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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가 민낯을 숨기지 않은 이유

[비즈엔터 라효진 기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소리가 18년 동안 배우로서 쌓아 올린 커리어는 가히 기록적이다. 데뷔작부터가 한국 최고 거장 이창동의 ‘박하사탕’이었다. 당시 문소리가 맡은 윤순임 역을 따내기 위해 2000명이 넘는 여배우들이 몰렸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기에? 처음에는 모두가 풀꽃 같은 문소리의 아름다움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연기력으로 모든 수군거림을 잠재웠다.

이창동 감독에게 “저는 예쁜가요, 안 예쁜가요?”라고 묻던 당찬 신인 배우는 어느덧 ‘베니스의 여신’이라 불리는 베테랑이 됐다. 그런 그가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만든 세 편의 단편을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으로 엮은 작품이다.

“사실 개봉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긴 했지만요. 초저예산 독립영화의 제작부터 배급까지 전 과정을 경험해 보니까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공부도 됐죠. 욕심은 많이 내지 않았어요. 능력 한도 내에서 열심히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마음이예요.”

‘감독 데뷔’라는 사건에 들뜰 법도 했지만, 문소리는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대중에 이름이 익숙지 않은 배우, 아직 데뷔하지 않은 세컨드 스태프에게는 장편 영화 크레딧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기회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제 매니저로 출연했던 윤영균 배우가 ‘선배님, 그냥 푼돈으로 곗돈 부어 놓은 게 목돈으로 돌아온 느낌이예요’라 하더라고요. 저보다도 배우와 스태프에게 장편 개봉이 굉장히 큰 의미예요. 저도 데뷔 초반에는 연기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오아시스’ 전까지 단편 영화들을 7편 정도 했었거든요. 그때 배운 것이 참 많아요. 그런 기회들은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누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빼앗아서는 안 되죠. 유명한 배우, 경험 많은 스태프와 함께 하려는 생각을 접으려고 했습니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게 완성된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논픽션 같지만 전부 픽션이다. 친구들과 등산을 가서도 예기치 못한 술자리에 비비크림을 찍어 발라야 하고, 민낯을 가릴 선글라스가 없으면 짜증이 난다. 주변에서는 속도 모르고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하질 않나, 조건 없이 ‘예쁘다’는 말은 절대 해 주질 않는다. 하고 싶은 배역 말고 남들이 보기에 어울리는 캐릭터만 들어 온다.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집 담보 대출까지 있다. 너무 실감나서 지어낸 얘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요즘 기네스 팰트로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이 유명한 여배우들이 SNS에 민낯 셀카를 자주 올리더라고요. ‘여배우는 오늘도’는 그런 민낯 같은 영화예요. 그러나 치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문소리의 민낯이 필요하다면 가져다 쓸 뿐이죠. 창작자들이 그러하듯 저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지만, 실화는 아니예요. ‘그래서 어떤 역까지 받아 보셨어요?’, ‘술자리에서 어떤 경우까지 당해 보셨어요?’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여배우는 오늘도’는 그런 불평불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굳이 ‘배우는 오늘도’가 아닌 ‘여배우는 오늘도’로 영화 제목을 지은 이유도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이 이야기의 대부분이 여성의 삶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배우 문소리입니다’라고 하지 스스로 ‘여배우’라고 칭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그렇게 불리는 삶인 것은 사실이예요. 영화를 보시면 ‘여배우’라는 말이 긍정적인 표현이 아님을 아실 것 같아요.(웃음) 여성 영화인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에는 유독 “예쁘다”는 말에 집착하는 문소리가 있다. ‘나름’, ‘나이에 맞게’라는 토를 달지 않고 그저 예쁘다고 해 주길 바란다. 언급했듯 문소리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창동 감독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여배우는 얼만큼 예뻐야 하나요? 저는 예쁜가요, 안 예쁜가요? 라고.

“데뷔 때부터 제가 굉장히 평범한 이미지라든가, 여배우를 할 만큼 예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어요. 여배우에게 예쁨, 아름다움이란 뭘까 많이 고민했죠. 이창동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소리야, 너는 배우를 하기에 합당할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 뿐이다’.(웃음) 그런 시간들이 다 지나간 지금, 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그 에너지가 매력으로 나타는 것이고요.”

최근 열린 ‘여배우는 오늘도’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배우에 이어 감독으로도 실력을 입증받은 문소리는 아직 향후 연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연출을 할 겨를이 없어요.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고,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요. 남편도 ‘1987’ 촬영에 바쁘고…. 부모님께서 이제 육아를 힘들어 하시고, 제가 죄송하기도 하고요. 감독이 제가 해야 할 일 중 1번이 아닌 걸 알아요. 욕심내고 싶지 않고, 좋은 감독님이 좋은 작품을 하자고 하면 배우로서의 모습을 먼저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라효진 기자 thebestsurplu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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