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단편영화 ‘숲’(2011년)을 통해 엄태구를 처음 봤을 때, 세 번 놀랐다. 선 굵은 이목구비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기묘한 분위기에 한 번 놀랐고,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묵직한 개성에 두 번 놀랐고, 스크린 안에서 꿈틀거리는 그 강렬함에 다시 놀랐다. 에너지, 본능, 날것의 생동감…어떤 수식어를 떠올리든, 결론은 ‘놀랍다’로 수렴됐다.(실제로 만난 이 남자는, 상대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치 못하는 수줍음으로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안겼다)2013년 나온 독립영화 ‘잉투기’는 엄태구가 휘두른 또 한 번의 강렬한 펀치였다. ‘잉투기’에서 엄태구는 찌질한 자기 과시에 빠진 잉여인간 태식을 연기하며 그의 배우 인생이 결코 ‘잉여로울 수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작품은 ‘숲’과 함께 엄태구라는 이름을 영화계에 알리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남은 건, 그런 그의 재능이 보다 많은 이들과 만나는 ‘기회’였다. 언제고 엄태구에 대해 “끼와 연기력, 화면 장악력 등 배우로서의 자질을 모두 갖춘 이 배우에게 필요한 남은 한 가지는 아무리 봐도 ‘기회’ 밖에 없어 보인다”고 쓴 적이 있는데, 아마도 ‘밀정’인 것 같다. 그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 말이다. ‘밀정’에서 일본 경찰 하시모토 분한 엄태구는 선배 송강호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슬며시 드러낸다.
Q. 쏟아지는 관심, 피부로 와 닿아요?
엄태구: 하하. 잘 모르겠어요. 홍보일정과 촬영일정이 연달이 있어서 약간 정신없이 지냈어요.
Q. 촬영은 장훈 감독의 ‘택시 운전사’말인가요? 송강호 씨와 재회한.
엄태구: ‘택시 운전사’는 제 분량이 많지는 않아요. 2회차 출연이라, 제 촬영을 이미 다 마쳤습니다.
Q. 아마 기존 팬들 중에는 “나만의 오빠였는데, 모두가 아는 오빠가 돼 가고 있다”고 아쉬워할 분들이 있을 거예요.(웃음)
엄태구: 있을까요?(웃음) 그보다 부모님이 많아 좋아하시는 게 크게 와 닿아요.
Q. 형(‘잉투기’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의 반응도 궁금하군요.
엄태구: 형은 일단 ‘밀정’을 너무 좋게 봤어요. 무엇보다 송강호 선배 연기에 감탄하더라고요. 저에게는 “고생했다” 정도?(웃음) 칭찬해주는 스타일은 서로가 아니에요.
Q. 많은 배우들이 하시모토 역을 탐냈다고 들었어요. 경쟁이 치열한 캐릭터였는데요.
엄태구: 오디션을 보러 갈 때 캐릭터가 많이 열려 있었어요. 하시모토 뿐 아니라, 상해 정보원 하일수, 막내 의열단 주동성, 그 외 많은 의열단 분들의 대본까지 주어졌거든요. 개인적으로 하시모토가 가장 끌리긴 했죠. 송강호 선배님이 이정출을 연기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고…그런 이정출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게 하시모토잖아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자, 다짐하며 갔어요. 제가 오디션 운이 좀 없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원하는 캐릭터에 캐스팅 된 게 ‘차이나타운’의 우곤이 처음이었어요. 이번이 두 번째죠.
Q. 김지운 감독과는 ‘악마를 보았다’(단역으로 출연)로 인연이 있죠.
엄태구: 오디션 방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잘 지냈어? 영화 ‘잉투기’ 잘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잉투기’에서 눈에 익은 배우가 나오는데, 그게 너 인줄 몰랐다. 이렇게 잘 성장한 줄 몰랐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게 너무 고무적인 말씀이었죠.
Q. 하시모토는 일본인이 되고 싶은 한국인입니다. 이정출이 경계에 서서 우물쭈물한다면, 하시모토는 일본인의 편에 서서 한 방향으로 달리죠. 하지만 이 인물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이상, 나름의 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엄태구: 그것과 관련해서는 사실 편집된 부분이 있어요. 경무국장 히가시(츠루미 신고)와 하시모토의 대화인데, 히가시가 물어요. “맞다, 자네도 조선출신이지?” 그러면 하시모토가 “아닙니다. 저는 워낙 어릴 때 일본으로 귀화해서 나라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지운지 오래입니다” “자네 고향이 어디지?” “의주, 데쓰!” 이래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의주가 독립운동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거주한 곳이거든요.
Q. 의미심장한 설정이네요.
엄태구: 네.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대사에서 인물의 전사를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뭔가 상처가 있는 인물로요. 마냥 악역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Q. 삭제되지 않았다면 하시모토의 감정이 더 두터워 보였을 텐데,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겠네요.
엄태구: 최선을 다 해서 연기하긴 했지만, 사실 촬영 하고 나서 ‘하시모토 캐릭터까지 영화에서 설명을 할까… 이 장면은 편집될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편집과 상관없이 저에겐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왜냐하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약간 울컥했거든요. 저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어요. 촬영을 하다보면 이상하게 연기가 잘 되는 날이 있고, 준비해 간 것도 다 날아가 버리는 날이 있는데, 그 날은 유독 잘 되는 날이었어요. 츠루미 신고 선배님이 너무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니까 자연스럽게 울컥했던 것 같아요.
Q. 유독 연기가 잘 되는 날이라. 여러 변수가 있겠죠?
엄태구: 네. 한두 가지가 아니죠. 촬영 날에는 특히 예민해지기 때문에 작은 거 하나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아직 연기 초짜라 가늠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어요. 편차가 좀 큰 것 같아요.
Q. 극중 따귀 씬에 대해서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개인적으로 “엄태구에게 빰 맞은 사람 연기 잘 하더라” 라는 댓글을 읽고 한참 웃은 기억이 있어요.(일동웃음) 그만큼 때리는 연기도 인상적이었다는 의미인데, ‘베테랑’에서는 정반대의 연기를 했어요. 조태오(유아인)에게 인정사정없이 맞는 연기를요.
엄태구: 맞는 연기가 훨씬 편해요. 그리고 사실, 맞을 때는 그렇게 안 아파요.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도 편하죠. 그리고 스태프들이 다들 “괜찮냐”고 해 주시기 때문에 괜히 관심 받는 것 같은 느낌도…(일동웃음) 때리는 연기는 일단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요. ‘밀정’에서 뺨 맞은 분이 정도원 선배님이신데, 연기할 때는 미안한 마음이 표현되면 안 됐기 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Q. 하시모토가 이정출에게 가지는 감정이라는 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예요. 같은 조선인이라는 것에서 오는 오묘한 느낌도 있었을 테죠.
엄태구: 가장 컸었던 건 ‘이 사람이 진짜인가, 아닌가’였던 것 같아요. ‘이 사람 말이 진짜인가. 믿어도 되는 건가. 저 표정은 뭐지? 아,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있다?’ 일종의 암투였던 거죠.
Q. 주위 사람들, 믿는 편이에요?
엄태구: 음… 그런데 그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구나, 아니구나, 직감적으로 오는 게 있잖아요? ‘진심’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말씀드리면, 연기에서의 진심은 다 통하는 것 같아요. 송강호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연기를 할 때 특별히 뭘 안 해도, 그게 진심이면 보는 사람들이 다 동화가 된다는 걸요. 가령 이정출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관객들이 많이 웃으시는데, 그건 송강호 선배가 일부러 웃기려고 한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진심이 캐릭터에 묻어나니까 거기에서 웃음이 나오는 거죠.
Q. 배우들에게는 송강호라는 이름이 주는 일종의 긴장감과 존경심이 있는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에서 함께 한 김혜수 씨도 못지않은 배우인데요.
엄태구: 약간 다른 색의 부담감이었어요. 역할에 따른 차이이기도 했죠. 먼저 혜수 선배님은 엄청 친절하세요. 제가 고기를 잘 안 먹으니까, “너, 왜 이렇게 못 먹니?” 하면서 고기도 손수 구워서 그릇에 올려주시고 그랬어요. 마침 혜수 선배님이 ‘차이나타운’에서 엄마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로도 따르고 싶고, 기둥 같으시고, 멋있게 보이니까 연기할 때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깔렸던 거죠.
Q. 반면 이정출과 하시모토는 대립하는 관계이니…(웃음)
엄태구: 하시모토가 이정출을 바라볼 땐, 제가 평소 송강호 선배에게 느끼는 존경의 감정들이 보이면 안 되잖아요. 최대한 감정을 내려야 했어요. 그 작업은 정말 딱 하나였던 것 같아요. ‘최선을 다 하자!’ 감사하게도 송강호 선배님이 까마득한 후배인데도 한 배우로 대해주셨어요. 제가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다 받아주셨고요. 김지운 감독님은 또 족쇄를 풀어놔 주셨어요. 제가 두 분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은혜를 입었다”고 하는데, 진심이에요.
Q. 일본어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들었어요. 상업영화 데뷔작인 ‘기담’에서도 일본어를 했었죠. 일본군1 역할이었나요?
엄태구: 네. 그런데 ‘기담’에는 다른 분 목소리가 들어가 있어요.
Q. 본인 목소리가 아니에요?
엄태구: 일본어 선생님 목소리가 후시녹음으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Q. 아픔으로 남아 있는 기억이겠네요.
엄태구: 제가 그만큼 못했어요. 군대 전역하자마자 처음으로 출연한 상업영화이자, 처음으로 받은 대사 있는 캐릭터였어요. 딱 한 마디였는데, 아직도 기억해요. “시타이노소바니 오치테이마시타(시체 옆에 떨어져 있었습니다)”라고 대사하면서 옷을 건네는 거예요. 그런데 그 한마디를 20-30번 NG냈어요. 마침 형이 ‘기담’ 연출부였어요. “너 단편영화 많이 찍었잖아…” 형의 눈빛도 심상치 않고. 더 민망하더라고요. 정식-정범식 감독님은 또 제가 엄태화 동생이니까 배려를 많이 해 주셨어요. 절대 압박을 주거나 하지 않았는데, 괜한 자격지심에 점심도 안 먹고 혼자 산 속에 들어가서 대사를 반복 연습했어요. 마침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저를 보고 비명을 ‘악~!’ 지르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또 일본군복을 입고 있었거든요.(웃음) 소품용 총 들고. 그렇게 연습하고 다시 촬영에 들어갔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Q. 그런 고민에도 계속 연기를 한 원동력은 뭔가요.
엄태구: ‘더 늦기 전에 다른 걸 찾아보자’ 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실제로 찾아보기도 했는데, 결국은 원점이었어요. 연기 말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Q. 그렇게 버티다보니, ‘밀정’을 통해 일본어 트라우마도 결국 넘어섰군요.
엄태구: 그때 생긴 일본어 트라우마 때문에 ‘밀정’ 들어갈 때 걱정이 많이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기담’ 때의 일은 거쳐야만 했던 과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 사건 이후 아무리 힘든 캐릭터를 만나도 대사 때문에 NG를 내지는 않아요. 머리가 하얘지지도 않고요. 주사를 일찍 맞은 셈이죠.
Q. 김지운 감독도 그렇고,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도 그렇고, 엄태구를 이야기 할 때 공통점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진짜 배우 같은 배우”라고. “에너지가 상당하다”고.
엄태구: (칭찬에 안절부절 하며) 어우…아니에요. 그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면, 제 광대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Q. “엄태구가 학교 다닐 때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는 김지운 감독의 말도 궁금해요. 튀는 학생이었나요?
엄태구: 아, 다른 의미로 튀었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건국대 영화예술학과 1기였어요. 연기 20명-연출 20명이었는데, 제가 늘 혼자 다녔어요. 혼자 다니거나, 연출전공인 친구 한 명과만 다니거나. 제가 3수를 했는데, 그 친구도 3수를 해서 동갑이었거든요. 아마 후배들 입장에서는 ‘저 선배는 잘 보이지도 않고, 매일 혼자 연습실에 가 있고, 술자리에도 안 나오니까’ 좀 튀어보였을 것 같아요. 왜 그런 사람이 비밀스러워 보이는 경향이 있잖아요.
Q. 왜 혼자 다녔어요?
엄태구: 술을 못 마시니까…
Q. 못 마셔도 술자리에서 잘 어울리는 사람도 많은데.(웃음)
엄태구: 제가 낯을 또 엄청 가리거든요. 마음은 어울리고 싶은데 그게 안 됐던 거죠. 그래서 되게 외로웠어요.(웃음)
Q. 어쨌든 김지운 감독이 말한 ‘전설이었다’의 뉘앙스는 그런 쪽은 아니었어요.(웃음) 친했다는 단짝 친구는 지금도 영화를 하나요?
엄태구: 네. 단편영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만간 또 함께 해야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요.
Q. 딕션/억양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조금 나뉘는 분위기에요.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잘 안 들린다고 하는 의견도 있죠.
엄태구: 잘 알고 있어요. 그건 지인 분들도 충고를 해줘요. 걱정이 많이 되죠. 발음 연습은 매일 해요. 더 정확하게 하려고 신경 쓰고요. 그런데 사실, 그것도 결국은 진심의 문제인 것 같아요. 송강호 선배님이 “진심으로 연기하면 사투리는 문제가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제가 진짜 진심으로 하면 속삭이든 우물거리든 발음에 대해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말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는 같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니까. 결국 잘만 활용하면 ‘엄태구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에요.
엄태구: 친하다는 친구가 그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네가 다른 게 아니라 연기/발음으로 회자가 되는 건, 나쁘지 않다”고요.(웃음)
Q. 그나저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엄태구: 교회에서 성극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정말 잘 생긴 ‘얼짱’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어느 날 진지하게 연기를 배워보자고 하더라고요. 생각도 못해봤던 일인데 이상하게 끌렸어요. 부모님께 말씀 드렸는데, 선뜻 응원을 해 주셔서 형과 연기 학원을 등록 하러 갔죠.
Q. 형과요?
엄태구: 제가 미성년자니까, 형이 보호자 역할로 간 거죠. 그때 기억나는 게 있어요. 지하철에서 형과 나란히 앉아서 가는데, 어떤 여자 분이 슬그머니 오더니 묻는 거예요. “둘이 형제인가요?” “네? 네…” “앗싸! 만원 벌었다!”(일동웃음)
Q. 여자 분이 누군가와 내기를 했군요.
엄태구: 네. 신기했던 건, 그러고 연기학원에 갔는데 학원에서 그래요. “누구세요?” “친 형, 보호자입니다.” “두 분이 형제라고요? 전혀 안 닮았는데!”(웃음) 같은 날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재밌더라고요. 연기학원을 생각하면 그 때의 일이 가장 떠올라요.
Q 엄태화-엄태구를 가리켜, ‘제2의 류승완-류승범 형제’라고들 해요.
엄태구: 약간 민망한 게, 류승완-류승범 두 분은 쌓아 오신 엄청난 것들이 있잖아요. 그에 비하면 저희는 아직…(웃음) 단지 형제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두 선배님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죠.
Q. 연말에 나오는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강동원 주연)은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 작품이에요.
엄태구: 아, 진짜요? 저도 작은 역할로 나와요. 아마, 11월에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신인으로 불리고는 있지만, 데뷔 10년차를 앞두고 있어요. 지난 10년 돌아보면, 어떤가요. 중간점검을 하고 갈 시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엄태구: 중간 점검을 따로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밀정’이 자연스럽게 하게 하네요. 제 배우 인생은 ‘밀정’ 전/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어요. ‘밀정’ 후에 연기가 좋아졌다거나, 대중들에게 더 알려졌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배우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제 마음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의미에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뭔가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느낀 것들이 제게 큰 밑거름이 될 거란 믿음이 있어요.
Q. 앞으로 ‘배우 엄태구 시간’은 쏜살같이 가지 않을까란 예감이 들어요.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볼 날이 있을 텐데요.
엄태구: 궁금하네요. 그때의 제가 뭘 느끼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