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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광고주 대량 구매” 라붐의 1위, 상처 뿐인 영광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걸그룹 라붐(사진=NH emg)
▲걸그룹 라붐(사진=NH emg)

“광고주가 전국 매장 및 해외 매장에 이벤트 프로모션용 증정 이벤트를 위해 CD를 구입한 것이다. 유통사를 통해 정당하게 구입했다.”

상처뿐인 1위다. “음반 사재기는 없었다”는 소속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걸그룹 라붐을 둘러싼 시선은 곱지 못하다. 광고주의 대량 구매로 얻은 1위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라붐은 지난달 28일 KBS2 ‘뮤직뱅크’에서 신곡 ‘휘휘’로 아이유의 ‘사랑이 잘’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음원 점수와 시청자 선호도 점수에서는 아이유에게 크게 뒤졌지만, 방송 점수와 음반 점수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얻으며 1위를 가져갔다.

실제 ‘휘휘’가 수록된 라붐의 두 번째 미니음반 ‘미스 디스 키스(MISS THIS KISS)’의 초동 판매량(음반 출시 이후 일주일 안에 판매된 물량)은 2만 8000장에 달한다. 국내 걸그룹 가운데서는 레드벨벳과 트와이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음반 판매량이 체감 인기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슷한 수준의 초동 판매량을 보였던 아이오아이, 여자친구, 레드벨벳 등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디지털 음원 성적 또한 저조하다. ‘휘휘’는 발매 당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음반 판매량과 디지털 음원 이용량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과 같은 온도차는 분명 이례적이다.

▲라붐이 지난 28일 KBS2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했다.(사진=SNS)
▲라붐이 지난 28일 KBS2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했다.(사진=SNS)

‘뮤직뱅크’ 1위를 둘러싼 의혹은 결국 소속사의 ‘음반 사재기’ 논란으로 번졌다. NHemg는 이와 관련해 “라붐과 최근 광고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증정 이벤트를 위해 CD를 구입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기업 규모가 워낙 커서 이벤트용으로 구매한 CD 물량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CD 구매는 유통사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뤄졌단다.

의혹은 가셨지만 이견은 여전하다. 광고주의 구매 내역을 1위 집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 라붐이 국내에만 500여 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는 것은 이들의 인기도를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다. 이 같은 전제의 연장선에서 보면, 광고주의 음반 구매량 또한 라붐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절차의 음반 구매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실제 이용자들이 음반 구매에 대한 비용과 수고를 직접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더욱이 광고주의 음반 구매는 프로모션 이벤트라는, 자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때문에 광고주의 음반 구매량을 일반 대중의 음반 구매량과 동일한 조건으로 집계하는 것은 공정성에 위배될 여지를 안고 있다.

라붐은 빠르지는 않아도 꾸준한 속도로 성장세를 보여 왔던 그룹이다. 성실하게 신곡을 내놓았고 부지런히 활동했다. 이것은 한탕주의가 만연한 가요계에서 분명 의미 있는 행보였다. 음악 방송 1위는 이들의 도약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지금 라붐이 손에 넣은 트로피는 얼마나 명예로운가. 빨리 가는 것보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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