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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프듀’ ‘소년24’ ‘아이돌학교’…CJ E&M이 이상해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엠넷 ‘프로듀스101’의 인기는 단순히 프로그램 혹은 출연 연습생들에 대한 것일까 아니면 아이돌 제작 환경에 변화를 예고하는 지표일까. ‘아이돌학교’는 CJ E&M이 아이돌 제작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전포고일까, 아니면 그냥 한 편의 리얼리티 쇼일까. ‘소년24’는 정말 실패한 프로젝트일까 아니면 새로운 위협의 단초일까.

음원 제작과 유통, 방송, 공연 등 음악과 관련한 사업을 전 방위적으로 벌여온 CJ E&M이 딱 하나 발을 들이지 않은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이돌 제작이다. CJ E&M은 기성 가수들 위주로 전속계약을 맺어 왔으며 그 역사 또한 길지 않다. CJ E&M 소속이라는 이유로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국장픽’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던 윤지성, 강다니엘 등은 엄격히 말해 CJ E&M과 파트너십을 맺은 MMO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그러니까 CJ E&M에게 ‘아이돌 제작’은 최후의 보루 같은 영역이었다.

그래서 지금 CJ E&M이 론칭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은, 흥미롭다. ‘프로듀스101’부터 ‘소년24’,그리고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아이돌학교’까지 어느 프로그램도 아이돌 제작에 대한 의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어느 프로그램도 아이돌 제작에 대한 의지를 말끔하게 지우지 못한다. 궁금하다. CJ E&M이 숨기고 있는 야심이.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연습생들(사진=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연습생들(사진=Mnet)

‘프로듀스101’,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엠넷이 제작한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지난해와 올해(가 아직 절반가량 남았지만 확신한다)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최고 5.7%까지 올랐고(시즌2 최종회,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유료 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광고는 ‘완판’됐으며 광고 단가는 690만 원(시즌2 기준)까지 뛰었다. 프로그램 내외부에서 불거진 숱한 논란과는 별개로, 프로그램이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이미 기획사에서 일정 수준의 육성 과정을 거친 연습생들을 모아 만드는 하나의 리얼리티 쇼다. 춤, 보컬, 랩에 대한 트레이닝이 진행되기는 하나 이것은 장기적인 투자라기보다는 목전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속성 과외에 가깝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는 제작진에 의해 극적으로 매만져지고 이것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결과적으로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보이그룹 워너원을 육성해내기는 했으나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그 자체로 육성의 절차에 충실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바이벌 방식을 차용한 리얼리티 쇼에 가깝다. 쇼를 통해 데뷔한 걸/보이그룹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제작사, 즉 방송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아이돌 그룹 제작에 실패한 제작사가 책임져야 하는 그것에 비교했을 때 작고 또 작다.

그러나 약 11주 간 펼쳐진 이 쇼는 1년 혹은 그 이상의 지속적인 수익으로 이어진다. ‘프로듀스101’ 시즌1을 통해 데뷔했던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약 10개월간의 활동으로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101’ 시즌2가 탄생시킨 워너원은 아이오아이보다 훨씬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매출액 또한 아이오아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컨대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성공한 TV쇼가 아이돌 제작 시장을 쥐고 흔들만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방증하며, 이때 방송사에게 돌아가는 리스크는 그것이 얻을 수 있는 리턴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다.

▲'아이돌학교' 출연진들(사진=CJ E&M)
▲'아이돌학교' 출연진들(사진=CJ E&M)

‘아이돌학교’, ‘프로듀스101’에서 CJ E&M 지분만 키웠다?

이달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아이돌학교’는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프로듀스101’과 유사성을 가진다. 다만 달라진 것은 출연자들의 성격과 소속이다. ‘프로듀스101’이 ‘친정집’이 있는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아이돌학교’는 일반인 참가자들을 학생으로 모집한다. 최종 합격생들은 추후 CJ E&M과 전속계약을 맺는다. 아이오아이나 워너원이 ‘시한부’ 활동을 했다면 ‘아이돌학교’ 출연자들은 완결성을 가진 팀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방송사와 기획사에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다면 ‘아이돌학교’는 다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격이랄까. ‘아이돌학교’의 최종 합격생들은 유력 매체의 주력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셈이다. 방송 하나, 기사 한 줄이 아쉬운 가요 기획사 입장에서 이들만큼 눈에 거스르는 존재가 또 있으랴.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들어온 격”이라는 일각의 볼멘소리가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CJ E&M은 ‘아이돌학교’ 출연자들 전원과 전속계약을 맺되 최종 선발 그룹의 매니지먼트는 직접 맡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기획사들과의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존 가요 기획사에 매니지먼트를 위탁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미 방송사가 제작자의 한 명으로 시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수익의 일부를 타 기획사에 떼어주는 게 과연 ‘상생’의 진정한 의미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다. 확실한 건 또 하나 발견했다는 것이다. 방송사가 아이돌 제작 시장을, 어쩌면 더욱 격렬하게 뒤흔들 방법을.

▲콘서트 프레스콜에 참석한 '소년24' 49인멤버들(사진=비즈엔터DB)
▲콘서트 프레스콜에 참석한 '소년24' 49인멤버들(사진=비즈엔터DB)

‘소년24’ 보라, 대기업의 인프라를!

가장 적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가장 위협적인 프로젝트는 단연 ‘소년24’다. 지난해 CJ E&M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포부와 자부심의 총체처럼 보인다. 론칭 초반 ‘프로듀스101’ 남자 버전이라는 오해를 종종 사곤 했던 이 프로젝트는 사실 투입된 인프라만 보자면 ‘프로듀스101’을 훨씬 웃돈다. 3년 간 25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그룹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은 CJ E&M이 ‘소년24’ 제작 초반부터 공공연하게 드러내온 야심이다.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시도 자체는 눈여겨 볼 만 하다. 시가총액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CJ E&M이 아이돌 제작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 특히 거대한 인프라와 자본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소 기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대형 기획사들, 특히 상장사들과의 경쟁에 있어서도 사이즈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CJ E&M은 엠넷, 티비엔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 채널 보유하고 있고 음원 유통과 플랫폼 사업을 겸하고 있는데다가 공연 제작도 직접 한다. ‘소년24’의 콘텐츠는 CJ E&M이 운용하는 모든 채널을 통해 확산된다. CJ E&M 공연사업부문 신상화 본부장은 프로그램 론칭 당시 제작발표외에 참석해 “소년24는 방송과 공연, 음악 사업을 총망라하기에 시스템적으로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막대한 ‘돈’이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1년간의 장기 공연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신상화 본부장이 ‘소년24’를 일본 AKB48과 비교하면서 했던 말은 자본력에 대한 CJ E&M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KB48의 제작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경제적인 소득을 위한 공연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투자를 통해 퀄리티에 집중하고 K팝의 대표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사전 프로모션의 일환이었던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년24’가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프로그램 합격자들이 꾸린 동명의 공연 브랜드 ‘소년24’는 “어느 누가 봐도 재밌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당초의 각오와 달리 팬덤 내부에서만 소비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충분히 위협적인 시도다. CJ E&M을 제외하고 이렇게 과감한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획사 내지는 방송사가 또 어디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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