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스틸컷(사진제공=NEW)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나 프로거든?"

배우 김선호가 영화 '귀공자'(공동제공/배급: NEW)에서 맡은 '귀공자'는 입버릇처럼 자신을 '프로(Pro)'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 기술을 가진 사람 말이다. 꽤나 유치하고, 만화 같은 대사다. 그런데 김선호의 맑은 눈에서 쏟아지는 미치광이의 눈빛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사람은 프로다.

▲영화 '귀공자' 스틸컷(사진제공=NEW)

영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영화 '신세계', '마녀' 시리즈 등을 통해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과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던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누아르를 시도했다.

'귀공자'는 귀공자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액션신으로 시작한다.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 능글맞은 미소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게 하는 특유의 유머, 여기에 날렵하고 빠른 액션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귀공자' 스틸컷(사진제공=NEW)

관객들에게 단번에 강렬한 인상을 심은 귀공자에 이어 '코피노' 마르코가 등장한다. 마르코는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한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불법 투기장에서 싸움을 하고 있다. 귀공자는 먼발치에서 거친 인생을 전전하고 있는 마르코를 지그시 바라보고, 관객들은 귀공자가 무슨 이유에서 마르코의 주변을 맴도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마르코가 한국에 넘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마르코는 재벌 2세 한 이사(김강우)의 초대로 한국에 오는데, 그와의 만남을 귀공자와 윤주(고아라)가 방해한다. 귀공자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마르코와 절대 그를 놓칠 수 없는 한 이사, 필리핀에서부터 우연을 가장해 계속해서 마르코를 채가려는 윤주의 얽히고설키는 모습은 '귀공자'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 '귀공자' 스틸컷(사진제공=NEW)

'귀공자'의 처음과 끝은 단연 김선호다. 김선호는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매력에 '맑은 눈의 광기'를 더했고,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난 프로거든"이라며 끝까지 마르코를 쫓아가는 모습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김선호가 과거 사생활 논란에 휘말렸을 때 박훈정 감독이 김선호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귀공자'의 촬영을 강행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인 강태주, 마성의 매력을 발산하는 김강우, 미스터리하면서도 신비로운 고아라의 호연도 돋보인다. 강태주는 이유도 모르고 도망치는 타깃의 슬픈 눈빛을 잘 표현했다. 김강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빌런이다. 위트를 더해 나쁜데 이상하게 끌리는 마성의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김선호와 장총을 들고 대립하는 장면은 후반부의 핵심이다. 고아라는 귀공자의 카체이싱 액션을 담당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김강우, 김선호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 '귀공자' 스틸컷(사진제공=NEW)

'신세계'에서는 잠입 스파이, '마녀'에서는 초능력을 소재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여준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에선 액션 종합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높은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와이어 액션, 도로를 거칠게 달리는 카체이싱, 주먹과 칼, 장총 등 무기를 가리지 않는 1대 다수의 난투까지 '귀공자'는 보는 맛이 확실한 영화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귀공자의 몇몇 대사는 마치 소년만화를 보는 것 같아 때로는 유치하게 들린다. 또 귀공자에 대한 배경 설명이 거의 없다 보니 개연성이 부족하게 보이는 장면들도 있다. 유혈이 낭자한 액션신은 장르적 호불호를 유발한다.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쿠키 있음. 1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