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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외전] 최민식이 뽑은 최민식 영화 BEST3…‘구로아리랑·파이란·대호’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는 무당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연기자는 무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그에게 연기란 어떤 영혼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인 셈. 28년째 여러 캐릭터/영혼들을 껴안아 온 최민식에게 물었다. “잊을 수 없는 당신의 영혼들을 알려주세요.”

1. ‘구로 아리랑’(1989)

영화설명: 이문열이 1987년에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공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렸다. 줄거리에서 예감할 수 있겠지만, 원작 소설은 당시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필독서처럼 여겨지기도. 제도권 최초로 노동문제를 언급한 영화라는 점에서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박노해의 시를 읽어주는 장면과 영정사진이 전경의 군화에 밟혀 깨지는 장면 등이 극장에서는 잘려나갔다.

최민식: 제 데뷔작입니다. 박재호 형이라고 조감독이 동국대학교 선배셨어요. 그때 저는 연극만 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형이 “오디션 한 번 보러오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용돈을 벌 목적으로 출연한 영화였죠.(당시 그의 출연료, 150만원으로 알려진다. 연극만 하던 최민식에겐 굉장히 큰돈이었다.) 촬영하면서 참 힘들었어요. 너무 생소했거든요. 연극은 긴 호흡으로 무대를 달려요. 실수는 있어도 NG는 없죠. 그런데 영화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짧은 호흡들이 이어져서 한 편의 영화가 된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영화 작업이 이런 거구나, 참 많은 걸 느꼈죠.

영화에서 농성하시는 분들은 배우가 아니에요. 실제로 농성 중이던 ‘신애전자’ 노동자분들인데, 온 몸을 던져 연기하시는 모습이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저러다 다치시면 어쩌지?’ 걱정이 될 정도였죠. 그 영화가 세운상가에 있던 ‘아세아 극장’에서 단관 개봉했어요. 그런데 24군데가 잘려나갔죠. 검열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 영화가 제도권에서 개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시절이었죠.

2. ‘파이란’(2001년)

영화설명: “세상은 나를 삼류라 하고 그녀는 나를 사랑이라 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릇 ‘영화 카피란 이래야 한다’를 증명한 작품이랄까. 일본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파이란’은 위장 결혼으로 맺어진 삼류 건달 강재(최민식)와 중국 처녀 파이란(장백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시간을 넘어 지금도 이야기되는 수작이다. 장백지의 풋풋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

최민식: 저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아요. 이 작품의 정서가 말이죠. 꼭 만나서 닭살 돋는 이야기를 해야만 사랑인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나를 절절하게 사랑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한 인간의 삶은 이전의 삶이 아니죠. 저는 이 영화가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구원이라는 게 꼭 절이나 교회에 있는 게 아닌 거죠. ‘인간을 파면으로 이끄는 것도 인간이지만, 인간을 구원하는 것도 인간이구나’를 느꼈던 작품이에요. 그때 똘망똘망했던 장백지. 당시 그 친구가 스무 살이었을 거예요. 젖살도 안 빼진 상태에 타지에 와서 고생을 참 많이 했죠.

3. ‘대호’(2016)

영화설명: 호랑이 김대호 씨와 그런 대호와 닮아 있는 한 남자 천만덕 씨(최민식)의 이야기. 포스터만 보고 으레 ‘김대호(호랑이) vs 천만덕’의 대결이리라 기대한다면 영화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대호’가 액션 시퀀스 못지않게 중요하게 돌본 것은 욕망 앞에 무너져 내린 ‘어떤 정신’들이다. 변해버린 시대에 맞선 이들의 ‘슬픈 운명’이다. 그리고 혼탁하게 흘러가는 급류의 한 가운데서도 끝끝내 지키고 싶었던 일종의 ‘직업정신’이다.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다양한 해석을 열어 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최민식: 제가 한 번쯤 그려보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산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산을 대하는 태도를 그린 작품이죠. 이 영화를 찍으면서 롤랑 조페의 ‘미션’(1986)을 자주 떠올랐어요. 그래서 전 ‘대호’에 종교적인 의미를 많이 부여했었죠. 산군이라든지, 산신이라든지…풀 한 포기,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잡을 만큼만 잡아야 합니다. 그런 룰이 외세의 침략에 의해 깨질 때, 어떻게 하느냐. 총을 들고 맞서 싸우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에요. 내 결기와 내 삶의 원칙을 지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저항이라고 봅니다. ‘미션’에서도 외부의 침략에 대응하는 두 부류의 인간이 나오죠. 무력에 맞서야 한다는 멘도자(로버트 드 니로) 같은 인간이 있는가 하면,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처럼 끝까지 총을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브리엘 신부는 끝까지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가혹한 고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죠.

그런 시절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동학(東學)에 관심이 많아요. 언제고 영화로도 해보고 싶어요. 동학이라고 하면 흔히 죽창-녹두장군-투쟁의 역사를 떠올리시는데,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 동학은 인내천이잖아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 교주 최시영 선생에게 어떤 제자가 물었대요. “선생께서 생각하는 하느님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랬더니 최시영 선생이 “저 방 안에서 물레질하는 내 며늘아이가 하느님일세”라고 했대요. 진보된 남녀평등사상과 인본주의 사상이 엿보이죠. 그런 것들이 피로 묘사되는 건 원치 않아요.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동학의 새로운 사상이 어떻게 충돌하고 갈등하고 또 어우러지는 지를 드라마로 감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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