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BZ시선] 한국 힙합은 달라질 수 있을까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쇼미더머니6' 예고편(사진=Mnet)
▲'쇼미더머니6' 예고편(사진=Mnet)
이달 초 공개된 Mnet ‘쇼미더머니6’ 예고편에는 “힙합. 인정받지 못한 음악. 이제는 대한민국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순간, 섬뜩했다. 대한민국 모두가 귀 기울이지 않아 마땅한 힙합이 대한민국 전역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의 일이다. 래퍼 키디비가 블랙넛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죄목은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과 모욕 혐의다. 키디비는 지난 8일 SNS를 통해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는 글을 남기며 강경한 의사를 밝혔다. 소속사 브랜뉴뮤직 역시 키디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키디비가 문제 삼은 것은 지난해 초 발표된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와 올해 4월 발표된 ‘투 리얼(Too Real)’의 가사다. 언급된 두 곡에서 블랙넛이 키디비를 희롱하는 방식은 언급하는 것이 꺼려질 정도로 저열하다. 블랙넛은 키디비의 사진을 보고 자위를 해본 적이 있다(‘인디고 차일드’)더니,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받고 나자 “그냥 가볍게 딸감.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투 리얼’)라고 맞받아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Mnet ‘쇼미더머니4’ 출연 이후 인지도를 높인 지금까지, 블랙넛은 늘 약자를 공격하고 내리까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해왔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언제나 모호하다. 메시지가 공허하니 표현은 자극적이어 진다. 결국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혐오의 감정 그 자체일 뿐이다.

▲래퍼 블랙넛(왼쪽)과 스윙스(사진=저스트 뮤직)
▲래퍼 블랙넛(왼쪽)과 스윙스(사진=저스트 뮤직)

스윙스의 사례는 또 어떤가. 2010년 래퍼 비즈니스가 발표한 ‘불편한 진실’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그는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라는 가사를 섰다가 뒤늦게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당사자인 최준희 양이 해당 가사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면서부터다. 소속사 관계자는 취재진의 연락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스윙스는 최 양에게 SNS 메시지를 통해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중의 분노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불편한 진실’ 이후에도 스윙스는 몇 차례에 걸쳐 구설수에 올랐다. 2014년에는 IS 참수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영상을 촬영해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지난 3월에는 출연 중이던 Mnet ‘고등래퍼’에서 참가 학생을 ‘돼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세 사례 모두, 스윙스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자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이것이 힙합이 주창하는 자유인가. 비겁하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자성의 필요성을 자각한 래퍼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과거 발표했던 믹스테이프의 가사가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꾸준히 페미니즘과 관련된 공부를 하며 젠더 감수성을 높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월 발표한 ‘낫 투데이(Not Today)’에서는 ‘널 가두는 유리천장(여성과 소수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 따윈 부숴’라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가사의 적절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해외 K팝 팬덤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정치적 메시지를 가사에 담았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냈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는 한국 힙합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고민한다. 블랙넛과 스윙스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다. SNS 팔로워 수는 십 수 만 명에 이르고 유명 연예인들이 팬을 자처한다. 이들(을 비롯한 다수의 래퍼들)의 가사 내용은 여전히 유해하고 이들이 가사를 쓰는 방식은 여전히 비열하지만 청자들의 귀와 뇌는 점점 무감해져간다. 걱정스럽다. 한국 힙합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