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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파수꾼’을 만드나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배우 이시영(사진=MBC '파수꾼')
▲배우 이시영(사진=MBC '파수꾼')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가, 여러 가지로 논란이 많은 부분입니다. 드라마 ‘파수꾼’은 사적 복수가 옳다고 주장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법이 존재함에도 왜 사람들이 사적 복수를 상상하게 만드느냐’라는 질문에 작품의 의미가 있습니다.” (손형석 PD)

복수는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법망을 벗어난 영역에서 발생하는 복수는 그것이 가진 위험성 때문에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 그러나 많은 경우, 복수의 끝맛은 비릿하다. 복수를 향하는 과정은 언제나 긴박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전복은 늘 통쾌하지만 사적인 복수가 정의 구현의 정도(正道)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파수꾼’은 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평범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나버린 사람들이 모여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파수꾼의 일원인 공경수(샤이니 키 분)는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해킹해 범행 현장을 포착하고, 서보미(김슬기 분)는 전국의 CCTV를 감시한다.

두 사람은 딸 조유나(함나영 분)의 사고로 실의에 빠진 강력계 형사 조수지(이시영 분)에게 손을 뻗친다. 유나의 추락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며 옥상에서 유나를 밀친 남성이 있다고 알린다. 조수지는 파수꾼들로부터 제보 받은 영상을 증거로 유나를 밀친 범인을 찾는다. 범인은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시완(박솔로몬 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윤승로(최무성 분)의 아들이다.

▲김영광(사진=MBC '파수꾼')
▲김영광(사진=MBC '파수꾼')

실타래는 복잡하게 꼬인다. 작품은 기득권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흙수저’ 검사 장도한(김영광 분)과 야비한 상사 오광호(김상호 분)를 사건에 개입시킨다. 오광호는 윤시완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된 뒤, 과거 자신이 잘못 수사했던 슈퍼마켓 살인사건의 전말을 덮기 위해 이를 미끼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광호가 지난 날 무고한 인물을 잡아넣었던 살인사건을 지금 조수지가 재수사 중이다. 충성스러운 부하 장도한은 조수지의 조사를 막으려 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조수지는 불복한다. 오광호가 손에 쥔 미끼는 이제 조수지에게 향할 수 있다. 네 딸을 밀친 범인을 수사할 테니 살인 사건 조사를 멈춰라. 그러니까 오광호는 윤승로, 조수지 모두와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높은 확률로, 오광호는 윤승로와 손을 잡을 것이다. 권력이라는 것은 서로 붙어먹었을 때 시너지가 나는 법이니까. 윤시완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음은 당연지사. 처벌은커녕, 조사조차 정석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조수지는 복수의 칼을 갈 테고 이 과정에서 추잡한 거래의 내막을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사건에서 시작된 복수는 어쩌면 부조리한 권력 관계를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이 조수지의 사적인 복수를 정의로운 것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작품은 여전히 복수심을 동력 삼은 처벌이 정의 구현으로 그려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 2회 방송 이후 제작발표회에서 손형석PD가 남긴 말이 더욱 묵직하게 와 닿는 건 사실이다. 법치 국가 아래에서도 왜 사람들이 사적 복수를 상상하게 될까. 무엇이 사람들을 사적 복수로까지 몰아붙이는가. 누가 파수꾼을 만드나. ‘파수꾼’이 보여주길 바란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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