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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러그드②] 로맨틱펀치, 넥스트 헤드라이너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밴드 로맨틱펀치(사진=콴엔터테인먼트)
▲밴드 로맨틱펀치(사진=콴엔터테인먼트)

뜨겁고 뜨거웠다. 지난 21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그린 플러그드 2017’, 관객들의 열기를 샘내기라도 하듯 낮 최고 기온이 약 30℃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 더위가 계속된다면 여름 록 페스티벌에는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내 시답지 않은 기우임을 깨달았다. 밴드 로맨틱 펀치의 공연 덕분이다.

로맨틱 펀치는 지난 21일 오후 5시 55분부터 6시 45분까지 약 50분간 어스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다. 로맨틱 펀치의 다음 순서가 ‘음악대장’ 하현우가 이끄는 밴드 국카스텐이었던 데다가 인접해 있는 선 스테이지에서는 피아가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공연장은 록 팬들로 북적였다. 각 팀의 티셔츠를 차려 입은 관객들이 한 데 어우러져 몸을 흔들었다. 그들에게서 일종의 동지애마저 느껴졌다.

로맨틱 펀치의 음악은 신나고 멜로디도 금방 귀에 익는다. 곳곳에 ‘떼창’을 유도하는 포인트가 숨어 있어서 따라 부르기도 쉽다. 처음 보는 관객마저 춤추게 만드는 힘을 밴드는 갖고 있다. 기자 역시 평소 로맨틱 펀치의 음악을 즐겨듣지는 않지만 페스티벌에서는 이들의 공연을 대부분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 ‘그린 플러그드 201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공연 첫 곡부터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음향 사고가 발생했다. 공중으로 높이 쳐든 관객들의 팔은 리듬을 타는 대신 엑스 자를 그려댔다. 하지만 노래가 불리는 내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보컬 배인혁은 결국 ‘생목’으로 노래를 마쳤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객석에서는 잠시 동요가 일었다.

▲'그린 플러그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사진=PRM)
▲'그린 플러그드'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사진=PRM)

하지만 배인혁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무대를 이어갔다. 그는 평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한 달 전에 셋리스트를 짰는데 생각보다 날이 선선하다. 그래도 예정대로 부르겠다”면서 다음 곡의 연주를 시작했다. 고(故) 프린스의 명곡 ‘퍼플레인(Purple Rain)’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동이 뭉근하게 일었다. 퍼플존의 관객들은 자리에 등을 깔고 누워 하늘을 향해 손을 휘저어댔다.

“여기 록 좋아하는 분들 많이 계시죠? 이번 노래는 록이라고 하기에는 그런데…아이, 일렉 기타 나오면 다 록 아니야? 하하하.” 귀여운 너스레와 함께 배인혁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지난 4월 발표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흘러 나왔다.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노래가 아주 유명하지는 않을 거예요. 혹시 모르는 분이 계실 수 있으니까 중간에 ‘걸어요’만 해주시면 돼요.” 배인혁의 당부 덕분에 ‘떼창’이 무사히 완성됐다. 즐거웠다.

‘몽유병’, ‘미드나잇 신데렐라(Midnight Cinderella)’, ‘파이트 클럽(Fight Club)’, ‘토요일 밤이 좋아’ 등의 익숙한 노래들이 공연 분위기를 광란으로 이끌었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드럼 연주와 끝도 없이 올라가는 배인혁의 고음에 관객들은 뜀박질로 화답했다. 송창식 원곡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부르던 도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애드리브가 튀어나와 혼을 쏙 빼놓았다.

예상하건대 로맨틱 펀치는 인지도와 상관없이 현장 관객에게서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밴드 중 하나일 것이다. 초반 발생한 음향 사고로 관객들은 물론 밴드 멤버들도 적잖이 당황했지만 무사히 공연을 마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한 가지 더. 관객들의 뜨거운 환대로 보아 머지않은 미래에 헤드라이너 자리를 노려봐도 되지 않을까.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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