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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人] 상상을 현실로…‘혹성탈출3·엑스맨·해리포터’ 앤더스 랭글렌즈 시각효과 감독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시각효과가 구현하지 못할 게 있을까?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앤디 서키스)를 바라보는 심정은 그러니까…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 인간에게만 가능하다 생각했던 ‘감정적인 공명’을 디지털 캐릭터에게 느끼게 될 줄이다.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통해 리부트 된 ‘혹성탈출’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기술력의 성취를 선보였다. 보다 정교하게, 보다 사실적으로. 이는 이번 3편에서도 유효하다. 맷 리브스 감독이 들고 나온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하 혹성탈출3)은 지금의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의 최선선이다. 그 중심에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이 있다. ‘혹성탈출3’ 외에도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1부’(2010)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 ‘맨 오브 스틸’(2013) ‘마션’(2015) ‘엑스맨: 아포칼립스’ 등을 매만진 아티스트다.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난다.

Q. 성장 환경이 궁금하다. 지금의 일을 하는데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는가.
앤더스 랭글렌즈:
어머니는 내가 의사가 되길 원했다. 이를 위해 과학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나는 미술이 더 좋았다. 결국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님에게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부모님이 내 꿈을 지지해 주셨다. 이후 영국 본머스 대학(Bournemouth University)에서 컴퓨터 시각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영국에 있는 MPC(The Moving Picture Company)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13년을 일했다. 최근 작업한 게 아카데미시상식 시각효과상에 노미네이트된 ‘마션’이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큰 작업이었다.

Q. 미국의 ‘웨타 디지털’로 옮기게 된 계기가 있나.
앤더스 랭글랜즈:
오래전부터 ‘웨타 디지털’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선두주자였다. ‘반지의 제왕’ 골룸부터 ‘혹성탈출’ 시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업계사람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와서 자연스럽게 참여를 하게 됐다.

Q. ‘혹성탈출3’은 지금까지 나온 모션캡처 기술(사람, 동물 또는 사물에 센서를 달아 그 대상의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화 속에 재현하는 기술)의 최전선 같다.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과정이 궁금하다.
앤더스 랭글랜즈:
데이터를 단순히 전환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표정을 최대한 유인원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표정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유인원과 사람은 얼굴 구조가 다르다. 눈썹과 입술 등의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의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유인원들의 연기는 100% 인간이 한다. 하지만 이를 유인원의 얼굴로 완벽하게 바꾸는 것에는 능력자들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Q. 그렇다면 궁금하다. ‘혹성탈출’에서 앤디 서키스(시저 역)가 보여주는 연기는 대단하다.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왔다. 디지털 캐릭터의 표정과 제스처를 ‘디지털 기술’ 덕으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퍼포먼스 캡처 연기를 해낸 배우에게 그 영광을 돌려야 하는가 말이다. 시각효과를 담당하는 당신의 의견이 궁금하다.
앤더스 랭글랜즈:
앤디 서키스 연기는 (아카데미보다) 더 큰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저라는 캐릭터는 앤디 서키스와 저희 디지털 작업 협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그의 연기에서 비롯된 건 분명하다. 저희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 시저의 고뇌와 감정의 깊이를 더욱 극대화 시키려 노력했고 덕분에 그의 표정이 더욱 사실적으로 살아났다고 본다.

Q.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보다보면, ‘배우의 연기가 필요한가’라는 의견도 나올 것 같다. 가상의 배우나, 이미 죽은 배우를 살려내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지 않나.
앤더스 랭글랜즈:
그 부분 역시 지난 몇 년간 거론이 돼 왔다. ‘디지털 캐릭터가 배우를 대처할 수 있나’하는 문제 말이다. 그에 대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진보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저나 모리스(카린 코노발), 베드 에이프(스티브 잔)처럼 배우의 연기를 통한 캐릭터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영화도 결국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감독이 가끔 무리한 걸 요구할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땐 어떻게 조율하나.
앤더스 랭글랜즈:
사실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여러 긴장이 있을 수 있다. 스토리가 원하는 장면이 있고,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구현불가능 한 게 있다. 의견 대립이 생기는 부분이다. 그럴 땐 많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맞춰간다. ‘혹성탈출3’ 맷 리브스 감독의 경우엔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백하게 이해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작업하기가 편했다. 스토리에 충실하되, 물리적으로도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Q. ‘해리포터’ ‘캐리비안의 해적’ ‘엑스맨’ 등 굵직한 영화들에 참여했다. 각각의 시각효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앤더스 랭글랜즈:
모든 프로젝트는 다 다르다. 시각효과 종류도 여러 가지고 말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차이라면, 창의력에 있지 않나 싶다. 감독마다 원하는 앵글이 있고, 구현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있다. 얼마나 더 독창적인가가 중요하다. 그랬을 때 저희의 몫은 감독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시각적으로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하는 가가 아닐까 싶다.

Q. 당신이 이제껏 창조한 시각효과 중, 아끼는 장면이 있다면.
앤더스 랭글랜즈:
역시 ‘혹성탈출3’다.(웃음) 사실 기술적인 건 영화를 찍을 때마다 계속해서 진보하기에, 최근에 만든 것들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혹성탈출3’에서 특히 아끼는 것은 오프닝 전투 신이다. 제가 연출을 했는데, 액션도 많고 재미도 있어서 영화 시작에 멋진 임팩트를 주지 않았나 싶다.

Q 최근 작품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하니, 기술의 진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앤더스 랭글랜즈:
굉장히 빠르다. 빛의 반사를 처리해주는 기술도 최근에 생겼다. 이 기술을 통해서 조명에 대한 작업이 더 쉬워졌다. 특히 웨타가 개발한 마누카(MANUKA)를 통해서 이전에는 힘들게 했던 작업들이 수월해졌다. 이 분야에서는 웨타가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지금 아티스트들이 수작업을 통해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작업들도 새롭게 도입된 기술들을 통해 보다 편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의 체감 속도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특히나 엄청나게 다가온다.

Q. 시각효과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기술력 발전은 비용의 문제로도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중소 영화사와의 갭을 벌리지 않을까 싶다.
앤더스 랭글랜즈:
중요한 건 예산이 아닌 그 작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재능이라고 본다. ‘웨타 디지털’은 오래전부터 능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개발해 와서 현재 위치에 도달했다. 소형 스튜디오들 역시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재능있는 아티스트를 만나면 그 기술력에 도달하리라 본다.

Q. 시각효과 감독으로서 성장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 혹은 사람이 있다면.
앤더스 랭글랜즈: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1993)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3살 때 그 영화를 봤는데,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공룡은 남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주제인데, 그런 공룡을 무에서 유로 감쪽같이 창조했다는 게 놀라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이쪽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시각효과에 대한 당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앤더스 랭글랜즈:
물론 있다. 궁극적인 우리 작업의 목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저희 일을 하다보면 프로세스 자체에 몰입해서 “이런 멋진 장면은 꼭 넣어야지”하게 될 수 있다.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종 목표는 영화 완성도이기에 전체를 봐야한다. 전체 스토리에 내가 만든 장면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늘 한발 뒤로 물러서서 영화 스토리에 부합되는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타협도 필요하다. 아무리 멋진 장면도 영화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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