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①에서 계속
주지훈은 영화 '비공식작전'에서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현지 택시기사 판수를 연기했다. 판수는 월남전을 거쳐 먹고 살기 위해 레바논에 정착한 인물이다. 아랍어, 프랑스어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안다.
주지훈은 판수를 연기하기 위해 아랍어 과외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체중을 12kg 증량했다. 통풍과 이명을 겪었지만, 이국적 풍경 속 한국인 택시 기사가 있는 장면에서 이질감이 생겨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987년의 분위기를 반영했어요. 고양이들도 경계심이 발동하면 털을 세워서 몸집이 큰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판수도 마찬가지예요. 당시 레바논은 동양인에 대해 배타적이던 시기이기 때문에 몸집을 키웠습니다."
모로코에서의 촬영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모로코 여러 도시를 3개월에 걸쳐 이동하며 촬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기 때문에 30시간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주지훈은 "비염이 있는데 콧구멍을 자주 쑤셔 힘들었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로코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아프리카 대륙에 있으니 당연히 반팔 옷만 챙겨갔거든요. 그런데 날씨가 15도 안팎이었어요. 엄청 추운 거예요. 거기에 모래바람까지 불어서 급하게 패딩을 하나 사 입었죠."
'비공식작전'은 지난 주말, 34만 58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관객들은 영화 후반부, 갱단의 총격을 피해 레바논 골목을 누비는 카체이싱을 '비공식작전'의 백미로 꼽는다. 일각에선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못지않은 자동차 추격전이라고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제 출연료가 톰 크루즈의 5분의 1도 안 되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하하. 촬영 당시에는 뒷좌석에 앉은 하정우 형과 오재석 서기관 역의 임형국 배우가 걱정되더라고요. 그래도 액션 팀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미리 연습해보고 할 만하다 싶으면 제가 직접 운전했었습니다."
카체이싱 신을 통해 주지훈은 김성훈 감독을 더욱 동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개월에 걸쳐 세 도시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집착, 영화에 대한 애착이 8분가량의 멋진 카체이싱 시퀀스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공식작전'에 자신들이 진심을 쏟아부었던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모든 영화 역시 동료 영화인들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전하며 아낌없는 응원을 전했다.
"모두 다 친한 사람들이에요. 이번 여름을 떠나 배우로서 한국 영화계가 조금 더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때는 다른 작품이 잘 되면 배 아프고 시기 질투하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관객들에게 모든 작품이 감동을 선사해서 한국 영화계 자체가 건강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