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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하 “사이비 교주 역할, 제 가능성을 열어줬죠”

[비즈엔터 김예슬 기자]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가 변곡점을 맞았다. 젠틀한 역할을 주로 소화했던 조성하가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의 사이비 교주 역할을 맡으면서 외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었다. 신뢰감을 주는 중후한 목소리는 교인들을 홀리려는 목소리로, 카리스마 있는 눈빛은 길 잃은 어린양을 갈구하는 탐욕의 눈빛이 됐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구해줘’를 평한 그가 앞으로 새롭게 그려나갈 연기의 세계에 기대가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될 지어다.”

Q. ‘구해줘’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소감이 있다면요?
조성하: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를 했네요. 몸은 고되지만 즐거웠습니다(웃음).

Q. 사이비 교주라는, 쉽지만은 않은 역할을 맡았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최초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조성하:
그동안 사이비를 다루는 작품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사이비 교주 역할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역할이었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읽자마자 머릿속에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의 모습이 떠올랐죠.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 이번 작품에서 그런 외형적 콘셉트를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졌어요.

Q. 흰 머리, 흰 양복 등 하얀색으로 점철된 인물이었죠.
조성하:
맞아요. 그 흰 머리를 만들기 위해 처음 탈색만 5번 이상을 했습니다. 도합 16번의 탈색을 거쳤어요. 피부 또한 뒤로 갈수록 더 하얗게 표현하려 했어요. 흰 양복은 순백으로 맞춤 제작했죠. 스태프들과 의논해 직접 액세서리도 맞췄어요. 사이비 교주로서 출발한 게 캐릭터 설정에 큰 힘이 됐죠. 액세서리 하나하나 공을 들이니 더욱 신의 한수로 활용된 것 같아 감사해요. 반지는 60만원 정도 주고 제작한 건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 선물로 드렸어요. 정말 좋아하고 행복해하더라고요(웃음).

▲'구해줘' 백정기 역의 배우 조성하(사진=OCN)
▲'구해줘' 백정기 역의 배우 조성하(사진=OCN)

Q. 교주였던 만큼 만만치 않은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예배 장면부터 불 기도, 장풍 등 온갖 기행들이 있었죠. 소화하는 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조성하:
예배 장면은 대본으로 5, 6장 정도 되는데, 매 회마다 1번에서 2번 정도가 꼭 있었어요. 그런 만큼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폐 끼치지 않고자 열심히 몰두해서 했습니다. 좋은 그림으로 더 설득력 있게 보여드리고자 공을 많이 들였죠.

Q. 정이도 작가와 김성수 감독 모두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걱정은 없었나요.
조성하:
처음 1, 2, 3부까지 나온 대본을 보니 작가님에 대한 불안은 전혀 없었어요. 꼭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신인작가지만 공력이 상당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성수 감독은 이전에 영화 ‘야수’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현장에서 능력이 있는 모습을 이미 봤던 터였죠. 이번 ‘구해줘’를 통해 다시 한 번 리더십과 재능을 확인한 것 같아요. 훌륭한 감독이고 또 정말 감사한 감독이죠.

Q. 일전에 제작발표회에서 김성수 감독이 사이비와 관련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어요. 경험에 기반된 디렉션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웃음).
조성하:
작품에 들어가기 전 작가님,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우연의 일치처럼 우리 제작진들이 다들 그런 경험이 약간씩은 있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어요. 저 같은 경우는 ‘구해줘’를 위해 여러 동영상들을 봤죠. 사이비여도 ‘목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작하기 때문에 목사님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화술과 화법, 설득력 등 여러 가지를 캐치하려 했죠.

Q. 앗, 혹시 원래 종교는 무엇인가요?
조성하:
살짝 불교입니다. 하하. 깊은 불교인까지는 아니고요.

Q. 살벌한 연기 탓에, 기독교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네요(웃음).
조성하:
연구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웃음). 방언도 저는 실제로는 본 적이 없어서 추상적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했죠. 불 기도는 작품에 있던 걸 장면으로 만들며 완성도가 올라간 케이스였고요.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Q. 방언 연기는 큰 화제가 됐어요. 서예지 씨의 방언 연기도 많은 관심을 모았죠.
조성하:
서예지 씨는 실제로 독실한 크리스천인 걸로 알고 있어요. 자신이 경험하고 눈으로 목격한 방언을 시청자들에 있는 그대로 옮겨 표현하고자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기독교 종교를 갖고 계신 분들은 아마 비슷하다고 많이들 느꼈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상하고 생소하다 생각하셨을 테고요. 사이비를 다룬 드라마인 만큼 방언 같은, 여러 요소들을 하나하나 펼쳐서 보여드린 게 저희 드라마의 성과 중 하나 같아요. 장풍 같은 것도 많은 분들이 어이없어 하셨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통해 사이비를 간접적으로 고발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억에 남고, 또 득이 되는 것 같아요.

Q. 극 중 서예지 씨와 맞붙는 장면이 많았어요. 서예지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조성하:
시작부터 끝까지 긴 호흡을 함께 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재미있는 장난도 많이 쳤죠. 서로 친숙해져서 촬영에 대해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서로 호흡을 잘 맞춰 끝낸 것 같아요. 힘든 장면과 눈물 신이 많았는데도 최선을 다해 잘 완수해줬죠. 임상미 캐릭터가 잘 살아야 ‘구해줘’의 정서가 살아나는 건데, 그 느낌을 감독님과 서예지 씨가 좋게 표현해줘서 우리 작품이 더 잘 살았어요.

Q. 연기를 너무 잘해서 별명을 얻기도 했어요. ‘역겨운 엔딩요정’이라는 말이 댓글에 넘쳐나더라고요(웃음).
조성하:
하하. 아주 기가 막힌 별명이에요. 다 칭찬으로 들리죠. 그렇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해요. 어찌됐건 요정이잖아요. ‘역겨운 엔딩 악마’보다는 친숙함이 있으니 감사하죠.

Q. 종교가 예민한 부분 중 하나인 만큼 항의전화를 받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나 사이비 교주는 정말로 신랄하게 표현됐으니까요.
조성하:
사실 초반엔 염려가 되긴 했는데 전화는 아직 한 통도 안 왔어요. 만약 그런 걸로 제게 전화하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100% 사이비겠죠(웃음).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Q. 드라마는 무거워도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들었어요.
조성하:
배우들끼리는 밝은 에너지가 넘쳤죠.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도 없고 서로를 응원해주고 그랬어요. 순간순간 서로의 개그 감각을 활용해 즐겁게 촬영을 마쳤죠. ‘조 브라더스’라고, 조재윤 씨와 제가 열심히 개그를 쳤습니다(웃음). 김광규 씨, 정해균 씨도 분위기 메이커였고요.

Q. 촬영이 일찍 끝났어서 반응을 모니터링할 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댓글 반응이 있었다면.
조성하:
‘진짜 교주 같다’는 댓글이 정말 좋았어요. 사이비 교주로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했거든요. 위협적인 짓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공포스러운 느낌을 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그런 댓글이 이번 작품을 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게 한 것 같아요.

Q. 시청자의 입장에선 충분히 공포스러웠는데,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요.
조성하:
가족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특히 둘째 딸이 15살인데, 친구들이 ‘구해줘’를 정말 많이 좋아했대요. 둘째 아이가 드라마에서 악역을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악역으로 나오고 그 중심에 있으니 자기 스스로 아빠를 볼 때 만족스러웠나 봐요. 원래는 표현력이 없는 편인데 요새는 한 번 씩 포옹도 해주고 제게 살갑게 굴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줄 사인도 받아가고요. 백정기 캐릭터에 이래저래 감사하고 흡족합니다(웃음).

Q. 좋은 반응을 얻은 캐릭터지만, 역할이 역할이었던 만큼 드라마가 끝난 뒤의 후유증은 없었을까 싶어요. 에너지를 많이 써야하기도 했으니 감정적인 부분의 소모도 컸을 것 같고요.
조성하:
글쎄요. 제가 생각할 땐 아직 역할이 약해요. 이 정도 역할로는 배가 많이 고파요. 발바닥에 있는 걸 꺼낸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조성하라는 배우에게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싶어요(웃음). 그 가능성을 더 열어놓고 싶죠. 탈색 여파로 머리도 다 끊어지고 몸도 피곤하고, 이래저래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싸움닭 느낌이지만 ‘구해줘’ 팀과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 너무 기뻐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걸 발판으로 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의 좋은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Q.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조성하:
하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거나 하진 않아요. 어렸을 땐 선배님들을 보며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꿈을 꾸며 살았는데, 지금은 어떤 걸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구해줘’의 백정기처럼요. 상상도 못 했을 캐릭터를 공들여서 멋지게,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Q. 로맨스 장르도 잘 소화할 것 같은데.
조성하:
그 부분은 욕심도 있고 도전해볼 자세가 돼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 중년의 멜로를 제대로 풀어낸 작품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20대와 같은 사랑은 아니어도 또 다른 깊이감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이 뭔지를 풀어보는 작품이 있어도 좋을 텐데요. 만약 그런 작품이 나와서 저를 1번으로 캐스팅해주시면, 달달한 눈빛을 준비해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웃음).

Q. ‘구해줘’를 보내며,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하나씩 꼽아본다면요?
조성하:
가장 좋았던 건 이 좋은 배우들과 훌륭한 감독님, 처음이지만 멋지게 작품을 마무리한 정이도 작가 등 모두의 합이었어요. 힘들었던 건 역시나 입에 쉽게 붙지 않던 대사의 양이었죠. 목사님처럼 열변을 토해 신도들을 부흥시켜야 하는 걸 매 회 준비하다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이 작품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큰 장면이기도 해요. 함께 하는 보조출연 신도분들까지도 행복해하는 과정들이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죠.

Q. ‘구해줘’로 올해 조성하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제대로 각인시켰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조성하:
‘병원선’ 특별출연이 있어요. 추석엔 아마 ‘병원선’ 촬영을 위해 거제도에 있을 것 같고요(웃음). 이후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영화 ‘타클라마칸’의 상영을 잘 지휘하는 게 계획 중 하나예요. 개인적인 바람은, 들여다보지 못한 곳을 다루는 새로운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구해줘’가 새로운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저도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통해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조성하(사진=HB엔터테인먼트, 라쏨)

김예슬 기자 ye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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