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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의 음악본능] VR이 내 삶에 미친 영향

[배순탁 음악평론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 삼성 부스에 마련된 ‘VR 4D 체험존’에서 모델들이 기어VR를 통해 입체적인 가상현실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 삼성 부스에 마련된 ‘VR 4D 체험존’에서 모델들이 기어VR를 통해 입체적인 가상현실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나는 기본적으로 얄팍한 인간이다. 음악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것도 깊게 파지 못하고 넓게 벌리는 걸 선호하는 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첫 번째, 만화책이다. 집에 대략 3000권이 넘는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화책이 책보다 많은 작가(라 불리는 경우)는 아마 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자랑은 아니다)

나는 게임광이기도 하다. 먼 옛날 전설이 되었던 패미컴을 시작으로 슈퍼 패미컴, 메가 드라이브, 플레이 스테이션 1,2,3,4로 이어지는 ‘골든 로드’를, 게임을 우습게 보는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걸어왔다.

글쎄.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배순탁이라는 인간은 LP, 만화책, 게임을 사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벌고 있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나는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다.

게임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볼까. 더 정확하게는 플레이 스테이션용 VR을 플레이하고 난 뒤의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적응이 쉽지 않았다. ‘가상 현실’이라니, 이게 뭐지 싶어 구매했는데, 한동안은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내가 VR로 도전한 게임이 하필이면 공포물로는 현존 최강이라 할 ‘바이오 하자드 7’이었던 것이다. 그대여, 혹시 아직 이 게임을 해보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충고하는데 절대 하지 마라. 공포 영화 1도 안 무서워하는 내가 도중에 접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끝내기는 했지만, 다시는 안 할 생각이다. 인생에서 이런 건 한번으로 족하다.

VR을 하면서 이 매체가 우리의 삶을 어디까지 확장해줄지를 상상해봤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을 보는데, 이건 뭐, 온통 콜드플레이(Coldplay) 내한 공연 사진과 영상들 천지 아닌가.

나의 경우, 그들의 라이브를 이미 서머소닉 페스티벌에서 봤기에 별다른 아쉬움은 없었다. 솔직히 콜드플레이의 빅 팬도 아니기에 패스한 측면도 있었다. 허나 표를 못 구했거나 시간이 마땅치 않아 가지 못한 콜드플레이의 광팬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줄 사람, 어디에 없는가 말이다.

VR이 구세주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재’는 씨알도 안 먹힐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영화 ‘토탈리콜’이 1990년에 전시했듯이, VR과 진짜 현실 간의 경계는 언젠가 흐릿해질 게 분명하다. “아이맥스나 4D 영화 같은 건 유치해서 싫다.”라는 푸념이 일상다반사가 될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떻겠는가. 과연 음악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물성을 자극할 것인가.

공연장에 굳이 가지 않아도 집에서 그 감흥을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도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걸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는 사람들이 굳이 공연장까지 가지 않아도 자기 삶의 확장성을 체험할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VR을 통한 체험과 공연장에서의 직접적인 체험을 모두 원(原)체험으로 여기는 게 합당한 것일까. 만약 VR을 통한 공연 체험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면, 뮤지션들의 라이브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인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다 보고 이 한 세상 미련 없이 떠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상징, 구글신(神)께서 나를 위해 분투해주실 거라 믿는다. 구멘.

배순탁 음악평론가 great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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