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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다이아 ‘전화 이벤트’, 결국 무방비 감정 노동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전화 이벤트’ 카드 꺼낸 MBK, 논란 제조 회사?

▲다이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다이아(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팬 서비스. 한없이 달콤하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이 단어의 다른 이름은, 그러나 ‘감정 노동’이다. 팬들과의 유대 관계를 전제로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 없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에게조차 어쩔 수 없이 보여줘야 하는 팬서비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기를 담보로 한 감정 노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걸그룹 다이아가 팬들과 전화통화라는 이색적인 팬서비스를 시작했다. 멤버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번호를 공개하고 틈나는 대로 팬들과 통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희현은 “우리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다. 휴식 시간이나 대기 시간 틈틈이 팬 분들의 전화를 받겠다”고 말하며 즉석에서 팬과 전화 통화를 연결하기도 했다.

기발한 이벤트다. 단, 다이아에게 걸려오는 모든 전화와 발송되는 모든 문자 메시지들이 선의와 애정을 담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화기 너머로 욕설이 들려오고 포털사이트의 ‘악플’이 문자 메시지로 전송된다면? ‘팬서비스’라는 명목으로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멤버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다이아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다이아 정채연(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정작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희현은 이벤트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자에게 “아직까지 (전화나 문자로) 짓궂은 말을 하신 분들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런 분들이 생긴다면 ‘그런 전화는 걸면 안 된다. 다이아 멤버들은 여린 아이들이니 그런 전화는 삼가 달라’고 따끔하게 말하겠다”고 답했다. 채연은 “감사한 조언으로 새겨 듣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악성 팬들의 조롱이나 괴롭힘은 ‘감사한 조언’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따끔하게 한 마디’해서 멈출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니다. 우려가 과하다고? 이건 적지 않은 걸그룹 멤버들이 팬사인회 혹은 공연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다. 최근 논란이 된 ‘안경 몰카’ 사건을 비롯해, 외모 비하 발언, 과도한 신체 접촉 등 스타에게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팬심’이나 ‘장난’과 같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스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 그저 웃어주는 수밖에. 안경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사인 중인 스타를 촬영하는 일은 분명 팬사인회 수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물론 도덕적으로도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몰카’를 적발한 예린은 ‘팬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희현이 공언한 것처럼 팬을 자처하는 상대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를 했다가는, 적지 않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설령 그녀의 대응이 정당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다이아의 전화 통화 이벤트 위험하고 무리한 팬서비스다. 멤버들은 장난과 조롱, 나아가서는 욕설과 성희롱의 위험해 24시간 노출돼 있지만 소속사가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멤버들의 마음이 상처 입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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