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배우를 처음 시작할 땐 스스로 확신이 없었어요. 저보다 훨씬 끼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제가 잘났다고 생각했으면, 진작에 배우를 한다고 했겠죠? 하하."
처음에는 청순한 비주얼에 시선이 간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엉뚱한 매력이 있으면서도, 그 안에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아직 꽃망울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언젠가 만개할 것이라고 말하는 배우 이은재를 최근 서울 마포구 비즈엔터 편집국에서 만났다.
이은재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그는 배우 이현우가 연기한 '인선'의 첫사랑 '경진', 경진과 똑같이 생긴 일본인 '유미'를 연기해 '드림'을 본 관객들에게 '1인 2역을 연기한 저 여배우는 누굴까'하고 호기심을 안겼다.
"배우 일을 하면서 꼭 만나고 싶었던 감독님 중 한 분이 이병헌 감독님이었어요. 그런 감독님 영화에 이렇게 빨리 출연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이은재는 영화 '드림' 오디션을 봤던 날을 떠올렸다.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기에 오디션의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그를 만나고 인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행복은 행운으로 이어졌다. 이은재는 '드림'에 출연할 수 있게 됐고, 합격 통보 이틀 만에 전체 배우들의 대본 리딩 현장에 참석했다.
'드림'에는 아이유, 박서준을 비롯해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등 수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은재는 그들과 함께 있으며 선배들의 인간적인 매력에 풍덩 빠졌다. 특히 '드림'은 코로나 19로 인해 약 2년 만에 촬영이 재개됐는데, 이은재는 자신이 2년 전 이야기했던 고민을 선배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2020년도에 국내 촬영을 할 때 한 회식자리에서 고창석 선배께 제 고민을 말한 적이 있어요. 시간이 흘러도 난 그대로인데 주변에서 변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2년 뒤 헝가리 해외 로케 때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고창석 선배가 제 고민을 다시 한번 얘기하면서, 주변의 말에 너무 크게 상처받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신기하고도 감사했어요."
박서준 또한 이은재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워낙 작은 역할이라는 생각에 현장에서 다소 소심하게 있었던 이은재에게 박서준은 "'경진'과 '유미'라는 역할은 대한민국에서 너만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은재는 그전까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배우는 많다는 생각으로, 쫓기듯이 작품에 임했는데 박서준의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은재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서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신성한(조승우) 변호사 사무소의 직원 '유새봄' 역할을 맡았다. 상사 앞에서도 거침없고 직설적인 성격의 캐릭터로, 등장할 때마다 통통 튀는 매력을 전하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PD님께서 잠깐 나오지만, 순간적으로 시청자들을 확 휘어잡는 연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흔히 말하는 'MZ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그동안 연기해본 적 없던 캐릭터라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하하."
무엇보다 '신성한, 이혼'에서 이은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조승우의 존재감이었다. 이은재는 자신이 인생 영화로 꼽는 '클래식'의 주인공 조승우와 함께, 한 공간에서 연기한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했고, 눈을 마주칠 여유조차 갖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조승우를 비롯한 선배 배우들에게 빈틈을 자주 보인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신성한, 이혼'을 통해 이은재는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제 대사만 완벽하게 외우고, 어떤 한 톤으로 연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촬영장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들은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것까지 외우고, 그들이 대사할 때 자신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계산하시더라고요. 또 선배들은 현장에서도 대본을 손에 놓지 않고 끊임없이 좋은 연기를 고민하세요. 저도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②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