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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특별시민’ 정치, 꽃길만 걷긴 힘들어요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 이익 앞에서 어제의 적과 손을 잡는다. 약점이 될 것 같으면 친구도 적으로 돌려버린다. 갖가지 네거티브 공세와 힐난과 비방이 난무하는 세계. 정치판이다. ‘특별시민’은 그러한 정치세계의 속성을 냉정하게 까발리는 영화다.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는 차기 대선을 노리며 3선에 도전한다. 선거 공작의 1인자인 심혁수(곽도원)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앉힌 변종구는 재기발랄한 광고인 박경(심은경)까지 영입하며 선두 지키기에 나선다. 하지만 상대 후보 양진주(라미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 하버드 출신의 아들 스티브 홍(이기홍)까지 내세워 변종구를 무섭게 추격한다. 선거는 예기치 않은 변수들로 인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초반 심혁수의 말에서 짐작 가능하다. “선거는 똥 속에서 진주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실제로 손에 똥 묻히는 상황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실검 장악을 위해 은밀히 가슴 노출을 하고, 상대방에 덫을 놓으려 동영상 짜깁기도 서슴지 않는다. 지지율을 위해서라면 한 사람 사생활을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다. 언론과의 유착, 검은 돈거래…이 모든 걸 감시해야 할 기자 역시 특종 앞에서 꼬리를 살랑인다.

변종구-양진주, 양 진영이 펼치는 홍보 전쟁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적어도 ‘특별시민’을 보면 상상하게 되는 것. ‘안철수의 파격적인 ‘벽보 포스터’가 이슈의 중심에 섰을 때 문재인 후보 측 홍보팀은 머리를 싸맸겠구나’, ‘다음날 문재인 측이 재기발랄한 정책홍보 사이트 ‘문재인 1번가’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을 땐, 안철수 후보 측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열었겠구나.’ 엄청난 이슈가 뜨고 지는 대선 판도에서 화제가 된다는 것.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해지는 현 선거판의 흐름을 파헤친 지점이 꽤나 흥미롭다.

인물 관계 설정에서 ‘특별시민’은 일견 조지 클루니-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킹메이커’(2011)를 떠올린다.(변종구-박경 관계) ‘킹메이커’는 자신이 모시는 대권 후보 모리스(조지 클루니)를 선망하며 그와 함께 세상을 보다 밝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홍보전문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믿음이 얼마나 무참하게 부서지는가를 냉혹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킹메이커’의 끝에 기다리는 건 스티브의 희망적인 자각이 아니다. 괴물이 된 스티브다. 팽팽한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흐르는 ‘킹메이커’는 분명 수작이다.

하지만 ‘킹메이커’가 되기에 ‘특별시민’은 여러모로 찰기가 부족하다. 욕망, 승부욕, 이념, 인간관계의 그물망…이 좋은 선택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 정치인을 늪으로 인도하는 방법으로 과하다 싶은 설정을 뿌린다. 관객에 따라서는 막장스럽다 여겨질 수 있는 설정인데, 한국에서 세련된 정치 영화를 만나기란 역시나 힘든 것일까. 이러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특별시민’의 톤을 다소 애매한 위치로 데려다 놓는 인상이다.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라 하기엔 좀 무겁고, 잘 짜인 정치드라마로 보기엔 또 지나치게 자극적인 동시에 가벼운 면이 있다. 캐릭터 개개인의 사연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연출과 많이 들어봄직한 관성적인 대사가 중요한 신들에서 나열된 것 역시 아쉬움이다. 물론 영화에는 이러한 단점을 눌러주는 노련한 배우들이 있다. 의도치 않게 빨라진 대선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 볼 대목이다. 정치처럼 영화에도 늘 변수는 존재하니까.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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