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31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뜨거운 연대 대신 헐거운 연대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특별한 세 집을 만나본다.

경기도 동두천, 서로를 쏙 빼닮은 쌍둥이 집이 두 채 있다. 유럽풍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집은 살굿빛이 도는 스페인식 기와지붕이 포인트다. 하지만 이 집의 진가는 직접 집 안으로 들어가 봐야 확인할 수 있다. 둥글둥글한 모서리를 가진 벽면은 볏짚을 압축해 쌓아 만든 것. 벽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음각 액자에는 숭숭 구멍이 난 볏짚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책 속에서만 보던 ‘스트로 베일 하우스’ 라는 증거인 것. 인영씨는 시간이 흘러 그들이 이 세상에 없을 때 이 집 역시 그들과 함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자연 재료인 지푸라기, 흙, 황토, 석회로 만든 ‘스트로 베일 하우스’로 집을 지었다. 집을 짓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니던 직장을 1년 휴직까지 하고 내 집 짓는 그 현장에 잡부로 나섰다.

특히 인영씨가 이 집을 더 사랑하는 이유는 집 안 곳곳에 그의 로망이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 덕후인 인영씨는 집 안 곳곳에 <나니아 연대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자 아슬란이 다시 살아난 돌 탁자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문인 옷장, 그리고 탑차의 적재 공간을 땅에 묻어 만든 지하 세계까지. 그의 집 곳곳을 탐험하다 보면 환상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와 있는 듯하다.

선아씨의 집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성철씨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주차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선아씨를 위해 깔아놓은 레드카펫 <아내의 길>이 있고, 안방엔 선아씨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는 남편표 책장이 있다. 거기에다 이제는 강아지 메시의 집이 되어버린 창고, 스머프 집까지. 집안 곳곳엔 남편 성철씨의 사랑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어느 날은 다투기도 하고, 어느 날은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웃기도, 울기도 하고. 끈끈하진 않아도 헐거운 이웃집 연대를 유지 중인 두 집을 탐구해본다.

공구를 자주 빌리러 오는 앞집 남자 구형규씨도 헐거운 연대기에 발을 들인 지 벌써 3년째다. 인영씨를 따라 이곳으로 세 번째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네 번째 가족도 곧 이사 올 예정이다.
형규씨 역시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1년간 휴직을 감행했다. 그렇게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가며 선택한 집이 패시브 하우스. 지구를 살리고 가족을 구하는 집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완성된 집은 2.5리터의 패시브 하우스. 올겨울 최고로 많이 나온 난방비는 4만 5천원이고, 태양열 발열판 덕분에 전기세는 한 달 천원이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