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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의 온 더 스테이지] 연극 '파우스트', 박해수의 달콤한 유혹

[비즈엔터 김하영 기자]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저랑 내기하실래요? 주님께선 그자를 잃게 되실 것입니다."

막이 오르고 무대가 밝아지면서 악마 메피스토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신과 천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 당돌한 모습으로 신에게 내기를 제안하는 메피스토의 얼굴은 어딘가 섬찟하기도 하고 음산한 광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쓴 역작 '파우스트'가 무대로 옮겨졌다.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연극 '파우스트'는 지난달 31일 베일을 벗었다.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공연은 독일 문학의 거장 '볼프강 폰 괴테'가 일생에 걸쳐 쓴 '파우스트'의 내용 중 '비극 제1부'를 무대 위로 옮겼다. 방황 속에 질주하는 인간, 욕망의 끝에서 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악마 메피스토는 평생을 존경받는 학자로 살아온 파우스트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한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유혹해 신을 떠나게 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파우스트는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대가로 자신의 영혼을 요구하는 메피스토의 제안을 수락한다. 마법의 약을 마시고 젋어진 파우스트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녀 그레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메피스토의 능력을 빌어 그레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던 파우스트는 결국 그녀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는 파멸의 시초가 된다.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고전은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직접 관람한 연극 '파우스트'는 그런 편견을 완벽하게 깼다.

제목은 익숙하지만, 선뜻 책을 펼치기 어려워 매번 완독에 실패했던 '파우스트'의 내용을 연극 무대에서 보고 있노라니 165분이라는 긴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파우스트가 느끼는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감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연상케 해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막이 오르면 곡선형의 대형 LED 스크린과 무대 위 대형 성모 마리아상이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공연이 진행된 후에는 거대한 LED 배경을 활용해 시시각각 영상을 바꾸는데, 이러한 '파우스트'의 인상적인 영상 연출은 관객들이 극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기존 연극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시네마 시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한층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개막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무대 위에서 남다른 연기 내공을 보여주는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특히 메피스토 역의 배우 박해수와, 늙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유인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휘몰아치는 연기력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무대에서 단 0.1초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오징어게임', '수리남',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의 굵직한 작품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박해수는 5년 만에 '파우스트'로 연극 무대에 컴백했다. 5년간의 무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박해수는 메피스토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해 내며 연극 '파우스트'가 왜 '박해수를 위한 연극'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만약 메피스토가 박해수의 모습이라면, 나도 영혼쯤은 기꺼이 팔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연을 보여줬고, 파우스트의 영혼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친 듯 했다.

1996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던 배우 유인촌은 27년 만에 파우스트 역을 연기하게 됐다. 베테랑 배우 유인촌이 보여주는 파우스트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파우스트의 무력감과 절망감 등 유인촌이 연기하는 감정선은 관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충무로의 보석'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우 원진아는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레첸의 감정 변화를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랑에 빠진 수줍은 소녀의 모습부터 모든 걸 잃어버린 듯한 공허한 그레첸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젊은 파우스트 역할의 배우 박은석 역시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 주며 무대 위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

'파우스트'는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긴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원 캐스트'로 진행된다. 그만큼 무대 위 배우들의 호흡이 완벽하다는 '파우스트' 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고전 작품을 무대 위로 옮긴 연극이고, 165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 탓에 혹여나 지루하면 어쩌지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대사들은 관객들을 웃게 하고,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활용해 등장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등장인물로 변신한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역대급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파우스트'는 인간의 본질에 집중하며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책으로는 쉽게 펼쳐 보기 어려웠던 불멸의 고전이 전하는 깊은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조금 더 쉽게 만나보길 추천한다.

연극 '파우스트'는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김하영 기자 khy@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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