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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임헌일이 ‘해야만 하는’ 음악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임헌일은 지난 7월 ‘김영우의 스윗사운즈’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하고 싶은 음악, 잘할 수 있는 음악, 해야 할 것 같은 음악,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음악들을 쓰고 모으고 모니터하면서 첫 음반을 만들었어요.” 많고 많은 단어들 중에 유독 ‘해야 할 것 같은 음악’이라는 말이 가슴에 걸렸다.

임헌일이 해야 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지금보다 더 잘 팔리는 음악? 지금보다 더 진솔한 음악? 지금보다 더 이타적인 음악? 아니면, 지금보다 더 진솔하면서 동시에 이타적이고 동시에 잘 팔리기까지 하는 음악?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스스로에게 진솔한 음악은 타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며 그리하여 잘 팔린다는, 너무도 자명한 진실이었다. 이 어렵고도 당연한 교집합을 향해 임헌일이 새로운 발걸음을 뗐다.

Q. 얼마 전 방송에서 “하고 싶은 음악, 잘할 수 있는 음악, 해야 할 것만 같은 음악이 있다”고 말한 걸 봤다. 그 땐 ‘해야 할 것 같은 음악’을 소위 ‘잘 팔리는 음악’의 범주에서 생각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의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헌일:
이해를 돕기 위해 나눠서 말했는데 음악을 듣는 분들은 “그게 그거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웃음) 어감이 안 좋긴 하지만, 나는 잘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이 골방에 들어가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거야’라고 했다면, 먼 타국에 있는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에 있어서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늘 잘 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으흐흐.

Q.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를 테면 ‘내가 부를 노래는 반드시 내가 쓰겠다’라든지.
임헌일:
글쎄…. 앞으로도 곡과 가사는 내가 쓰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연주에 대해선 ‘내 곡은 내가 연주해야 해’라는 고집이 없다. 그런데 이것도 지금 생각이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Q. 내 노래를 쓰고 부르는 것은 내가 의도한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세션은 다른 사람이 만든 노래를 다른 사람의 의도에 맞게 연주해야 한다. 때문에 세션 작업이 송라이팅보다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임헌일:
세션은 다른 가능성을 알게 되는 매력이 있다. 내 음악은 내가 원하는 지점에서 작업을 멈출 수 있다. 편안하고 쉬운 작업이다, 사실. 아주 수월하지. 그런데 다른 사람과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주하길 요구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운다. 지금 내 음악도 다른 뮤지션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완성된 거다. 가령 공연을 위해 코드를 따고 곡을 카피하면서, 곡을 쓰거나 편곡을 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Q. 당신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아티스트는 누군가.
임헌일:
아직까지도 내게 가장 큰 신선함을 주시는 분은 이적 선배님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 가사, 목소리를 가졌다. 내가 음악을 만들거나 공연을 할 때 가장 뼈 있는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소라 누나.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방식을 요구하시면서 나도 모르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누나의 8집 음반을 만들 때의 일인데, 내게서 거친 면을 끌어내고 싶다더라. 화가 나는 상황에서 곡을 써달라는 요구를 하셨다. 소라 누나와 작업하는 (정)지찬이 형, (이)한철이 형의 경우, 개인적으로 작업해서 나오는 곡과 소라 누나와 함께 작업해서 나오는 곡의 매력이 정말 다르다. 나 역시 누나의 8집 작업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됐다.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Q. 아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는데, 반대로 당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무언가.
임헌일:
미세먼지. 허허허. 소라 누나 공연을 함께 하는 기타리스트 홍준호 선배님이 공기의 질에 굉장히 예민하다. 옆에서 계속 듣다 보니까 나도 비슷해졌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창문도 못 열어놓고. 또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잠시 침묵)

Q. 당신은 크리스천이라고 들었다. 선(善)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지 않나. 아무 생각이 없으면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지만, 가치관이 뚜렷하기 때문에 사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임헌일:
내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나쁨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건 결코 아니다. 반대로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쓸모없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그래서 신앙생활에 더 의지하는 거다. 내가 크리스천이라서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얘기가 축소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음악적으로 감추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사람입니다’라는 걸 어떻게 해야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더 수월하다, 사실.

Q. 자신의 나약함을 노래에 드러냈을 때, 당신은 무엇을 얻나.
임헌일:
내 자신에게 위로가 된다. 후배들에게 늘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털어놓기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음악에 담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다”라는 얘기를 한다. 만나서 얘기할 땐 잘 몰랐던 걸 음악을 통해 훅 드러냈을 때 굉장히 멋져 보인다. 그리고 음악에 담는 얘기들이 우리 모두가 느끼지만 숨기는 것들이다. 말 못할 이야기를 대신 꺼내주니 고마움을 느끼고, 마음이 열리고, 그 사람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내 경우 라디오헤드나 콜드플레이가 그랬다. 물론 곡을 쓸 땐 (감정을) 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어떤 필터링을 할 새도 없이 (음악이) 훅 나왔을 땐, 후련한 기분이 든다. ‘정말 친한 친구한테도 못할 얘긴데 음악에 담겼네? 혹시 누가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고. 실제로 노래를 듣고 밤새 울었다느니 힘을 얻었다는 얘길 들으면 정말 좋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싱어송라이터 임헌일(사진=씨오브엠)

Q. 얘기를 듣다 보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서 태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헌일:
아니다. 음악 잘하는 사람 정말 많고 할 수 있는 방법도 정말 많다. 그래서 나는 가끔 “네가 음악만 10년 하는 것과 직장생활과 음악을 병행하는 것이 결과물(음악)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음악을 하긴 쉬운데 누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 삶을 누리다가 영감이 왔을 때 음악을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느껴지는 절실함도 있지 않을까.
임헌일:
있다. 책임감도 있고. 다만 나는 취미로 하는 것 또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면 탁월함이 있어야 한다. 아카데믹한 지식, 테크닉은 기본이고 감성의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재능 혹은 감(感) 역시 탁월해야 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될 수 있다.

Q. 당신이야말로 그 탁월함을 다 갖춘 사람 아닌가.(웃음)
임헌일:
나는 연주자로 시작했고 실용음악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걸 나만의 색깔로 표현해서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들로부터 사랑받는 과정에 이르려면, 앞으로 많이 노력해야 한다. 더 쉬운 말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경계심을 낮추고, ‘내가 옳은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라는 태도를 버리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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