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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물에 젖고 흥에 취하고…싸이, 뜨겁게 불사른 180분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가수 싸이의 콘서트 취재 현장.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느긋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십 분 쯤 지났을까. 후두둑. 난 데 없이 객석으로 물줄기가 쏟아졌다. 이럴 수가. 취재석까지 물이 닿지는 않는다더니!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무릎 위에 올려뒀던 노트북에 황급히 우비를 씌웠다. 설마하며 우물쭈물하던 사이, 또 한 번 물이 쏟아졌다. 망설일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객석을 벗어났다.

객석 뒤편에 마련된 진짜 취재석에 자리를 마련한 뒤 주섬주섬 젖은 몸을 닦았다. 허허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당함에 나온 실소였냐고? 아니다. 고백하는데, 즐거웠다. 어린애처럼 물을 뒤집어 써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놀라움의 크기만큼 커다란 해방감이 찾아왔다. 시원했다. 자유로웠다. 이 맛이다. 싸이의 콘서트는.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4일 오후 7시42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싸이의 여름콘서트 ‘2017 흠뻑쇼 - 섬머 스웨그(SUMMER SWAG)’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약 2만 5000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어 물줄기 속에서 뛰어 놀았다.

지난 2012년 첫 개최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흠뻑쇼’. 긴 시간의 공백을 만회하려는 듯 싸이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쏟아진 물의 양만 150톤에 달하며 공연 내내 1500발의 화약이 터져 화려함을 더했다. 전광판을 수놓은 1600개의 LED 타일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메인 무대는 80M에 달하는 사이즈로, 싸이 공연 사상 최대 규모”라고 귀띔했다.

싸이는 인트로도 없이 ‘아이 러브 잇(I LUV IT)’과 ‘챔피언’, ‘연예인’을 연달아 불렀다. 물은 공연 초반부터 아낌없이 뿌려졌다. 몸을 적신 물이 체온은 낮춰줬을지언정 가슴을 식히지는 못했다. 오히려 관객들의 열정에 불씨를 던지고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물에 젖은 관객들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날씨 정말 끝내준다!” 더위와 열기에 대한 찬사로 싸이는 첫 인사를 건넸다.

▲아이유(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아이유(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새’, ‘젠틀맨’, ‘라잇 나우(Right Now)’, ‘흔들어 주세요’ 등 히트곡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오늘 밤새’ 무대에서는 삼각 수영복 차림의 싸이를 형상화한 거대하고 남세스러운 인형이 등장했고, ‘어땠을까’에서는 어여쁜 아이유가 나타나 무대를 함께 꾸몄다.

아이유는 “싸이 선배님이 히트곡을 정말 많이 갖고 계시다. 여태까지 나온 노래도 모두 아는 곡이라 ‘관객 분들 정말 신나시겠다’ 생각했는데 아직 반의반도 안 부른 것이라고 한다”는 말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제대로 뛰면 내일 혈근이 비출 것”이라고 말하던 싸이. ‘나팔바지’와 ‘예술이야’를 지나, ‘뉴 페이스(NEW FACE)’에 이를 때 쯤 공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물줄기가 허공을 가로지르면 공연장은 워터파크로 변했고 레이저가 어둠을 가를 땐 클럽이 됐으며 폭죽이 터질 땐 페스티벌 현장이 됐다. “여러분. 행복해서 뛰는 게 아니라 뛰어서 행복한 겁니다. 다같이, 뛰어!” 싸이의 호령에 맞춰 관객들 모두 일사분란하게 뜀박질했다.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싸이(사진=고아라 기자 iknow@)

관객들이 달아오를수록 물줄기도 거세졌다. 관객들과 물줄기 모두 서로에게 기세를 밀리지 않으려는 듯 격렬하게 제 에너지를 뿜어냈다. ‘드림(Dream)’에서는 돌출 무대에서 사방으로 물을 퍼져나가는 장관이 연출됐다. 물이 만든 막 뒤에서 싸이가 노래를 불렀고, 막 위에는 고(故) 신해철의 생전 모습이 떠올랐다.(‘드림’은 고 신해철을 기리며 만든 노래다.) 싸이니까 가능한 무대였다.

언제나 ‘업주’의 마음으로 관객들을 모신다는 싸이는 2시간 동안 이어진 본 공연 외에도 1시간을 훌쩍 넘는 앙코르 무대를 마련했다. 과연, 풍채만큼 넉넉한 인심이었다. ‘여름이야기’, ‘쿵따리사바라’, ‘런투유(Run To You)’, ‘와’, ‘잘못된 만남’과 같은 댄스곡 메들리에서부터 ‘붉은 노을’, ‘말달리자’, ‘그대에게’, ‘여행을 떠나요’ 등의 록 메들리까지 알찬 레퍼토리가 서비스됐다.

한편 싸이의 ‘2017 흠뻑쇼 - 섬머 스웨그’ 서울 공연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지며, 11일 대전, 19일 대구, 26일 광주로 자리를 옮겨 관객들을 만난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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