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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아성을 함부로 정의하지 마세요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호랑이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남는다고 어른들은 말했지만, 눈 뜨고도 코 베이는 게 요즘 세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민함 그리고 깡. 이달 초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오피스’의 은호원(고아성 분)이 깡 있는 인물이라면, 그를 연기한 고아성은 매우 영민한 배우였다. 말투는 나직했지만 태도는 강단 있었다. 자신에 대한 섣부른 정의가 내려지려는 순간을 은근한 농담으로 모면하는 여유도 있었다. 과연.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빠져나가는 길, ‘호랑이굴에 끌려가도 살아남을 배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Q. 드라마 ‘자체발광오피스’와 영화 ‘오피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상류사회에 편입해 을(乙)의 고충을 겪는 서봄을 연기했다. 이제 고아성이 반(半) 노동자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고아성:
‘을’의 모습을 다룬 작품이 실제로 많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작품에 더욱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간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캐릭터, 현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굉장히 고팠다.

Q. 현실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준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고아성:
반응이 제각각이다. 혹자는 작품이 현실적이라서 공감이 간다고 말하는 반면, 부당한 일에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은호원 캐릭터가 판타지에 가까워서 대리만족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반응을 다채롭게 주워 담되 ‘작품에 대한 주된 의견은 이것’이라는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고 했다.

Q. ‘자체발광오피스’의 배경이 된 사무실은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공간이지만 배우인 당신에게는 그렇지 않다. 작품을 어떻게 준비했나.
고아성:
현실에서 봐뒀던 작은 포인트들, 혹은 사람들에게서 발견했던 매력을 연기하면서 많이 끄집어낸다. 사람에게서 얻는 부분이 분명 있다. 의도적으로 찾아내려고 하면 잘 안 보이는데 예상치 못하게 보이는 것들. 작품을 안 할 때가 오히려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 있다. 예를 들어 ‘자체발광오피스’에서 내가 전화를 받을 때 “은.호.원입니다”라고 끊어서 발음하는 장면이 있는데, 과거 서비스 센터에 전화했을 때 기억을 살렸다.

Q. 최근에 영감을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
고아성:
지난 학기 때 조별과제를 같이 했던 친구가 있다.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친구가 주는 밝은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은호원이 그 모습을 닮아 있는 것 같다.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은호원은 직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촬영 현장에서 고아성은 어떤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편인가.
고아성:
현장마다 다르다. 대본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편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만들어서라도 간다. 내 생각을 잘 받아주시는 감독님이 계신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다. ‘자체발광오피스’는 감독님이 의견을 많이 받아주신 편이다. 대사가 얼마 없고 상황만 주어진, 그래서 배우에게 기대야 하는 장면들이 있다. 감독님께서 ‘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라. 내가 알아서 편집해주겠다’고 하시더라. 덕분에 내 안에서 많은 걸 끌어올 수 있었다.

Q. 고아성이 만든 은호원에는 실제 고아성의 모습이 얼마나 담겨 있나.
고아성:
나는 매순간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자주 쓰는 말투나 표정이 있을 테지만, 그것들을 매 역할마다 다르게 하고 싶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배유 류현경이 ‘어떤 역할을 하든 모두 내 안에서 나오기 때문에 평소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더라. 듣고 보니 매번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욕심처럼 느껴졌다. 진심된 마음으로 연기하려는 노력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Q.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배우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직업 아닌가. 보는 눈이 워낙 많으니.
고아성:
얼마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는 개인의 성향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느껴온 바로는, 우려하려 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일동 웃음)

Q. 언제 그것을 가장 절감(?)했나.
고아성:
어렸을 때 큰 작품(영화 ‘괴물’)을 만나서 그런 것 같다. 당시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봤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스코어였는데도 ‘사람들이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기사가 포털사이트 연예면 메인에 걸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보는 건 아니더라.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맞다. 연예 페이지는 연예 관계자들만 본다.(웃음) ‘괴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에게 ‘괴물’은 어떤 의미인가.
고아성:
‘괴물’이 나온 지 11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괴물’ 이후로 내 삶이 바뀔 것 같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고 나 또한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괴물’ 이후에 내가 꾸준히 작품을 했다는 게 (배우 인생에)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Q. ‘괴물’(2006), ‘설국열차’(2013)로 호흡을 맞췄던 봉준호 감독이 곧 신작 ‘옥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옥자’에 출연하는 아역배우 안서현 양에게 ‘제 2의 고아성’이라는 설명이 붙기도 하고. 혹시 봉 감독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있나.
고아성:
그런데 나는 한 감독님에게 귀속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떤 감독의 신작이 개봉한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전에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 또 나와야 할 것 같은, 나오지 않으면 서운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나는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이 조금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제 2의 고아성이라는 호칭은… 별 생각 없다. 하하하.

Q. 여배우들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최근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성토가 많이 나오는데 당신이 느끼기에는 어떤가.
고아성: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내가 먼저 끄집어내서 하지는 않는데, 듣고 나니 그렇게 느껴진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하면서 서봄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컸다. 그런 역할은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라고 느꼈다. 얼마 전에 ‘풍문으로 들었소’ 종영 인터뷰를 다시 봤는데, 내가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지 않냐. 작품 선택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다행히 내게 들어오는 역할이 내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들어오는 작품에 애정을 더해서 만들어낸다’고 답했더라. 정말 모르는 소리였다. 여태까지는 운이 따라줬던 거고 앞으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Q.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내 취향을 벗어나는 작품이어도 소화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을 얘기하는 건가.
고아성:
그런 것도 있고 ‘자체발광 오피스’ 같은 작품도 내게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도였다. 새로운 것이지만 잘해야겠다는, 내가 안 해봤던 작품이라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고아성(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Q.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것이 의외였다.
고아성:
재밌긴 한데 자주 나가진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이유 없이 나가는 게 어색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홍보가 목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작품을 위해서라면 나갈 수 있다.

Q. 어떤 연예인들,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당신은 어떤가. ‘고아성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는 이미지가 뚜렷하지 않은 편인데 스스로를 더 보여주고 싶나. 아니면 지금처럼 대중과 거리를 두고 싶나.
고아성: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 내가 내 모습을 보여줘도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을 테고. 그리고 나는 작품을 통해 보이는 사람이니까 나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크기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작품이 더 재밌지 않을까.

Q. 가장 최근에 했던 고민은 무엇인가.
고아성:
최근에 밴드 혁오가 너무 부러웠다. 새로 나온 음반을 듣는데 음악이 너무 좋은 한편으로, 그들이 부러웠다. 나도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지만, 만드는 모든 과정에 내 손이 닿을 수는 없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연기를 해도 그게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 수 있고 편집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뮤지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자기 손으로 만들지 않나. 나도 그런 음반에 상응하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싶었다.

Q. 다른 얘기지만 혁오는 이번 음반에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느끼는 불안과 방황을 담았다고 얘기했다. 앞서 가수 아이유와 로이킴도 스물다섯 살을 테마로 한 음반을 냈다. 특히 로이킴은 “스물다섯을 주제로 한 음반이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이 나이가 스스로 많이 달라지는 때인 것 같다”고 했는데, 당신의 스물다섯은 어땠나.
고아성:
스물다섯 살이면 작년인데… 아까 말한 조별과제를 했고(웃음), 잘 모르겠다.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는데, 얘기를 듣고 나니 계속 달라진 것들을 찾아내게 된다.

Q. 숫자에 의미를 두는 스타일은 아닌가보다.
고아성:
아니다. 내 생일은 중요하다.(일동 웃음)

Q. 올해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고아성:
아직 나온 게 없다. 얼마 전에 찍은 화보가 곧 나올 것 같고…,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때 상실감을 크게 느끼는 편이라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내게는 그게 더욱 행복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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