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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대기자의 '스타 메모리'] '가왕' 조용필과 '형 동생' 된 날②

[비즈엔터 홍성규 기자]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가수 조용필(이투데이DB)

①에서 계속

때는 조용필의 역사적인 중국 공연이 이뤄지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던 날이었다. 계속 해외에 체류하던 사람이다 보니, 따로 약속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냥 무조건 공항으로 나가아 조용필에게 부딪쳐 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공항에는 조용필을 취재하기 위한 많은 기자들과 팬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입국장 게이트가 열리고, 조용필 일행들이 모습을 보였다.

여러 팬클럽에서 나가 꽃다발을 선사했고,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조용필은 간단한 인사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항까지 나가 구름떼같은 군중들에 밀려 "어~어"하다가 조용필을 놓쳐 버린다면 큰 낭패였다. 나는 "비켜요. 비켜"하고 큰소리로 막말까지 해대며, 마구 밀쳐내고 앞으로 쫓아 나갔다. 조용필을 향해 다가서자 일행들이 막아섰다.

"저 홍성규 기자입니다. 말씀 전해 들으셨지요. 저랑 지금 무조건 만나셔야 합니다."

조용필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여기서는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아리야스로 와요"라고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일행들과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리야스'는 당시 여의도 KBS별관 근처 카페로 방송 관계자, 매니저들이 많이 가는 장소였다. 신입인 나로서는 사실 '아리야스'가 뭐하는데 인지 몰라, 그날 공항에 나온 다른 관계자들에게 물어 간신히 알 수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아리야스'에 도착한 나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홀에는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앉아 있었고, 카페 여종업원이 눈치껏 나를 알아보고는 별실로 안내했다.

조용필은 혼자서 편안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순간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명함을 먼저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조용필은 이야기는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인터뷰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금방 조용필의 입으로부터 "인터뷰를 다음에 하면 좋겠다"는 거절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마치 이같은 말을 입막음하기라도 하는 듯, 뜬금없이 묻지도 않는 내 소개를 시작했다.

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다른 가요 기자들과 다르다. 나도 대학시절 밴드를 하던 사람이고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지미엔드릭스, 제임스갱, 그랜드펑크, 유라이어힙 등이다. 우리 친형도 밴드 기타리스트인데,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고 들국화 전인권과 함께 활동했다. 그래서 신문사에 들어와서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연예부를 혼자 지망했다. 가요 기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스캔들 같은 기사는 말고, 음악 전문적인 내용으로 쓰겠다고 숨도 쉬지 않고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조용필은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듣고 나서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우리 집으로 가서 한잔하며 이야기 나눌까요"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냥 커피 마시며, 첫 인터뷰만 해도 성공이었는데, 자택까지 따라가서 취중 토크까지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박이었다.

조용필은 어차피 술을 마실 것이니 내가 타고 온 차는 여의도에 두고, 자신의 승용차를 함께 타고 가자고 했다. 나는 신문사 연예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회사로 못 들어간다. 조용필씨 집에 가서 술 한잔하며 인터뷰한다"고 보고 했다. 회사에서는 "잘됐네. 수고했다. 특종 꺼리 많이 낚아라"며 강한 기대감을 표했다.

서초동 자택에 도착한 조용필은 일하시는 분에게 역시 "술은 쏘주"라며 소주와 찌개 같은 안주를 내오게 했다. 술상이 나오자, 조용필은 재미있다는 듯 내 이야기를 계속해보라고 했다.

나는 취재기자로 그 자리에 와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대학생 밴드 시절 이야기와 어떻게 해서 기자가 됐는지, 음악을 왜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어떤 집안인지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조용필에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했다. 용필이 형(조용필)도 기다렸다는 듯 편안하게 말을 놓으면서 "인터뷰도 좋지만, 이렇게 흉금 털어놓고 이야기 나누니 너무 좋다"고 동의했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기자 선배들로부터 "절대로 취재원과는 형 동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꼭 써야 하는 기사를 못 쓰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취재원과는 너무 가깝지도, 멀어서도 안 된다. 불가근불가원이다"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막히듯 들었다. 하지만 '가왕'의 인터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같은 기자 신조는 잠시 접어둬야 했다.

③으로 계속

홍성규 기자 skhong@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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