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 없는 아티스트' 정구호가 신인 가수 유은호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정구호는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데뷔곡 '눈부시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명을 사용해 노래를 발표한 것을 비밀로 하려 했다. 아직도 내 노래를 내가 듣는 게 익숙하진 않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정구호는 1997년 패션 브랜드 구호(KUHO)를 론칭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2년에는 국립무용단 '단'을 연출하며 공연 연출가로도 명성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오페라 '나비부인', 무용극 '그리멘토'를 연출했다.
또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리움·호암 미술관 리뉴얼 총괄,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 서울디자인2023 주제 전시 기획을 맡는 등 예술 감독으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가수로서 노래를 발표한 것은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정구호의 오랜 소망이었다.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미술을 선택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었다"라고 말했다.
음악은 항상 그와 함께 했다. 그는 장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음악을 들었다. 지금까지 창작 작업을 할 때 음악은 중요한 요소였다. 노래를 정말 좋아해 보컬 레슨을 받기도 했다.
그의 가수 데뷔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속한 '노래방 모임' 덕분이었다. 정구호는 "'눈부시다' 작곡가 도토리M(양유정), 그리고 친한 친구 몇 사람이 노래방 모임 회원들이다. 그들에게 노래를 내고 싶단 말을 했더니 다들 나서줬다"라고 설명했다. 예명 '유은호'도 작곡가 도토리M을 비롯한 노래방 모임 회원과 정구호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작곡가 도토리M은 "정구호는 볼 때마다 깊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며 그를 오랫동안 생각하며 '눈부시다'를 작곡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구호는 "가이드곡을 처음 듣고 너무 내 얘기 같아 감동이었다"라며 "그는 내 나이, 내 또래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싱글 '눈부시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추억을 노래하는 아련한 발라드곡이다. 프로듀서 올블랙이 프로듀싱 전반을 맡았고,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피아니스트 엄태환의 연주,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선율이 돋보인다. 곡 전체를 아우르는 융스트링 오케스트라 연주와 유은호의 담백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정구호는 "다른 창작을 할 땐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래는 다르더라"라며 "이번 싱글을 준비하며 노래엔 진심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 나이가 되면 많은 걸 이루기도 했고,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다. 또 행복하면서 쓸쓸한 부분도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눈부시다'라는 말에 담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구호는 가수 유은호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 발표할 곡도 벌써 준비하고 있다. 1932년에 발표된 재즈곡 '뷰티풀 러브'를 작곡가 도토리M과 편곡하고 있다. 정구호는 "난 로맨티스트라 여전히 영원한 사랑을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인 노래를 하고 싶었다"라며 "세 번째 노래도 준비 중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곡이 될 것 가튼데, 템포가 좀 있는 노래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인들을 초대해 미니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변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저 안 되면 될 때까지 성실히 맡은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 계속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요. 매번 다른 방식이었지만 거대한 하나의 창작을 해왔다고 볼 수 있고, 같은 얘기를 해왔어요. 그중 노래는 가장 개인적인 방식인 거죠. 주변에선 철없는 소리를 또 한다고 하지만, 전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철없는 도전을 계속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