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정시우의 칸시네마] 변희봉표 ‘킹스맨’을 기다리며(feat. 봉준호)

[비즈엔터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칸영화제는 배우의 로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영광이에요. 배우 생활을 오래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꼭 벼락 맞은 사람 같아요. 뭐랄까요. 70도로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상기된 표정, 살짝 떨리는 음성. 그 속에서 숨길 수 없는 연륜과 내공, 그리고 긴 시간 달려 온 배우의 길이 엿보인다. 20일 오후 5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인터컨티넨탈 칼튼 호텔에서 열린 ‘옥자’ 팀과 한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변희봉은 여러 번 취재진들의 마음을 울렸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동물 옥자의 이야기를 그린 ‘옥자’에서 변희봉은 미자의 할아버지를 맡았다. 봉준호 감독과는 ‘플란다스의 개’(00) ‘살인의 추억’(03) ‘괴물’(06)에 이어 네 번째 만남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변희봉
▲'플란다스의 개'의 변희봉

변희봉은 1965년 MBC 라디오 성우 공채 2기 출신이다. 라디오 연속극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변희봉은 1970년 드라마 ‘홍콩 101번지’를 통해 TV에 진출한다. 이후 그는 ‘수사반장’에서 이계인, 조형기, 임현식 등과 단골 범인으로 등장하며 ‘국민 악역’으로 거듭났는데, 이로 인해 마음고생도 적지 않게 했다. 악역을 워낙 천연덕스럽게 연기한 덕에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한 것. 가족들에게 멋진 배우이고 싶었던 변희봉은, 그러나 생계 앞에서 스스로를 여러 번 다독였다.

이후 ‘조선왕조 500년’에 유자광으로 출연, “이 손 안에 있소이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주목받았지만, 관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점점 줄어드는 작품 수 앞에서 변희봉은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건 1999년, 생짜 신인 감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다. 수화기 너머로 자신의 영화에 모시고 싶다고 애원하는 감독, 바로 봉준호였다. 봉준호는 변희봉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살인의 추억' 변희봉
▲'살인의 추억' 변희봉

“마포의 한 호텔 다방에서 변희봉 선생님을 만났어요. 경비원 역할을 부탁드렸는데, 선생님이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어요. (변희봉 성대모사하며)‘경비원? 경비원이 왜 개를 잡아?’ 반응이셨죠.(웃음) 다행히 저에겐 무기가 있었어요. 제가 변희봉 선생님 팬이라, 선생님이 출연하신 작품을 모두 꿰고 있었거든요. 그걸로 선생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죠.”

‘플란다스의 개’ 이후 변희봉은 서서히 충무로에서 파이를 넓혀가기 시작한다. ‘화산고’ ‘주먹이 온다’ ‘선생 김봉두’ 등 감독들이 믿고 캐스팅 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만난 ‘살인의 추억’. ‘수사반장’ 팬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그를 ‘살인의 추억’ 속 구희봉 반장으로 살려낸다. 토속적인 수사관행을 상징하는 구희봉 반장을 맡은 변희봉은 구수한 연기로 극에 매력을 부여하며 '봉테일' 봉준호의 눈썰미가 괜한 게 아님을 증명해 낸다.

그리고 변희봉의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영화 ‘괴물’이 2006년 세상에 나온다. ‘괴물’에서 변희봉은 가족을 묵묵히 지켜주는 아버지 희봉으로 열연, 희귀한 웃음과 ‘짠내 나는’ 감동을 선사한다. 조금 모자란 큰 아들(송강호)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괴물에게 납치된 손녀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희봉은, 더도 덜도 말고 우리네 아버지 같고 할아버지 같았다.

▲'괴물' 변희봉
▲'괴물' 변희봉

봉준호 감독은 변희봉과의 연이은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광맥이랄까, 매장량이 많아서입니다. 파도 파도 더 나오는 뭔가가 있으세요. 선생님과 여러 편의 작품을 했지만, 여전히 배우 변희봉이 저는 궁금합니다. 더 뭔가 캐내고 싶어서 계속 부탁을 드리게 돼요.”라고.

이번 칸국제영화제는 변희봉의 배우 인생에 어떻게 남을까. “이제 다 저문 배우인데 칸영화제를 계기로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문을 연 변희봉은 쉼호흡을 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레드카펫에서 슈트를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봉준호 감독이 ‘아시아 첩보원’ 같다고 하더라고요. 첩보원 영화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계기를 통해 제게 힘과 용기가 생겼거든요. 그래서 죽는 날까지 더 열심히 연기 하고 싶어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제게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봉준호 감독은 레드카펫 포토월에 선 변희봉에게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콜린 퍼스의 아우라를 발견했단다. 봉감독님, 변희봉 표 ‘킹스맨’을 기대해도 될까요.

=칸(프랑스)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