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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우진, 치열한 고민으로 완성된 '신개념 로코킹'

[비즈엔터 서현진 기자]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은환기답게 사랑하고, 마지막까지 은환기답게 끝내 후련했어요.”

배우 연우진은 지난 14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에서 극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한 보스 은환기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는 4개월 동안 자신과 은환기를 동일시하게 여겼고, 캐릭터에 푹 빠져서 연기했다.

은환기는 당당하고, 사랑 표현에 주저 없는 로코 남자주인공들과 상반된 성격이다.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표현에 소극적인 은환기 캐릭터 자체가 매력 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환기가 무(無) 매력으로 보여질 것을 염려한 연우진의 치열한 고민 덕분에 서툴러서 귀여운, 진심 가득한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로 기억됐다.

Q.‘내성적인 보스’,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요.
연우진:
은환기답게 사랑하고, 마지막까지 은환기답게 끝내 후련했어요. 잠도 충분히 잤고, 캐릭터 때문에 살을 뺐는데, 지금은 잘 먹으면서 몸무게를 회복하고 있어요. 벌써 2kg 쪘어요.

Q.살이 어느 정도 빠졌나요?
연우진:
예민한 캐릭터라서 3-4kg 정도만 빼려고 생각했는데, 작품할 때 8-9kg이 빠져버렸어요. 초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스스로 은환기답게 몰입하려다보니 너무 예민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입맛도 없어지더라고요. 살이 빠졌지만, 운동하면서 체력은 좋아진 것 같아요.

Q.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내성적인 은환기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상반돼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건지.
연우진:
연기에 집중하면서 ‘어떻게 하면 은환기의 매력을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어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면서 은환기와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어느 정도 내성적인 면이 약간의 공통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 표현되면 단편적일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어요. 그런 답을 찾는 과정에 불현 듯 은환기가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굳이 나 다움을 찾을 필요가 있나’라고 사고를 전환하니까 생각의 자유가 펼쳐졌어요.

Q. 생각의 자유 끝에 어떻게 은환기를 표현하게 됐나요.
연우진:
은환기는 내성적일 뿐이지 생각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속내가 드러나지 않을 뿐, 그 누구보다 마음이 더 깊고 배려심이 있을 거란 설정을 했어요.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초반에는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줘야 해서 현장에서 스스로 채찍질을 했어요. 내가 은환기가 돼야한다는 생각에 말도 안하고 현장에서 혼자 예민하게 있었죠. 주연배우로서 현장을 으쌰으쌰하는 기운을 만들어야 하는데, 분위기 조성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죠. 그런 걸 윤박이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 스스로 딜레마에 빠져 이끌어 가는 게 부족했다면, 윤박이 결속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내성적인 보스'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Q. 중간에 대본 수정이 있었죠. 캐릭터 설정, 연기 톤을 이미 잡아 뒀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연우진:
기존 설정의 변화는 없었어요.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큰 기둥이 흔들리지는 않았고, 사건의 순차적 편집에 대한 변화였을 뿐 초반 기획 당시의 의미 변화는 없었거든요. 각자 캐릭터의 색깔과 드라마 주제는 대본 수정 후에도 정확했어요. 제 은환기 캐릭터도 무너지지 않게 그대로 갔어요. 그런 사건이 있어서 배우들, 제작진 끼리 결속력이 끈끈해졌던 것 같아요. 진정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한, 소통드라마잖아요. 좋은 추억이에요.

Q. 박혜수와의 호흡이 갈수록 안정됐어요. 현장에서 느끼는 호흡은 어땠나요
연우진:
박혜수와 같이 연기에 대한 관심과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어요. 일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벽을 허물려고 노력했어요. 박혜수가 거리낌 없이 잘 받아줘서, 편안하게 연기 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은환기는 기존 로코남주와는 다른 느낌이잖아요. 매력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연우진:
맞아요. 로코 장르는 알록달록한데 은환기는 어두운 검은 빛이었으니까요(웃음).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뭔가를 하려고 하면 어렵더라고요. 외적인 부분은 기존 작품들을 캐릭터에서 응용했어요. 소심하고 예민하니까, 살을 빼고 검은 후드티를 즐겨입었죠. 다만 내면 연기는 정형화되고 싶지 않았어요. 은환기가 로코 장르와 안 어울리는 성격이라 정말 저 스스로와의 싸움이었죠. 혼자 앉아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은환기와 연우진이 잘 어울리도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수없이 했는데, 그런 면에서 다른 작품보다 흠뻑 빠져서 열심히 했다고 느껴요. 아, 제가 현장에서 혼자 앉아있던 시간이 많아서 줄곧 스케치를 하곤 했거든요? 어느 새 작품이 끝날 때쯤 보니까 채색까지 다해서 그림이 완성됐더라고요. 한 번 보여드릴까요?(그림 실력이 꽤 훌륭하네요.) 아니에요. 시골 농촌의 모습을 그렸는데, 별다른 의미 없이 그렸어요.(웃음) 근데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느꼈어요. 아, 내가 혼자 치열하게 고민을 하긴 했구나.

Q. 처음부터 끝까지 검은 후드티가 트레이드마크 일 정도로 자주 입었는데, 의도한 바가 있었던 거네요.
연우진:
후드티를 여러 벌 준비했어요. 모자의 깊이에 따라 연기하는데 미묘하게 차이가 나거든요. 후드를 확 뒤집어쓰느냐, 반만 걸치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에 세심하게 변화를 줄 수 있어요. 은환기 캐릭터를 위해 검은 착장은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어요. 마지막도 은환기스럽게 그 검은 후드를 입고 춤을 췄잖아요. 그런 설정을 끝까지 잡고 간 게 뭔가 마라톤을 완주한 기분이에요.

Q. 전에 없던 남주 캐릭터라서, 당신에게 신개념 로코킹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어요. 마음에 들어요?
연우진:
부끄러워요. 칭찬은 좋지만, 사실 작품과 캐릭터만 보며 달려온 4개월이에요. 저를 위한 수식어보다 모두가 하나가되는 축제의 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내성적인 보스’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다른 분들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요. 연기는 함께 하고 호흡하는 거라, 동료들을 대신해서 받는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연우진(점프엔터테인먼트 )

Q. 로코는 우리 주변의 연애 이야기가 담기니까, 찍으면서 공감 갔던 장면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연우진:
그럼요. 특히 저희 드라마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사랑을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특히 마지막회에서 채로운이 차안에서 과자를 먹고, 은환기는 차가 더러워질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대사들이 정말 공감됐어요. 남자 분들은 차에서 그런 행동을 지켜보는 걸 힘들어하잖아요. 연기했던 대사 중 가장 길었는데, 차안에서 과자먹는 채로운의 연기를 보니 대사가 머리에 다 꽂히는 기분이었어요(웃음). 애드리브도 많이 났고, 공감이 되고 재밌었어요. 그렇게 다투고 풀어주는 과정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진짜 뭔가 현실 연애 같은 느낌이 들었죠.

Q. 연우진은 로코 장르에 특화된 배우로 각인됐어요.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연우진:
도전은 자극하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들어요. 지난해 찍어둔 영화가 3편이나 있는데 올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과 다 다른 캐릭터예요. 변신의 여지가 많아서 저 역시 설레고 궁금해요. 직접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연기적 깊이는 다르더라고요.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사실, 배우에게 인생작이 있다는 건 너무 기대감이 없는 것 같아요. 늘 인생작을 염두해야 희망이 있고 발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난 것에 대한 것보다 미래가 더 희망찼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하면서 채찍질을 하는 상황마저도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 인생작은 앞으로 계속 만들어가야죠. 저는 그간 은환기로 살면서 행복했어요. 종영 후에 이렇게 드라마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쁘네요. 이제 오늘로써 은환기를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로 곧 돌아올게요.

서현진 기자 ss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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