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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사이드] 라이언전 “기본에 충실한 음악이 오래 남는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스타가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정갈하게 차린 밥상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밥상을 차렸던 사람들이 있기에 빛나는 작품, 빛나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즈엔터는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주 화요일 ‘현장人사이드’에서 전한다. ‘현장人사이드’에는 3개의 서브 테마가 있다. 음악은 ‘音:사이드’, 방송은 ‘프로듀:썰’, 영화는 ‘Film:人’으로 각각 소개한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에게 듣는 엔터ㆍ문화 이야기.

프로듀서 라이언전. 이름에서부터 유학파의 아우라를 강하게 내뿜는 그는 실제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약 10년 동안 ‘뉴요커’로 살았다.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한 때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작곡가의 꿈을 버릴 수 없어 한국행을 택했다. 당시 그의 손에 들린 건 단돈 20만 원. 하지만 입에 남아있는 사투리 억양 탓에 사기꾼으로 오해받기 일쑤였고 “생사의 갈림길이 나뉠 정도”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라이언전에게 손길을 내민 것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였다. 라이언전이 들려준 데모곡을 듣고 그에게 입봉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라이언전은 “은혜를 입었다”고 말했지만 SM은 라이언전을 보고 들판에서 보석을 찾은 것 같았단다. 샤이니의 ‘겟 다운(Get Down)’을 시작으로, 태연 ‘아이(I)’, 엑소 ‘러브 미 라잇(Love Me Right)’, 레드벨벳 ‘덤덤(Dumb Dumb)’, NCT 드림 ‘마지막 첫사랑’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라이언전은 성공의 비결이 ‘기본’에 있다고 말한다.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새로움의 기준이 급변하는 작금의 음악 시장을 생각해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그의 주관이 언뜻 고루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라이언전은 유쾌한 얼굴로 동시에 힘 있게 말한다. “기본에 충실한 음악이 오래 간다니까요. 시대는 변해도 음악은 변하지 않아요.”

Q. 사무실에 웬 촬영 팀이 와 있다.
라이언전:
다큐멘터리를 하나 찍고 있다. 우리 하청업자들, 다른 가수를 지원해주는 작곡가들 가운데 감사하게도 나를 선정해주셨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담는데, 하기 싫어서 직원들에게 다 떠맡겨 놓고 왔다.(웃음)

Q. 과연. ‘스타 작곡가’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이언전:
아유,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곡을 낼 때마다 ‘스타 작곡가’니 ‘넘버원’이니 칭찬들을 해주신다. 좋기는 하지만 나는 작곡가라는 직업이 언제 어떻게 끝이 날 줄 모르는 시한부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곡 한 곡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게 되고. 모든 노래들이 내겐 사활을 걸고 만드는 것이다. 스타 작곡가라는 칭찬이 좋긴 하지만, 그건 하나의 꾸밈말이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Q. 겸손이 과한 것 아닌가.
라이언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곡을 시작했다. 이 직업이 하는 일에 비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지 않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곡가만 10만 명이다. 감사하게도 지금 나는 0.01% 안에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서 뒤로 밀리고 싶지는 않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데뷔가 화려하다. 포털사이트에는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으로 데뷔했다고 나오는데, 맞나.
라이언전:
타이틀곡 데뷔는 ‘치티치티 뱅뱅’이 맞고 입봉작은 샤이니의 세 번째 EP 수록곡 ‘겟 다운’으로 기억한다. ‘치티치티 뱅뱅’을 작업하기 전에는 중국에서 이효리의 자동차 광고, 에프엑스의 휴대폰 광고 음악 등을 만들었다.

Q. 아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곡을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 때 이야기가 궁금하다.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라이언전:
진주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경상도 부모님들 유별나게 보수적이지 않나. 아버지, 어머니는 내가 경찰이나 직업 군인이 되길 바라셨단다. 하지만 워낙 어려서부터 음악을 한 탓에 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 잘못이다. 네 살 때부터 건반을 잡게 했으니…. 어쨌든 집안에서 가수를 못하게 하니까 작곡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사회인이 돼서는 세일즈맨도 해보고 금융 일도 해보고 나중에는 개인 사업을 하기도 했다. 돈도 꽤 많이 벌었는데 공허하더라, 목표 의식이 없으니까. 결국 음악이었다. 하던 일 모두 정리하고 딱 20만 원 들고 서울에 왔다. 힘들었다.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다. 뉴욕에서 왔다는데 사투리나 쓰고 있으니까 사기꾼이나 싶었나보지. 단순히 용돈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이 나뉠 정도였다.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2009년,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쯤이다.

Q. 그렇지 않아도 작곡이나 작사는 도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게 대부분 아닌가. 끌어주는 스승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다.
라이언전:
함께 데뷔했던, 내겐 멘토 같은 분이 있다. ‘얌얌’을 같이 썼던 작곡가 DR이다. 선생님을 해도 될 정도로 음악적 지식이 풍부하다. 혼자서 작업을 하던 중 SNS를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 혼자 할 때 잘 안 풀리는 걸 긁어준 사람이다. ‘케미’가 잘 맞았다.

Q. 최근에는 공동 작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라이언전:
떨어지는 돈은 똑같은데 그걸 쪼개 먹는 게 힘들다. 으하하. 음악이 스포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선수는 패스를 잘하고, 어떤 선수는 공격을, 어떤 선수는 수비를 잘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어떤 작곡가는 트랙을 잘 쓰고, 어떤 작곡가는 목소리가 좋고, 어떤 작곡가는 하모니를 잘 만들고, 어떤 작곡가는 리듬 구성을 잘한다. 이 친구들을 하나로 조합을 해보자면서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서너 명에서 시작했다가 이젠 심지어 10명까지 간다. 수입이 적어지는 건 미안하지만 결과물은 좋지 않나. (공동 작업 방식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Q. 많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체계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질 텐데.
라이언전:
우리의 슬로건은 ‘원 팀 원 사운드(One Team One Sound)’다.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음악은 오감을 다스리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 간의 마찰이 생기면 좋은 음악을 쓰기 어렵다.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입봉작을 함께 한 샤이니를 비롯해 에프엑스, 엑소, 레드벨벳 등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작업이 많았다.
라이언전:
내게 아무것도 없을 때 유일하게 나를 받아줬던 곳이 SM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SM 제작 본부장님에게 ‘당신 칭찬하고 다닐 겁니다’라고 선전포고했다.(웃음)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다. 진짜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은 절대 배신할 수 없거든. SM이 내게는 그런 분들이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원동력을 만들어주신 분들. SM이 크고 좋은 회사라서 작업을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내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걸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다. 그러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히트곡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Q. SM은 해외 작곡가 풀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과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라이언전:
각자 곡을 쓰고 통화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해외에 나가서 직접 작가진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첫 꿈이 작곡가가 되는 것이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외국에 한국 노래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Q. 외국 음악과 구분되는 K팝의 특징은 무엇인가.
라이언전:
외국 사람들은 듣는 음악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 후크송은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이게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외국 노래에는 폭력적인 내용이 많은데 K팝은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많다. 때 묻지 않았다는 느낌이 외국 친구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Q. 최근에는 음악 시장에서의 국경이 희미해지면서, 좋은 음악의 기준이 ‘얼마나 영미 스타일에 가깝냐’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라이언전:
그렇지 않다. 좋은 음악은 시대가 지나도 좋다.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최고의 재료를 갖고 만들면 정성을 들여 만들면 맛이 기본 이상은 나온다. 음악도 똑같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최고의 멜로디 메이커들이 모여 최대한 정성스럽게 만들면 된다. 엑소 ‘러브 미 라잇’은 한 달 내내 써서 완성된 노래다. 웰메이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좋은 곡은 결국 정성이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의 문제다.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트렌드의 기준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라이언전:
트렌디한 음악 써 달라는 요청,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웃음)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건, K팝이 이미 나와 있는 음악과 구분된다는 의미다. 나는 오히려 기획사에게 ‘트렌드세터’가 되자고 얘기한다. 별 거 없다. 음악도 패션이랑 똑같다. 새로운 비전, 새로운 스타일을 소개하면 된다. 햄버거 가게 열 개 있으면 열 한 번째 가게를 여는 게 아니라 피자 가게를 열자는 것이다. VAV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보이그룹이 무거운 음악, 센 음악을 할 때 밝은 음악을 들고 나왔다. 우린 항상 외길로 갔다.

Q. K팝의 흐름, 혹은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과 당신이 생각이 충돌하는 경우는 없었나.
라이언전:
있는데, 그러면 작업을 안 한다. 우리가 제작자들에게 주문을 받아서 작업하는 건 맞지만 시각은 제작자보다 더 예리하니까. 좋다/안 좋다, 옳다/그르다에 대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할 때는 우리의 주관적인 생각을 따른다. 나와 생각이 안 맞으면 안 한다.

Q. 정말 프로듀싱해보고 싶었던 팀이 당신의 주관과 벗어나는 요구를 하면 어떻게 할 텐가. 최근에는 아이돌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한 방’을 노리는 제작자들이 많아졌는데.
라이언전:
안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곡 하나 하나에 사활을 걸고 작업한다. 제작자의 요구에 따라서 잘 안 될 것이 눈에 보이면 굳이 내 살 뜯어먹어가면서 할 필요는 없다. ‘하나만 얻어걸려라’는 마인드를 가진 회사들, 많다. 하지만 천천히 다음 단계에 올라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회사의 여건만 된다면 내가 곡이라도 갖다 대줄 테니 천천히 가자고 한다. 초반에 땅을 고르게 해놓고 고속도로 깔고 예쁜 차 만들어서 달려야 오래갈 수 있다.

Q.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라이언전:
우리의 그림과 잘 맞는 멤버를 찾는 게 가장 어렵다. 연습생들을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도 사람 아닌가. 직업의식을 갖도록 브레인워시를 하는 게 내 숙제다.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라이언 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1월부터 A Team 총괄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합류하게 된 경위 무엇인가.
라이언전:
A Team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자네, 우리 가수 한 번 맡아볼 생각 없는가?” 으하하. 세 번 정도 거절을 했다. 결국 회사 회장님까지 나를 보겠다고 타지에서 날아오셔서 못 이기는 척하며 들어왔다.(웃음)

Q. 당신의 마음을 돌린 말이나 행동은 무엇이었나.
라이언전:
사실 회사 사람들의 말 때문은 아니고 A Team에 있는 신인 그룹이다. VAV. 이미 실패를 맛 본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과 작업은 내게도 도전이었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VAV가 마음이 여리고 착한 게 눈에 보이더라. 대표님이나 회장님 말보다는 그 친구들을 보고 들어온 게 맞다.

Q. Mnet ‘프로듀스101’ 출신 연습생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신인, 연습생, 시작의 근방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라이언전:
맞다. 애착이 굉장히 강하다. 대형 기획사 가수들보다 신인, 혹은 아예 모르는 가수들과 함께 하는 게 더욱 재밌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희열, 에너지가 있다. 남다른 애착이 있고 신인 그룹과 작업은 유독 신이 난다.

Q. A Team 소속 VAV는 신인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활동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라이언전:
VAV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친구들이 시장에 나왔을 때 밀리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은 있었다. 애들은 최선을 다했거든. 내가 준 6개월짜리 프로그램을 2개월 만에 해냈다. 재정비를 마쳤으니 이제부터 중요하다. 다시 데뷔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Q. 새로운 그룹을 제작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라이언전:
그렇지 않아도 여자 아이돌 그룹을 기획 중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데뷔할 것이다. 아이디어는 짜 놨다. 내부적으로는 중간 이상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자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 있다.

Q. 음악의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아이돌 음악은 ‘짬뽕’ 장르의 선봉 격에 있다고 보는데.
라이언전: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 존중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올해 우리가 내세우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음악이 잘 되는 데 몇 가지 공식이 있다. 가사에 충실해야 하고, 리듬 좋아야 하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멜로디와 빌드업 잘 되어 있어야 하고. 결국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노래, 자신 있다. 7년 전 만든 노래를 지금 들어도 전혀 올드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노래는 변하지 않는다.

Q. 제작자나 작곡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라이언전:
그렇지 않아도 내 이메일로 데모곡을 보내거나 작곡가가 되는 방법을 묻는 사람이 많다. 음악이 자신의 본업이 맞다고 생각되면 최선을 다해 정진했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연락하라고 써 달라. 나도 했는데 당신네들도 할 수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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