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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염정아 “인생의 터닝포인트? 결혼이죠”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배우 염정아에게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해 준 작품은 영화 ‘장화, 홍련’이었다. 이후부터 ‘원조 호러퀸’이라 불리게 됐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 보면 공포 영화의 비중은 매우 적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산범’으로 돌아온 염정아가 반가운 이유다.

‘장산범’은 익숙한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리는 존재가 한 가족의 일상에 침범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극을 이끄는 것은 염정아와 아역 배우 신린아다. 염정아는 치매에 걸린 시모와 있다가 실종된 아들을 잊지 못하는 엄마 희연으로 분했다. 유일한 단서인 시어머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장산까지 내려갔다가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장산범’이 좋았던 건, 극 중 제가 맡은 희연의 드라마와 스릴러가 적절하게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엄마인 희연의 감정에 크게 공감했죠. 저도 엄마니까요. 잃어버린 아이를 평생 가슴에서 지울 수 없고, 꼭 만날 수 있다고 믿는 엄마의 마지막 선택이 잘 표현돼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애끊는 모성애를 품은 ‘장산범’의 희연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욕심났던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희연에게 깊게 이입한 나머지 감정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촬영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언급했듯 ‘장화, 홍련’으로 ‘원조 호러퀸’에 등극한 염정아지만, 실제로는 겁이 많아 공포 스릴러물을 잘 보지 못한다고. ‘장산범’의 허정 감독이 만든 ‘숨바꼭질’은 무서운 영화인 줄 모르고 관람했다가 호되게 당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스릴러 영화를 보면 후유증이 최소 한 달이에요. ‘곡성’도 상영할 때는 못 보고, 몇 번을 집에서 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숨바꼭질’을 본 후에는 한동안 문단속 열심히 하고, 벽장도 밤에는 못 열어 봤어요. 아이들한테도 ‘너희들만 차에 있을 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 주지 말라’고도 당부했고요.(웃음)”

그는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가 ‘장화, 홍련’이라면 인간 염정아의 터닝 포인트는 결혼이라고 말했다. 함께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 고소영과 김희선 등이 톱스타의 화려함을 내려 놓고 평범한 엄마의 얼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염정아 역시 가정에 충실한 ‘워킹맘’이었다.

“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어요. 전에는 저만 생각하면 됐고, 저 하나만 잘 하면 됐지만 이제 제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 생겼으니까요. 좀 더 둥글어지고, 착해졌달까요? 아이들 학교에서도 급식 검수부터 축제에도 꼬박꼬박 참여하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가정을 위해 염정아가 하는 노력은 각별했다. 심신이 고됐을 촬영을 끝낸 귀가길에는 반드시 감정의 잔여물들을 정리한다고. 미혼인 허정 감독이 놓쳤을 지 모르는 모성애 연기의 디테일들은 엄마로서 염정아가 보여 준 모습들이었다.

“그냥 집에 들어가면 우리 가족들 힘들어서 못 살아요. 집에서는 ‘배우 염정아’를 차단하는 훈련이 잘 돼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가족들을 힘들게 하면 안 되잖아요.”

자녀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염정아는 제일 편하게 촬영했던 영화로 ‘여선생 대 여제자’를 꼽았다. 당시 천방지축 노처녀 여선생으로 파격적 변신을 꾀했던 그는 대담하기 그지 없는 초등학생 제자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당시 제자 역할을 맡았던 이세영은 어느덧 스물 다섯의 배우가 됐다.

“세영이 참 잘 컸죠. ‘새드무비’에 같이 출연했던 여진구도 잘 자랐고요. 어렸을 때는 아이들을 좋아해도 잘 다루지는 못했는데, ‘여선생 대 여제자’를 찍으면서 아역과의 호흡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 줬어요.”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이야기를 나눌 수록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훈훈한 공기가 공간을 메웠다. 오히려 예민해 보이는 이미지 탓에 손해를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투가 똑 부러지는 편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실제로 저는 뭐든 잘 받아주는 스타일이예요. 둔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26년차 배우로서의 염정아는 예리했다. 문화 콘텐츠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솔직하고 당당했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여자 영화도, 좋은 여성 캐릭터도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기는 해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매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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