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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러그드①] 박재범의 스웨그 VS 장기하의 능청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박재범(사진=박재범 SNS)
▲가수 박재범(사진=박재범 SNS)

무대 위 남성이 움직일 때마다 여성 관객들이 자지러진다. 남성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스웨그가 묻어나고 표정에는 섹시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공연장의 온도는 순식간에 2℃ 쯤 달아올랐다.

여기 또 다른 남성이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히 노래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한 보따리 씩 쏟아진다. 남성의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관객들은 알아서 분기탱천했다. 공연장의 온도가 순식간에 2℃ 쯤 달아올랐다.

지난 20일과 21일 서울 한강 난지공원에서 열린 ‘그린 플러그드 2017’, 그곳을 달궈놓은 두 명의 남성 아티스트, 박재범과 장기하의 이야기다. 박재범은 20일 오후 7시경 문 스테이지에, 장기하는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어스 스테이지에 올랐다. 두 사람의 매력은 판이하게 달랐지만 페스티벌에 적합한 아티스트라는 점은 같았다.

▲박재범의 공연을 관람 중인 관객들(사진=PRM)
▲박재범의 공연을 관람 중인 관객들(사진=PRM)

박재범이 오른 문 스테이지에는 이날 마인드유(구 어쿠루브), 유승우, 슈가볼 등 대중적인 성격의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 가운데서도 박재범의 인기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스탠딩 구역 가장 앞줄에는 소위 ‘대포 카메라’를 든 열성 팬들이 자리했고, ‘그린 플러그드’와 사뭇 다른 색깔 때문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관찰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첫곡 ‘나씽 온 유(Nothing On You)’부터 ‘떼창’이 터져 나왔다. ‘올 아이 워너 두(All I Wanna Do)’, ‘좋아’, ‘솔로’를 지나면서 공연장에는 자연스럽게 흥이 차올랐다. 두 팔과 두 다리는 똑같이 달렸는데, 왜 박재범의 춤은 스웨그가 넘치고 내 춤은 몸부림 같은가 고민하고 있을 찰나 새로운 뮤지션이 등장했다. 박재범이 설립한 레이블 하이어뮤직 소속 래퍼 Ph-1이란다.

ph-1의 등장으로 현장은 힙합 페스티벌 분위기로 바뀌었다. 관객들은 처음 보는 아티스트의 얼굴을 다소 낯설어 하면서도 곧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다. Ph-1이 떠난 자리는 식케이가 채웠다. 미디움 템포의 ‘링링(Ring Ring)’은 몸에 줄줄 흐른 땀을 식히며 듣기에 제격이었다.

박재범은 식케이와 함께 한 ‘알콜은 주면 싫지만 주면 마실 수밖에’를 시작으로, ‘온 잇(On It)’, ‘ㅎㄷㄷ(PUT'EM UP)’, ‘네가 알던 내가 아냐’ 등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정점으로 끌고 갔다. 재킷, 셔츠 등 몸에 걸친 것은 하나씩 벗어 던졌다. 마지막곡 ‘몸매’를 부를 때는 러닝셔츠마저 벗고 상의를 그대로 드러냈다.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하는 대로. 환호성과 노래 소리가 어우러져 더없이 뜨거웠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사진=장기하와 얼굴들 SNS)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사진=장기하와 얼굴들 SNS)

장기하와 얼굴들이 공연한 곳은 인근의 어스 스테이지. 고고보이스, 잔나비, 피터팬컴플렉스 등 밴드들이 대거 거쳐 간 곳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날 어스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로 등장했다. 갓 제대한 군인처럼 짧은 머리카락, 유니폼 같기도 하고 등산복 같기도 한 푸른 셔츠는 비주얼만으로도 범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몇 개의 음악 페스티벌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관람한 적 있어서 사실 처음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페스티벌 레퍼토리야 빤하겠지 싶었는데, 웬걸. 지난해 6월 발매한 네 번째 정규음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수록곡을 대거 선곡해 들려줬는데, 그 노래들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로 비교적 가볍게 출발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ㅋ’, ‘그러게 왜 그랬어’, ‘빠지기는 빠지더라’ 등 최신곡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너랑 나랑은’, ‘싸구려 커피’ 등의 히트곡을 골고루 들려줬다. 어렵지 않은 리듬 덕분에 관객들은 어떤 노래도 낯설어 하지 않고 즐겁게 춤을 췄다.

정규 4집 수록곡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게 왜 그랬어’는 아마 여성 관객들이 가장 뜨거운 환호를 보낸 노래가 아닐까. 무심한 표정으로(하지만 그것은 혼신의 연기가 담긴 얼굴이었다) “왜 그러고 섰어. 들어 와”라고 읊는 장기하에게서 왠지 모를 섹시함이 느껴졌다. ‘ㅋ’의 지질함이나 ‘빠지기는 빠지더라’의 막무가내 흥겨움 또한 정신을 놓게 만드는 촉발제가 됐다.

한편, 이날 열린 ‘그린 플러그드 2017’에는 오추프로젝트 로큰롤라디오, 카더가든, 임슬옹, 내 귀에 도청장치, 박기영, 레이지본, 글랜체크, 악동뮤지션, 에피톤프로젝트 등 총 31개 팀이 출연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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