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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아버지의 전쟁’ 투자사 vs 제작사, “네 탓”만…결국 법정行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책임 전가 뿐이다. “네 탓”만 외치는 사이, 스태프들의 떼인 임금은 갈 길을 잃었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소송청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모임(문화문제대응모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영화인신문고, 예술인소셜유니온,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주최로 열렸다.

영화 ‘아버지의 전쟁’은 지난 1998년 판문점에서 발생한 고 김훈 중위의 의문사 사건을 둘러싼 아버지의 투쟁을 다룬 작품. 올 초 촬영을 시작했지만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무비엔진 간의 이견 차이로 촬영이 중단됐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건, 지난 12일 임성찬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임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부터다. 임성찬 감독은 SNS를 통해 “투자사의 일방적인 촬영 중단 통보로 촬영에 참여했던 스태프와 단역 배우들이 총 2억여 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임금 체불 사실을 알렸다.

임성찬 감독의 글로 문제가 불거지자, 먼저 나선 건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다. 우성엔터테인먼트는 13일 입장을 밝히며 문제를 제작사 무비엔진에 돌렸다. 제작사가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아버지의 전쟁’과 관련해 유가족의 제작 동의를 받지 못해 제작비 지급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한 것. 제작사 무비엔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다음 날인 14일 투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제작중단 지시를 받았다며, 투자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투자사와 제작사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스태프들에게 돌아갔다. 투자사 제작사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에 급급할 뿐, 그 과정에서 체납된 스태태프들의 임금은 책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상황을 보다 못한 연대모임이 직접 나선 기묘한 풍경이 됐다.

이날 연대발언을 한 손아람 작가는 “한국 영화에 관객 1000만명이 들면, 영화 제작사와 투자사가 큰 돈을 번다. 그러나 예산상의 문제가 생기면, 스태프들이 그 손해를 다 감수한다”고 지적했다.

손 작가는 이어 “영화사와 투자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스태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고, 이 사태에서 유일하게 책임이 없는 스태프들이 영화 제작 중단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건 단지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행동이다. 영화산업은 이런 식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버지의 전쟁’에 참여한 미술 감독 이대훈 씨는 이날 “이 사태가 벌어진 상황 자체가 의심스럽고 궁금하다. 통보 하나로 촬영이 끝났고 우리는 재개하려 노력했지만 되지 않았다. 제작사는 책임지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으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흔히 말하는 좋은 영화라는 것은 노동으로 인해 구체화 되는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의도를 말하지만 좋은 영화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좋은 노동이어야 한다. 노동의 댓가는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대모임 측은 “제작사와 투자사는 조속히 협의해 동결된 영화 예산에서 스태프와 배우들의 임금을 지급하라. 한국영화 제작사들은 도급 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를 반드시 사용하라. 한국영화 투자사들은 제작사의 영화 예산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임금 예산을 별도로 직접 관리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태로 난처하게 된 또 한명은 배우 한석규다. ‘아버지의 전쟁’이 한석규의 영화로 지속적으로 오르내리면서 본의 아니게 속 앓이를 하고 있게 된 상황을 맞았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뭉친 이들은 결국 스크린이 아닌, 법정에서 만나게 됐다. 한국 영화 산업의 서글픈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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