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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치열 “지금은 첫 물꼬, 앞으로 물줄기 만들어야죠”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인생 한 방이라더니 가수 황치열이 그렇다. 무명 생활은 길었지만 스타가 되는 데에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통해 주목받았고, MBC ‘나혼자 산다’를 통해 인기 연예인의 자리에 올랐으며,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단숨에 한류 스타가 됐다. 흡사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황치열의 인생이 진정 ‘한 방’에 완성됐을까. 기회와 행운에 발이 달려 스스로 황치열을 찾아갔을까. 그렇지 않다. 황치열의 지난 9년은 누구보다 치열했고 절박했으며 또한 간절했다. “모든 것은 팬 분들이 만들어 준 일”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천만의 말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돌아가는 법이며 팬들은 진정성 있는 가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황치열이 첫 미니음반을 통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물꼬를 튼 셈”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그는 이내 “앞으로 물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다부진 각오를 덧붙였다. 이를 치(致), 벌일 열(列). ‘벌리면 다 된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앞으로 또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될까.

Q. 축하한다. 첫 번째 미니음반 선주문량이 10만 장을 넘었다고 들었다.
황치열:
깜짝 놀랐다. 기적 같다. 내 일이 아니라 남 얘기를 듣는 것 같다. 모두 팬님들이 만들어주신 일이다.

Q. 팬‘님’들 이라는 호칭이 독특하다.
황치열:
으하하. 나는 늘 팬님들 이라고 부른다.

Q. 데뷔 10년 만에 발매하는 미니음반이다.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황치열:
고심을 많이 했다. 원래는 지난해 겨울에 낼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가 미뤄졌다. 그만큼 신중했다. 수록곡 선정부터 재킷 사진, 음반에 들어간 글씨체와 코팅까지 내가 모두 의견을 보탰다. 얼마나 행복한 작업이었는지 모른다.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Q. 음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황치열: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그 때의 거품을 빼는 작업이 필요했다. 경연 무대에서는 관중들이 즉각 느끼고 자극받을 수 있게 폭발력을 강조하는 편이다. 반면 음반 녹음을 할 때는 보컬에 힘을 빼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공감이다. 일상적인 가사, 내 얘기라고 느낄 수 있는 가사가 만들어지길 원했다.

Q. ‘매일 듣는 노래’는 어떤 기준으로 타이틀곡에 선정됐나.
황치열:
고민이 정말 많았다. 나는 긴 시간 작업을 거치면서 객관적인 기준을 잃었다.(웃음)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대중적인 귀를 가진 스태프들이 정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투표로 정했다.

Q.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연기에 도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황치열:
드라마타이즈 형태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처음에는 배우를 쓰려고 했는데 팬님들이 비디오를 보면서 즐거워하실 부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정극 연기를 해봤다. 어렵다. 28시간동안 촬영했다. 굉장히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영상을 보는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무겁고 진중한 자세로 찍었다.

Q. 스스로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황치열:
으허허하하하하. 50점? 시작이 반이니까. 하하하. 화면이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팬님들이 ‘얘 정말 음반에 신중을 기했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팬님들이 원한다면 연기는 계속 해볼 생각이다. 우리 가수는 노래만 했다고 좋겠다는 반응이면 노래만 하고.

Q. 팬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게 읽힌다.
황치열:
맞다. 책임과 의무가 많아졌다. 10년 전에 나는 무명 가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음반이 나오길 기다리고 기대하는 팬님들이 생겼다. 그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크다. 특히 선주문량 10만 장이라는 수치는… 무명 시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내 이름으로 된 음반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내게도 팬님들에게도 중요한 음반이 될 것 같다.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Q. 무명 시절 얘기를 듣고 싶다. 왜 당신 이름으로 된 음반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황치열: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내가 플레이어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가졌던 부푼 꿈이 무너지면서 점점 무대에만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 마음조차 재가 되고 보컬 학원 선생님으로 진로를 굳혀 갔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버티게 해준 것은 무엇인가.
황치열:
처음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아들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다음에는 오기다. 어느 날 되돌아보니 내가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더라. ‘그렇다면 노래로 해내리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버텼던 것 같다.

Q. 만약 10년 전 가수로서 크게 성공했다면 지금의 황치열은 어땠겠나.
황치열:
멘탈이 달랐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댄스 팀으로 활동해서 사회생활을 일찍 경험한 편이다. 만약 그 때 바로 성공을 이뤘다면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멘탈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가령 중국에서 경연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내게 쉽지 만은 않았다. 언어적인 문제, 무대 연습…. 매번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었다. 그걸 견디고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던 게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팬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당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같다.
황치열:
내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신 분들이다. 나보다 잘생긴 분들, 나보다 어리고 노래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 와중에 나를 선택해주신 분들 아닌가. 누군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나를 위하는 팬님들의 바람은 정말 맹목적이다. 늘 감사하다.

Q. 스스로 생각하기에 팬들을 ‘심쿵’하는 황치열의 매력은 무엇인가.
황치열:
으하하하. 그냥 ‘촌놈’이라서 그렇다. 가식 없는 모습을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어제도 메이크업을 안 한 상태로 카페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알아봐주시고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그럴 때 그냥 ‘네. 미안한데 어플(포토샵 애플리케이션) 한 번 돌릴까요?’ 한다. (일동 웃음) 만약 내가 소속사를 통해 만들어진 가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이미지 관리? 멋있는 척은 또 언제든지 할 수 있다.(웃음)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가수 황치열(사진제공=하우엔터테인먼트)

Q. 음반명 ‘비 오디너리(Be Ordinary)’는 ‘평범하다’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평범해져라’는 다짐처럼 읽히기도 한다.
황치열: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내가 잘난 사람이기 때문에 잘된 것이 아니라 팬님들 때문에 내 길을 잘 걸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일상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음악이더라. 나한테 ‘평범하다’는 말이 음악을 한다는 의미가 됐으면 좋겠다. 늘, 진행형으로.

Q. 반면 가수라는 직업은 평범하지 않다.
황치열:
마이크를 잡으면 특별해지는 직업이다. 힘든 점? 글쎄.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편하게 있는 모습을 팬님들이 편하게 받아주는 덕분인 것 같다.

Q. 닮고 싶은 선배 가수가 있나.
황치열:
박효신, 임재범, 김범수 선배님의 노래로 연습을 많이 했다. 한 획을 그으신 분들 아닌가.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되신 분들이다. 게다가 박효신 선배님은 공연만 했다 하면 티켓이 ‘완판’된다. 가수로서 그것보다 더욱 큰 영예가 있을까.

Q. 언급한 박효신, 임재범은 굴곡진 여정을 지나온 사람들이고 당시의 경험을 담은 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신에게도 두 사람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혹시 자전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심은 없나.
황치열:
나는 가수로서 이제 첫 물꼬를 튼 셈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조금씩 나의 생각이나 내가 살아온 날들, 인생관을 녹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듣는 사람들이 추억의 한편을 영화처럼 회상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Q. ‘첫 물꼬’라고 얘기한 만큼 이번 음반이 가수 황치열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황치열: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비춰졌다. 황치열의 음악으로서는 이번이 첫 걸음인 셈이다. 노심초사 하고 있지는 않다. 물꼬를 텄으니 이제 물줄기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Q.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황치열:
늘 말씀드리는 바이지만, 제가 무대에 서고 콘서트를 하고 음반을 낼 수 있는 것은 제가 잘났기 때문도 아니고 소속사를 잘 만났기 때문도 아니라 모두 팬님들 덕분입니다. 이 음반이 앞으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추억이 될 거예요. 계속해서 이런 추억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뒤돌아 봤을 때 아름답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겁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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