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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①] 최민수, 웃겨야 사는 남자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최민수(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최민수(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안녕하십니다.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입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어가 아직 서투릅니다.”

지난 17일 MBC 새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 제작발표회 현장. 주인공 사이드 파드 알리, 한국 이름 장달구 역의 배우 최민수가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건네자 취재진 석에서는 작게 웃음이 일었다. 웃음소리는 그가 극중 이소연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장면을 가리켜 ‘윤창중 그랩(Grab)’이라고 표현하자 한층 소란해졌고, 스스로를 ‘돌아이’라고 일컬을 즈음 절정에 달했다.

11년 전, 불량학생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대미문의 유행어 “허세 부리지 마!”를 탄생시켰던 최민수는 요즘 ‘웃겨야 사는 남자’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필터’ 토크를 자처하며 마초를 시늉하지만 아내 강주은에게는 ‘공주님’이라고 불린다. 한 때 자신이 부리지 말라 일갈했던 ‘허세’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귀엽다. 그리고 웃기다. 요즘 최민수에게서는 남배우에게 요구되는 어떤 무게를 내려놓은듯한 홀가분함이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죽어야 사는 남자’ 속 장달구에게서도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만수르 부럽지 않은 부자이지만 재력보다 약점을 먼저 드러낸다. 돈 앞에서는 강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약하다. 전용기를 타고 화려하고 조국 땅을 밟았건만, 같은 시각 공항에 도착한 아이돌 그룹에 밀려 ‘아저씨1’ 신세가 되어 버린다. 최민수는 과장된 연기를 통해 그의 약점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노골적으로 웃음을 지향하는 그의 태도는 타당성에 대한 평가 기준을 쉽게 무너뜨린다.

▲배우 최민수(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배우 최민수(사진=MBC '죽어야 사는 남자')

MBC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을 통해 B급 코믹 정서를 맛깔나게 구현해냈던 고동선 PD는 최민수의 연기에 날개를 달아준다. 주인공 황메리(이하나 분)가 날아간 슈퍼 간판에 머리를 맞아 기절했다가 슈퍼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주겠다는 말에 눈을 번쩍 뜨는, 현실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을 태연자약하게 그려냈던 그의 실력은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만화적인 설정을 만화적으로 연출함으로써 현실성에 대한 논의를 장외로 밀어놓는다.

덕분에 장달구는 여느 드라마의 재벌들처럼 부(富)를 유지하거나 늘이기 위해 고심한다던지 세력을 차지하기 위해 분투할 필요가 없다. 대신 전용기 승무원에게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난데없이 탱고를 춘다. 고동선 PD와 최민수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것은 장달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전제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킨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반박의 여지없이 웃겨야 사는 작품이다. 고동선 PD가 깔아놓은 판 위에 최민수가 신나게 날뛰면서 B급의 냄새가 짙게 밴 코미디물이 완성됐다.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아마 강하게 갈릴 것이다. 하지만 ‘메리대구공방전’이나 ‘환상의 커플’과 같은 MBC의 재기발랄한 드라마를 그리워했던 사람들에게는 분명 즐겁게 시청할 만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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