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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아이돌학교’, 엠넷의 기행열전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아이돌학교' 공식 포스터(사진=Mnet)
▲'아이돌학교' 공식 포스터(사진=Mnet)

16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포털사이트 다음 내의 한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지난 1일부터 엠넷(Mnet) ‘아이돌학교’에 대한 언급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방송을) 보실 분들은 보시되 카페에서는 반드시 언급 금지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카페가 언급 금지를 결정한 이유다. 운영자는 글 말미 ‘공지 결정에 있어서 참고한 게시글’을 덧붙였는데, 이 게시글에는 ‘아이돌학교’가 여성 특히 미성년의 여성을 성(性)적으로 소비할 것이라는 우려와 출연 지원자들이 제작진에게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니까 카페의 언급 금지 결정은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콧’ 선언인 셈이다.

엠넷 ‘프로듀스101’ 때와는 비교되는 반응이다. 어쩌면 ‘프로듀스101’을 거치며 알게 된 것이 ‘아이돌학교’에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듀스101’은 장편 인질극 같은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출연 연습생들의 외모, 실력, 성격, 인성(이라는 명목의 무해함), 심지어 사생활까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다. 프로그램 안은 전쟁 같지만 프로그램 바깥은 지옥이다. 미래의 어느 것도 보장받지 않은 연습생들에게, 다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표다. 프로그램이 부당할수록 투표에 대한 열의는 높아진다.

‘아이돌학교’에서 실시간 투표를 실시하고(심지어 자신의 등수를 확인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기까지 한다), 방송 2주 만에 하위 등수 퇴소 규칙을 만든 것은 또 한 편의 인질극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많은 규칙들이 ‘프로듀스101’을 답습하면서 두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제작진은 이렇게 답했다. “최종적으로 데뷔 멤버가 선발된다는 점은 같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포커스가 맞춰지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아이돌학교' 예고편(사진=Mnet)
▲'아이돌학교' 예고편(사진=Mnet)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포커스가 맞춰지는 부분 모두 ‘프로듀스101’과 다르다. ‘프로듀스101’에서는 비록 등급 간 대우가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을지언정, 연습생들이 자신의 실력에 따라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돌학교’에서 선생님은 출연자들을 심사하는 역할을 할뿐이다.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것은 ‘레슨’이 아니라 ‘연습 시간’이다. 출연자들은 제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을 찾든지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앞에서 진땀을 쏟으며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줘야 한다. 굴욕적이고 가학적이다.

프로그램의 ‘포커스’를 얘기하자면 할 말은 더욱 많아진다. 프로그램은 노골적으로 출연자들의 신체에 집중한다. 일상복은 세일러 교복이고 연습복은 부르마(일본식 체육복)다. 장경남 PD는 이 같은 의상이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는 지적에 “예쁜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예쁜 옷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일본식 교복과 체육복을 입어야 하는 ‘당위성’이 ‘예쁨’, 그러니까 여성의 신체적인 특성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성 상품화의 전형이다. 흰 티셔츠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는 ‘폐활량 훈련’이나 교복 차림으로 인공 빗줄기를 맞으며 춤을 추는 ‘무대위기 대처술’ 또한 출연자들의 신체를 전시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투영한 수업이다.

‘아이돌학교’는 ‘프로듀스101’과 다르다. 가학적인 성격은 같지만 질은 더 나빠졌다. ‘성장 드라마’라는 포장이나 ‘1500명이나 되는 참가자들이 예선심사를 위해 몰려들었다’는 과시는 아무것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듀스101’에서 인질, 아니 연습생 구출을 위해 ‘픽(Pick)’을 행사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아이돌학교’에서 등을 돌리고 보이콧을 선언한다. 엠넷의 기행이 계속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달라지고 있다. 그러니까 엠넷도 이제는 좀 달라지면 안 될까. 더 나쁜 쪽이 아니라, 더 정상적인 쪽으로.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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