해 서른 편이 넘는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TV와 OTT 플랫폼을 오가면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해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는 4선 국회의원 '차정원', 티빙·tvN '해피니스'에선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노리는 '오연옥', JTBC '구경이'에선 따뜻한 성품의 이모 '정연'을 연기했다. 서로 다른 얼굴의 배해선을 만날 수 있었다.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배해선은 "시간 차를 두고 찍었는데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캐릭터마다 다른 이유와 다른 결을 가진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각 작품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분량만 따지자면, 배해선이 세 작품에서 연기했던 인물들이 작품 내에서 그렇게 자주 등장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배해선이 연기한 인물들의 존재감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배해선은 "누가 해도 될 것 같은 역할이 아니라 누가 하면 더 특별해지는 역할들이 있다"라면서 자신이 연기했기에 더 특별한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더 깊이 헤집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해피니스'의 경우에는 선과 악의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고립된 인간들이 부지불식 간의 이기심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 거죠. 인간 내면에서 전염병이 일어난 거죠. 인간의 나약함, 당연한 이기심이 어디까지 인간을 몰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어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배해선(차정원 역)(사진제공=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배해선(차정원 역)(사진제공=웨이브)

배해선은 누구나 배우가 될 순 있지만, '배우 ○○○'으로 남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라며 "작은 역할은 없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한다"라고 말했다.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하면 상상력을 발휘해서라도 서사를 만들고, 체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배역을 철저하게 이해했다면 현장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했으리라'는 확신 하에 목청이 커진다고 전했다.

특히 '용팔이' 이후 TV, 영화로 활동 반경을 넓힌 이후에는 마치 사회 초년병이 된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기에 대해, 배우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잔뼈가 굵다, 연기에 대해 좀 안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아직도 연기를 어려워하는 신인"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TV로 영역을 넓히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이전까지 긴 시간 무대에 있었고, 큰 역할, 어려운 역할들을 맡으면서 나름 누린다면 누렸죠. 인정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그때도 내 실력에 갈증을 느꼈고, 여백이 보였어요. 그런데 TV 드라마는 무대와 또 다르더라고요. 생각할 게 많아요. 무대에서는 그 인물로 보이려고 꾸몄는데, 카메라 앞에선 정말 그 인물이 돼야 해요. 할수록 재미있지만 알수록 어려운 게 연기더라고요. 덕분에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졌고요."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배우 배해선(사진제공=버드이엔티)

배해선과 함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 출연했던 배우 김성령은 "배해선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배해선을 칭찬한 바 있다. 그는 "내년에 호랑이 해인데, 내가 호랑이 띠"라며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라고 겸손을 차렸다. 이어 2020년 '해피니스(행복)'이 가득한 해였다고 돌이켰다.

"20~30대에는 '배우 배해선'으로 사는 것에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인간 배해선의 삶은 없었죠. 이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시간을 만들어보려 해요. 즐길 거리, 공부할 거리들이 세상에 많더라고요. 활기차게 살수록 배우한테 더 도움이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이것저것 다 맛보고 있어요.(웃음)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남여노소 상관 없이 열정이 식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 사람으로서, 또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로서 보여주고 싶어요."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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