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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해체①] ‘센 언니’들을 보내며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씨스타(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씨스타(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걸그룹 씨스타의 캐릭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말은 아마도 ‘센 언니’일 것이다. 방송인 탁재훈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 MBC에브리원 ‘스타쇼360’에 씨스타가 출연하자 훗날 “길 가다가 깡패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씨스타는 그런 팀이다. 프로그램의 MC이자, 남성이며,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연예인마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팀.

‘센 언니’라는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대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걸크러시’를 불러일으킨다거나 ‘기’가 세서 부담스럽다거나. 양 쪽 모두 세련되지 못한 반응이다. 전자는 센 여성은 대게 여성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 나아가 여성은 남성의 사랑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편견을 함축하고 있다. 후자는 말할 것도 없다. 여성은 얌전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우리를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남성 MC들의 말에 “중성화 시켜도 되냐”고 맞받아치는 다솜이나, 팬사인회 도중 지은 무표정한 얼굴이 ‘정색 논란’을 불러오자 “차에서 자다가 나와서 ‘멘붕’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365일, 24시간 웃기만 하겠냐”고 말한 효린은 ‘센 언니’가 지닌 함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걸그룹에게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때로 “깡패 만난 느낌”이라는 감상을 남기거나,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공식 사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씨스타는 자신이 ‘천생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개조하지 않았다. 효린은 여전히 “김구라는 패밀리십이 느껴지는 오빠”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걸그룹 멤버 중 하나다. 소유는 SBS ‘정글의 법칙’에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제 몫의 톱질을 해낸다. 그러니까 씨스타는 가장 편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씨스타(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씨스타(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그리고 이것은 씨스타의 음악 세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시종 다리를 강조하는 ‘터치 마이 보디(Touch My Body)’의 안무나 “내 애교 섞인 목소리는 오빠만 부를래”라는 ‘러빙 유(Loving U)’의 가사는 만약 다른 걸그룹을 통해 발표됐다면 평범한 춤과 노래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씨스타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어떤 이미지는 그들의 춤과 노래에 사랑스러운 소녀의 얼굴 대신 화끈한 여성의 얼굴을 입혀줬다.

점점 더 걸리쉬해지는 걸그룹 시장의 판도 아래서 씨스타 같은 팀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침없는 언행은 인성 논란을 불러올 테고 솔직한 표정은 태도 논란을 가져올 테니, 착하고 순하고 말 잘 듣는 소녀들이 더더욱 많아지겠지. 그래서 씨스타의 해체가 아쉽다. ‘센 언니’들에게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보낸다. 아듀!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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