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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①] 우리는 함께 날아갈 거야. 사랑을 믿어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밴드 콜드플레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사진=현대카드)

2015년 11월의 일이다. 콜드플레이의 음반 유통을 맡고 있는 워너뮤직에서 밴드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음반 발매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음반의 이름은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 번역하면 ‘꿈으로 가득한 머리’였다. ‘콜드플레이가 이렇게 희망찬 제목을?’ 다소간의 충격이 따랐다. 워너뮤직의 홍보 담당자 역시 자료 서두에 ‘놀랍다’는 사족을 덧붙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반이 발매되고 꼬박 1년 4개월여가 흐른 2017년 4월 15일, 드디어 한국에서 콜드플레이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밴드가 결성된 지 20년 만에 이뤄진 첫 내한 공연.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콜드플레이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5만 장의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주최사 현대카드는 1회 공연을 추가로 성사시켰다. 추가 공연 분의 티켓 또한 불티나게 팔렸다. 이로써 콜드플레이는 해외 아티스트 가운데 처음으로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회 연속 공연을 한 밴드가 됐다.

밴드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비단 수 만 명의 관객들을 한자리 불러 모을 수 있는 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동적인 편곡과 앤섬적인 성격의 노래들은 대형 스타디움과 찰떡같이 어울렸다. 연기는 구름처럼 하늘을 채웠고 아낌없이 쏘아 오르던 불꽃들은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파라다이스(Paradise)’,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즈(A Sky Full of Stars)’ 가 연주될 때에는 화려한 레이저가 객석으로 퍼져나가며 공연장을 순식간에 클럽으로 바꿔 놓았다. 때때로 강한 바람이 몰아치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연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밴드의 일곱 번째 음반이 그랬듯, 공연 또한 환상적인 순간의 연속이었다.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20년 동안이나 우릴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공연 중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와 ‘옐로우’를 연달아 연주한 뒤 크리스 마틴은 감격적인 첫 인사를 건넸다. “한국어를 몇 마디 배워보려고 했는데 백스테이지 스태프들이 말리더군요. 캄사합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어에요. (중략) 이제 조용한 노래를 부를 건데요, 지금 여기에는 좋은 에너지가 흐르는 군요. 이 노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에게 좋은 바이러스를 보내주세요. 시리아나 캐나다, 어디로든지요.”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 ‘에버글로우(Everglow)’와 같은 발라드 넘버는 쌀쌀한 날씨에 적격이었고,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등의 대곡은 아레나 록의 진수를 보여줬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연 말미, 돌출 무대 앞에 마련된 작은 스테이지에서 불렀던 ‘돈 패닉(Don't Panic)’과 ‘갓 풋 어 스마일 어폰 유어 페이스(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이었다. 두 곡 모두 데뷔 초반 발표한 노래. 작은 무대에 옹기종기 둘러서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콜드플레이의 모습은, 흡사 팀의 초창기 시절을 보여주는 듯 했다. 광활한 스타디움이 순식간에 작은 펍 혹은 클럽처럼 느껴졌다.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밴드 콜드플레이의 프런트맨 크리스 마틴(사진=현대카드)

멤버들을 메인 스테이지로 돌려보낸 크리스 마틴은 홀로 남아 기타를 퉁기면서 새로운 노래를 시작했다. “난 정말 행복해. 기분이 좋아. 나와 내 밴드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거든. 난 정말 행복해. 웃고 싶어. ‘강남스타일’의 고향에 왔거든.” 노래는 곧 체인스모커스와 함께 발표한 ‘섬씽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로 이어졌다. 밴드 셋으로 편곡된 노래는 더없이 낭만적이었다. 한껏 말랑말랑해진 마음은 마지막곡 ‘업&업(Up&Up)’으로 녹다운됐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꿈같은 뮤직비디오가 펼쳐지고 스탠딩석 맨 앞줄 관객은 ‘러브(Love)’라는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어댔다.

“다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차를 수리해. 비가 내리길 바라며 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자. 위로 또 위로.” ‘업&업’의 희망찬 가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노래를 마친 크리스 마틴은 앞 쪽의 관객으로부터 ‘러브’ 현수막을 받아다가 공연 내내 들고 다니던 태극기 아래에 겹쳐 놓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현 시국과 어우러지며 그것은 상징적인 메시지가 됐다. 2시간여의 환상적인 여행을 마무리 짓고, 다시 우리가 향해 나가야할 곳. “우리는 함께할 거야. 어떻게든 우리가 함께 할 것임을 나는 알아. 우리는 함께 날아갈 거야. 위로 또 위로. (중략) 고통 속에 있다고 생각될 때, 이젠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포기하지 마. 사랑을 믿어.”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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