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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블랙넛, 농담의 탈을 쓴 폭력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래퍼 블랙넛(사진=저스트뮤직)
▲래퍼 블랙넛(사진=저스트뮤직)

싫은 게 아니라 해롭다.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 이건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래퍼 블랙넛의 가사 말이다.

래퍼 키디비가 지난달 25일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과 모욕 범행의 죄목으로 블랙넛을 고소했다. 지난 8일에는 SNS를 통해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는 글을 남겼다. 소속사 브랜뉴뮤직 역시 키디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키디비를 희롱하는 블랙넛의 가사는 너무나 저열해 기사에 적는 것이 꺼려질 정도다. 키디비의 사진을 보고 자위를 해본 적이 있다(‘인디고 차일드’)더니, 그에 대한 지적을 받고 나자 “그냥 가볍게 X감.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투 리얼’)라고 나름의 복수(?)를 한다.

글쎄. 제 나름대로는 그것이 쿨하거나 꽤 재밌는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사람의 ‘리스너’로서 말하자면 유치하고 질 낮다. 단어는 추잡하고 사상은 더더욱 그렇다. 그가 가사에 쓴 ‘쉰내’가 그의 가사에서 나는 것 같다.

블랙넛의 가사가 문제가 된 게 어디 하루 이틀 문제인가. 그가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기 전 발표했던 노래의 가사들은 심각할 정도로 비도덕적이며 반사회적이다. ‘친구엄마’, ‘물오징어’, ‘졸엄앨범’ 등에 나타나는 범죄에 대한 묘사는 역겨울 만큼 구체적이다. 솔직하다 혹은 통쾌하다는 평가나 이것이 위악이고 농담일 뿐이라는 ‘쉴드’를 보고 있으면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정도다. 언제부터 범죄를 상상하고 이것을 가사로 까발리는 것이 솔직함의 지표가 됐고 농담이 됐나.

유명세를 얻고 난 뒤 발표한 노래에서는 수위가 한층 낮아지긴 했다. (낮아진 게 ‘인디고 차일드’나 ‘투 리얼’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하지만 아직도 ‘김치녀’는 그에게 혐오의 대상이고 심지어는 ‘추락’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세월호의 진실(‘인디고 차일드’)을 들먹이기까지 한다.

요컨대 블랙넛이 자신을 과시하거나 힙합을 찬양하는 방식은 여전히 약자를 희롱하고 내리까는 것으로써 이뤄진다. 그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은 언제나 모호하다. 메시지가 공허하니 표현은 강해진다. 결국 노래에 담기는 것은 혐오의 감정 그 자체일 뿐이다. 이것이 솔직하고 통쾌하고 재밌는 힙합인가.

‘쇼미더머니4’는 그를 스타 래퍼로 만들어줬다. 그의 SNS 팔로워수는 16만 명을 넘었으며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게 됐고 유명 연예인들이 그의 팬들 자처하기도 한다. 블랙넛의 가사는 여전히 유해하고 그가 유해한 가사를 쓰는 방식은 여전히 비열하지만, 그것을 농담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난다. 걱정스럽다. 이번 사건이 제어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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